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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an 25. 2018

<현실이란 무엇인가?>

 “어쩌다 어른” 中

<현실이란 무엇인가?> 김대식

--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中


                                    강 일 송


오늘은 지난 시간 김경일 교수의 “생각 사용설명서”에 이어서 “어쩌다 어른”의

강연 하나를 더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카이스트의 김대식교수의 강연 내용인데, 이전에 김교수의 글은 여러 번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1969~) 일찍 어릴 때 독일로 이민을 가서 초중고를 마치고

다름슈타트공대에서 학사를,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석박사를 합니다.

이후 미국 MIT에서 뇌인지과학 박사후 과정을 밟고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조교수,

보스턴대학교 부교수로 근무하였습니다.


인문학과 과학의 접점에서 탁월함을 보이는 김교수의 글을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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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 없이 얻어진 삶


우리는 우주 속 아주 작은 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재미있게도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단 한 번도 세상에 태어나겠다는 동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눈을 뜨니

태어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나서 운이 좋으면 학교에 가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가족을 이루고, 멋진 집에서 은퇴하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삶을 살게 됩니다.

운이 나쁘면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를 겪기도 하고 전쟁의 참혹함이나 나치와 같은

시대적 불운을 겪기도 합니다.


출생은 우리가 선택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우연의 결과인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은 ‘과학적 현실’이 있고 ‘인간이 느끼는 현실’이 있고 우리 ‘인간의 삶이라는

현실’이 있습니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우연의 결과이지만 우리는 이것들을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며 살고 있습니다.


★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하나 나옵니다.

‘창백한 푸른 점’이라 이름 붙인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입니다. 우주 전체에서

인간이라는 우리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는 아주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합니다.


지구는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입니다. 태양계는 수천억 개의 별과 성운이 포함된 은하계에

속해 있습니다. 그 은하계는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은하계 중의 하나입니다.

다시 말하면 수천억 개의 은하계 중 하나인 우리의 은하계, 그 안에 있는 수천억 개의

별 중 하나인 ‘태양’, 그 태양계에서 세 번째 행성인 지구, 지구의 한구석인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한구석인 어딘가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팩트입니다.


★ 아무도 진짜 세상을 모른다.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세상을 누비며 날아다녔던 장자(莊子)는 꿈에서 깨어난 뒤 “내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은 진짜 물체가 아니고 ‘이데아 세상’

이라는 완벽한 세상에 존재하는 완벽한 그림자라고 하였습니다.


17-18세기에 활동한 영국 철학자 조지 버클리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실이라는 것은 오감을 통해 나의 뇌에 들어온 정보를 내가 느끼는 것

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현대 뇌과학에서 주장하는 것이기도 한데, 결국 이 세상은 존재

하지만 인간은 이 세상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톤의 동굴과 같은 어두컴컴한

두개골 안에 갇혀 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뇌안에 투사되는 그림자만 보며 살아가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세상은 플라톤의

동굴 속 세상과 같습니다. 진실은 모른 채 동굴이라는 가짜 세상에 갇혀 진짜라고 믿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진짜 세상은 모른 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짜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저마다 느끼는 세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 쥐, 곤충이 바라보는 세상은 인간이 바라

보는 세상과 매우 다릅니다. 개와 고양이는 가까운 것은 매우 선명하게, 멀리 있는 것은

흐리게 인식합니다. 쥐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온통 흑백입니다. 곤충의 눈에는 이 세상이

수백 개로 복사되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느끼는 현실이 진짜일까요? 모두 진짜 현실입니다.


이처럼 각자 다른 것을 보고 자란 인간의 뇌는 현실을 절대적으로 보지 않고 상대적으로

봅니다. 주변에 큰 것이 있으면 다른 것이 작아 보이고, 주변에 작은 것이 있으면 다른

것이 크게 보입니다.


때문에 모든 인간이 행복해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는 이미 “상대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나보다 잘난

사람과의 비교를 멈춰야 합니다. 현대가 되자 인터넷의 발달로 비교할 대상이 많아지고

우리는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로 빠집니다.

행복을 느끼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 차이값만 받아들이는 뇌


우리 뇌는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그대로 처리하지 않고 차이값만을 계산해 읽습니다.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면 우리 뇌의 용량은 금세 차버립니다. 따라서 진화적으로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는 눈에 들어온 이미지의 차이값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만일 차이값이 없으면 그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깁니다.


★ 현실은 시뮬레이션 세상(?)


실리콘 밸리 최고의 혁신가로 불리는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회장은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미래 인류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살고 있지 않을 확률은 10억 분의 1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확률적으로 볼 때 이 현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라고 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에서 주인공

길가메시는 지구상 유일한 불사신 우트나피슈팀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집에 가서 친구들과 재미있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술을 많이 마시면서 즐겁게 살아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인간은 5천 년 전에도 ‘인생과 현실’에 대해 질문했고, 지금 우리도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지금도 우트나피슈팀이 말한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보다 더 좋은 답을 줄 수 없습니다.

이처럼 가장 오래된 책인 길가메시의 교훈과 가장 최첨단의 교훈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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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쩌다 어른"에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강연을 한번 보았습니다.

독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세계 최고의 연구소인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미국의

MIT, 보스턴대학교 등을 거쳐서 카이스트로 온 석학입니다.


먼저 그는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무도 스스로 동의한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누구는 좋은 시대, 좋은 환경에서 나서 한 인생을

잘 살아가고, 또 누구는 힘든 시절, 전쟁, 지진 등을 겪는 등의  한 인생을 힘들게

살아가는데, 이러한 우연의 영향을 다들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산다 합니다.


좀 더 과학적인 팩트를 본다면, 과거에는 우리가 사는 지구가 둥근 지도 몰랐고

이렇게 넓은 지도 몰랐습니다.  점차 과학이 발달함에 이 둥근 지구가 엄청나게

크고 넓다하였지만 우주에 비하면 태평양 바다에 떠 있는 거품 하나도 안 되는게

지구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로 인간은 철학을 배워 왔는데, 이를 현대 뇌과학에 적용해

본다면 인간은 사물을 보고 느끼는 것이 갇힌 동굴과 같은 두개골 안에 뇌가

수용기관을 통해서 왜곡되고 자기 편한대로 인식한다는 사실도 보았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과한 에너지 소모가

필요한 행위는 빠른 지름길을 찾거나 즐겨찾기를 만들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자동 반응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늘 출근하는 길 운전은 도착해서 잘

생각해보면 모든 게 자동반응으로 왔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서사 문학인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에서 전하는 교훈과 현대의 교훈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합니다.

우연히 얻어진 삶과 현실에서 스스로 할 일은 "현재를 즐기고, 주위 사람을 사랑

하며 살아라"는 것입니다.


많이 즐기고 많이 사랑하는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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