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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1)

by 해헌 서재

<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1) 홍성철

★ 세계사를 바꾼 감자, 함부르크에 햄버거스테이크는 없다.
“레이디”는 빵을 빚는 사람

강 일 송

오늘은 세계사를 “음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살펴 보려고 합니다.
자고로 음식은 “생존” 그 자체를 의미하였습니다. 먹는 행위 없이
인간은 살아 있을 수가 없고 모든 인간의 행위는 먹고 난 다음에 이루
어졌습니다.

음식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고, 다양한 흥미로운 배경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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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를 바꾼 감자

감자만큼 세계 식문화를 바꿨을 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물도 드물다.
감자는 곡물을 대신하는 전분식으로 독일을 비롯한 북부 유럽의 농민을
만성 기아 상태에서 해방시켰다. 감자를 사용하게 되면서 굶어 죽는
사람이 급감했고 반대로 출생률은 높아져 인구가 증가했다.

아일랜드에서는 구황작물에 불과하던 감자가 드디어 농촌에서는 유일한
식량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18세기 아일랜드 농민은 1년 중 10개월을 감자와 우유로, 남은 2개월은
감자와 소금만으로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 식품에만 의존하면 도대체 어떤 비극이 일어날지 당시
사람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

1845년 아일랜드 감자밭에 입고병이라는 전염병이 급습했다. 그 뒤 대기근
이 닥쳤고 100만 명이 기근에 희생되었고, 100만 명이 다른 나라로 이주
했다고 한다. 그들이 간 곳은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일랜드는 16세기 영국의 왕 헨리 8세가 로마
가톨릭 교회와 결별한 이래 영국 성공회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다.
켈트족의 피를 이어받은 가톨릭을 믿는 아일랜드인과 이를 차별하고 억압
하는 앵글로색슨계 프로테스탄트 영국인의 대립 구조는 수백 년에 걸쳐
고착했던 것이다.
대기근에 대한 영국 정부의 차가운 대응은 두고두고 아일랜드인들에게
깊은 원한을 샀고 결과적으로 아일랜드가 독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아일랜드계 주민이 총 인구의 20%를 차지하는데, 그들
대부분이 감자 기근을 피해 건너온 이주민의 자손이다.
아일랜드에서 대규모로 탈출한 농민들 중에 패트릭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미국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하여 보스턴에 정착
한다. 그는 빈곤과 이민자에 대한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대신
그의 손자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훗날 그의 4대째 손자는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이된다. 그가 바로 존 에프 케네디다.
케네디의 증조부는 감자 기근 때문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농민이었다.

◉ 함부르크에는 햄버그스테이크는 없다.

햄버그 스테이크(hamburg steak)의 어원이 독일의 항구 도시인 함부르크
에서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몽골계 기마 민족인 타타르족이 먹던
생고기 요리인 타르타르스테이크가 함부르크에서 구워 먹던 ‘햄버그스테이크’
로 정착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9세기경부터 몽골 고원에서 융성했던 몽골계의 여러 부족을 13세기에 칭기
즈칸이 통일하고 러시아와 동유럽까지 쳐들어오면서, 그들을 유럽에서는
타타르라고 불렀다.
몽골인들은 이동 중에 말이 죽으면, 그 고기를 안장 아래에 달아 매고 말을
타고 다니다가 고기가 부드러워졌을 때 먹었고, 잘게 썰어 먹는 방법 같은
것은 나중에 생겨났다.

1880년대에 250만 명이나 되는 유럽인이 대서양을 건너서 신대륙으로 이주
했다. 그중에는 함부르크에서 뉴욕으로 간 이민자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이 요리는 함부르크에서 온 사람들과 연관지어 햄버거스테
이크, 또는 햄버거로 불렸다.
햄버거는 함부르크 사람들이 여러 가지 고기란 고기는 죄다 섞어 다져서
둥글게 빚어 굽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던 음식에 불과했다.
이렇게 요리하면 힘줄이 많아 질긴 고기도 쉽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서민
들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함부르크의 일반 사람들은 햄버거를 결코 고향의 자랑스러운 명물 요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함부르크 시내에서 햄버거를 파는 곳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레스토랑밖에 없다.

◉ 레이디는 빵을 빚는 사람

일본에서 말하는 빵은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했고,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 panis에 도달한다. 이탈리아어의 파네(pane)나 스페인어의 판(pan),
프랑스어의 팽(pain)이 이 라틴어계의 명칭을 이어받고 있다.
이에 반해 영어의 브레드(bread)는 고(古)영어로 ‘한 조각, 작은 조각’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는데, 영어 단어 중에서도 빵을 포함하는 것이 있다.
‘함께 빵을’ 먹는 점에서 동료나 상대를 의미하는 컴패니언(companion)이
그 좋은 예다.

컴패니언은 라틴어의 흐름을 수용한 고(古)프랑스어가 영어화한 것인데,
이처럼 라틴어를 기원으로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 단어가 된 데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11세기에 프랑스의 노르망디공 윌리엄이 영국에 노르만 왕조
를 수립했다. 바로 서양사에서 말하는 ‘노르만 컨퀘스트’다. 이후 프랑스의
방언이던 노르만디어는 약 3세기에 걸쳐 영국 귀족 사회에서 공용어의 위치
에 오르게 되었다. 그 사이에 엄청난 수의 노르만디어가 점차 서민의 회화
속으로 침투하였다.

영어로 가축인 소는 옥스(ox)나 카우(cow)라고 하는데, 쇠고기는 프랑스어인
뵈프(boeuf)와 같은 어원인 비프(beef)라고 한다. 이것은 같은 소라도 소를
다루는 사람은 농민이고, 식탁에서 고기를 접하는 사람은 노르만디어를 쓰는
귀족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식용으로 쓰는 거세한 소는 산 것이든, 고기가 되었던
똑같이 뵈프다.

영어의 브레드(bread)는 큰 빵에서 잘라낸 한 조각이라는 의미다. 자르기
전의 빵덩어리는 로프(loaf)라고 하는데, 이것이 변하여 빵 모양으로 만들어
구운 요리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로프(빵)을 빚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고영어에서 나온 말이 레이디(lady),
그리고 구운 로프의 주인이 로드(load)다. 즉 지배자, 주인, 그리고 귀족을
뜻하는 로드도 그의 부인인 레이디도 원래 의미로 보면 빵을 만들거나,
만든 빵을 지키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독일어로 영어의 로드에
해당하는 헤르(herr)와 빵을 의미하는 브로트(brot)를 합해서 브로트헤르
라고 하면 ‘고용주’라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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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음식을 통해서 보는 세계사는 늘 흥미롭습니다. 친숙한 음식을
통해서 보기 때문이겠지요.
인간은 음식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어야만 기본적인 생명 현상을 유지할
수 있기에 자고로 음식은 늘 인류 문명의 중심부에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감자 이야기입니다. 신대륙에서 건너간 감자는 어느
덧 유럽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식량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식량원의 다양성이 없어진 이후 갑자기 전염병이 돌자 대기근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아일랜드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수많은 사람
들이 터전을 떠나 이민을 갔습니다.
그러면서 잉글랜드와 아일랜드가 감정적으로 얽히게 되고, 미국에서는
그 후손인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햄버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유럽은 본능적으로
몽골과 관련된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너무나 호되게 두려움에 떨었던
역사도 있었고, 또한 은근히 백인우월주의가 손상받는 황인종에 의한
피지배의 역사가 피하고 싶기도 해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그 흔적을 남겨 독일의 후손이 미국에 이르러 햄버거라는
세계적인 음식을 만들어 냅니다.
독일의 김치와 같은 샤워크라우트도 몽골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고 하지요.

세 번째는 영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어원들을 찾다보면 재미있는
유래가 참 많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여서, 노르만 왕조의 수립 이후
영어는 새로운 지배 세력의 영향으로 오히려 어휘가 다양해지고 풍부
해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합니다.
또한 우리가 말하는 "빵"의 어원이 라틴어 "panis"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롭고, 덩어리 빵인 loaf에서 load와 lady가 유래했다는 사실
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주 수천 년 전부터 먹어 왔을 것 같은 빨간 김치도 사실은 고추
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가 수백 년 밖에 안 된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등도
우리 전통의 작물 같지만 그 기원이 신대륙 남미에서 유래했습니다.

다음에 연속으로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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