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공원국
★ 천천히 즐기며 가도 좋지 아니한가
★ 보잘것 없는 이를 학대한 죄
★ 남다른 이보다 남을 이해하는 이
강 일 송
오늘은 기원전 극심한 혼란과 분열, 경쟁의 상황이었던 춘추전국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춘추전국시대는 공자가 편찬한 <춘추, 春秋>와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
戰國策>에서 이름을 취했다고 합니다.
대략 기원전 770년 주(周)나라가 융(戎)이라는 서방민족에 밀려 낙양으로
옮겨 간 해를 춘추시대의 시작으로 보고, 기원전 221년 진(秦)나라에
의해 천하가 통일된 때를 전국시대의 종결로 본다고 합니다.
저자인 공원국 작가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전공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춘추전국이야기>, <유라시아
신화기행>, <여행하는 인문학자>, <중국의 서진> 등등 많은 책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
★ 천천히 즐기며 가도 좋지 아니한가
춘추 제2대 패자 진문공 중이(重耳)는 기구한 생을 살았다. 중년에 고국에
서 쫓겨나 무려 19년을 외국에서 나그네 생활을 했고, 돌아오니 이미 환갑
을 훌쩍 넘긴 노인의 몸이었다. 20년 가까이 떠돌던 이가 고국으로 돌아와
다시 자리를 잡은 것은 웃음과 여유 덕분이었다 한다.
중이의 아버지 헌공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혈육도 치는 냉혈한
이었다. 늦게 얻은 여인 여희가 아들을 낳자 기어이 사달이 났다. 여희는
자기의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해 공자들을 제거할 음모를 세웠다.
당시 태자는 독을 탔다는 음모로 자결을 했고, 중이는 자객에게 죽을 뻔
하다가 간신히 도망쳤다.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초나라로 갔는데, 초성왕은 중늙은이 망명객이 마음
에 들어 그의 귀국을 돕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중이는 망명 중에도 실망
하지 않고 늘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드디어 중이는 귀국하여 군주가 되었고, 당장 실력을 발휘하여 고국 진(晉)
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저성장 시대로 힘든 시기를 살고 있는 이때
모두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고 진문공처럼 난관을 돌파하길 기원한다.
★ 보잘 것 없는 이를 학대한 죄
기원전 250년 무렵, 범저라는 사람은 위나라 사람으로 언변과 식견이 뛰어
났다. 하지만 관직을 얻기 위해 군주들에게 줄을 대어야 했지만 너무 가난
해서 그들에게 예물을 바칠 수 없었다.
그는 외교관인 수가를 섬겼는데, 그를 따라 제나라를 가서 왕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언변에 감복한 왕이 그에게 선물을 내렸는데, 이를 못마땅하
게 생각한 수가가 필히 국가의 기밀을 넘겼으리라 짐작하고 위나라의
재상 위제에게 일러바쳤다. 위제는 범저를 잡아다가 매질하고 심문하였고
변소에 버리고 사람들이 그 위에 오줌을 누게 하였다. 범저는 겨우 죽은
척을 하고 있다가 서쪽의 진나라로 탈출을 하게된다.
진나라의 왕이 왕의 외삼촌에게 실권이 가있는 것을 고심하는 것을 보고
장록이라 이름을 바꾼 범저는 왕에게 묘안을 제시하고 왕이 실권을 쥐게
만든다. 이후 범저는 진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진나라는 범저의 고국인 위나라에 공격을 자주 하였는데
이에 지친 위나라가 수가를 사신으로 진나라로 보내게 되었고
수가는 재상이 된 범저를 만나게 되었다. 수가는 너무나 놀라서 과거의
잘못을 빌었고, 범저는 수가는 옛정을 생각해서 용서하되 위제를 내놓
으라고 했다. 위제는 결국 위나라에서 배척을 당하고 자결을 하게 된다.
하찮은 인물이라고 의심만으로 사람을 고발하고 고문했던 위제는 그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복수를 당하게 된 것이다.
★ 남다른 이보다 남을 이해하는 이
흔히 위대한 인물이라 하면 타고난 재질과 원대한 목표, 범인은 상상하지
못하는 인내와 노력,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거인이 있는데, 한나라의 시조
유방이다.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했지만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새로운 토목공
사를 밑도끝도 없이 일으키고 전쟁은 이어졌다.
이 때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한을 세운 이가 유방이다.
그는 주정뱅이, 허풍쟁이, 게으름뱅이에다가 심지어 방만한 말단 관리
였지만 중국 사상 최초의 평민 출신 황제가 되었다. 그는 남다른 사람이
아니라 남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융통성이 있고 베풀 줄을 알았기에
그의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죄수를 동정하여 스스로 범법자가
되었고, 항복한 자를 학대하지 않았으며, 혹독한 법에 시달리는 사람들
에게 새 세상을 약속했다.
진정한 위인은 자신의 결점을 알기에 남들에게 관대한 사람이다.
---------------------------------------------------------------------
오늘은 옛 이야기를 통해서 현재의 삶에 교훈이 되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
니다.
춘추전국시대는 무려 2000년도 훨씬 넘은 오래 전 시대였지만, 현대와
아주 유사한 면이 많아 그 때의 이야기가 현재의 교훈이 될 때가 많습니다.
하루도 전쟁이 끊일 날이 없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500년 이상 지속되었던
그 시기는 수많은 제자백가들이 나타나 제후들에게 생존과 난세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줍니다.
오늘은 그중 세 가지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진나라의 진문공은 무려 20년 이상을 왕자임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을 전전
하며 힘든 망명의 시기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는 여유를 잃지 않고 세월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때를 만나 왕이 되어 조국을 강하게 변화시킵니다.
강태공과 진문공 모두 나이가 들어서 때를 만납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만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언젠가는 자신의 때가 온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재능은 있지만 지위가 낮았던 범저라는 인물을 보게
됩니다. 그는 모함을 받아 모진 고문과 고초를 당하다가 이웃 나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재상이 됩니다. 이후 자신의 고국보다 강국의 재상으로
자신을 욕보였던 위제에게 복수를 하게 되지요.
보잘 것 없고 힘없는 사람에게 모질게 대하는 사람은 자고로 큰 인물이
없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평민 출신의 황제였던 유방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유방과 항우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많습니다. 유방은 항우에 비해
여러가지 자질면에서 떨어집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스펙이 한참 모자
라지요. 하지만 그는 사람들을 끄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 매력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관대한 마음에서
비롯이 되었습니다.
너무 칼같이 정확한 사람보다는 좀 어리숙하지만 편안하고 이해심이
있는 사람을 인지상정으로 가까이 하고 싶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