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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

<클래식 음악에 관한 101가지 질문>

“쾰른음대 교수들이 엄선한”

by 해헌 서재

<클래식 음악에 관한 101가지 질문>

“쾰른음대 교수들이 엄선한”


강 일 송


오늘은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음악의 탄생에서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독일 쾰른음대 교수들의 명쾌한 설명을 심도있게 담은 책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항상 보통 사람들에게는 가까이 하기 어렵고, 먼 음악의 장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자들은 편안하고 재미있게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아네테 크로이치거헤르와 빈프리트 뵈니히 인데, 둘 다 현재 쾰른음대의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흥미로운 질문 몇 가지를 골라서 멋진 설명을 함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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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언제부터 존재했으며, 음악이란 대체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움직이는 공기라고 정의하는데, 그중에서도 특정한 문화권

내에서는 예술로 받아들여지지요. 그렇다면 음악은 인류의 나이와 동일한 셈입니다.

아마도 인간은 말하거나 글을 쓰기 훨씬 이전부터 노래할 수 있었고, 물건을 두드리거나

불거나 비벼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렸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겠죠.


가장 오래된 악기는 구석기 시대인 약 3만 5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

여러 지역에서 출토되었습니다. 나무 흔들이, 음악 막대, 딸랑이, 동물의 뼈로 만든

피리, 음악 활 등의 다른 원시 악기들도 수천 년 된 것들입니다.


음악에 대한 첫 기록은 기원전 3세기의 이집트 벽화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고대의 서사시나 역사서에는 벌써 음악 이론에 대한 기록들이 등장하지요.

그 당시만 해도 음악은 전례나 의식의 일부였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비로소

미적인 표현을 하는 예술로 독자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 절대음감이란 무엇인가요?


제아무리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라도 잔디가 자라거나 벼룩이 기침하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음을 들었을 때 바로 그 음의 높이를 식별해내거나 혹은 한발

더 나아가 들은 음을 즉석에서 그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을 가리켜 절대음감의 소유자

라고 합니다. 성인 만 명 중 한 명 정도가 이 능력을 보유한다고 하지요.

동물 중에서는 명금류, 박쥐, 원숭이, 쥐가 절대음감을 지닌다고 합니다.


직업 음악가의 5분의 1 정도가 절대음감의 소유자라고 하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늘 완벽하게 듣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의 음높이 적중률은 70-100% 사이라고

합니다.


★ 표준음이란 무엇인가요?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하려면 하나의 음을 기준으로 서로 조율해야 합니다.

이 공통의 음은 ‘가온 라’이고 이를 ‘표준음, Kammerton’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표준음의 높이는 일정하지 않고 나라와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가령 18세기에 독일과 프랑스의 표준음은 각각 415와 392헤르츠로 반음 정도 차이가

납니다. 1788년부터 표준음을 통일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파리에서 409헤르츠에

맞추기로 약속합니다. 1885년의 빈 국제표준음고회의에서는 이를 435헤르츠로 약간

높이기로 결정하고 국제 표준화기구는 1939년에 최종적으로 표준음을 440헤르츠로

정합니다.


현재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443헤르츠에 맞춰 조율하고 있고, 카라얀은 베를린 필하모닉을

445헤르츠로 조율하도록 했습니다. 이렇듯 약간씩 높여 조율하면, 좀 더 풍성하고 선명한

음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17,18세기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앙상블은

표준음을 415헤르츠로 맞춥니다. 그러면 음향이 더 부드러워지고 윤이 나지요.


★ 독일을 음악의 나라라고 부르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흔히 독일을 음악의 나라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 많은 음악학교나 오케스트라, 오페라

극장들을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요. 더욱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음악가가 활동하고, 또 교회에서 칸토르, 오르간 주자,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수도 상당합니다.


이탈리아를 통틀어 직업으로 교회에서 연주하는 오르가니스트는 얼마 되지 않는데,

독일은 쾰른만 해도 40여 명의 전문 교회음악가가 있습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하나만 보아도 미국 전체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오페라

극장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독일 음악의 우세 혹은 주도권’ 운운하는 것은 지극히 제국주의적 발상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음악의 나라’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나라를 지칭해야 합니다.

다성음악이 처음 생겨난 곳은 프랑스였지만, 14세기부터 이탈리아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룹니다. 17,18세기에 유럽의 음악은 특정한 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요. 그리고 19세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음악 문화의 꽃을 피웠습니다.


★ 오케스트라를 조율할 때 왜 오보에가 기준이 되나요?


오케스트라 내부에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합니다. 지휘자가 으뜸이고, 그다음이

악장이지요. 그리고 각 악기 수석 연주자, 솔로 연주자, 일반 연주자가 차례로

그 뒤를 따릅니다.

지휘자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 오보에 수석 주자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오케스트라 전체가 조율할 수 있도록 표준음 ‘라’음을 불어주는 것이지요. 먼저 관악기들이

그 음에 맞추어 조율하고, 표준음을 다시 악장이 넘겨받아 현악기들을 조율시킵니다.


오보에는 겹리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표준음을 불기에 아주 적합한 악기입니다.

현악기에 비해 온도나 습도 같은 외부 요인에 훨씬 덜 민감하며, 그렇기 때문에 음높이가

안정적이지요. 더군다나 오보에의 맑고 투명한 소리는 악기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 왜 낡은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 한 대 값이 백만 유로(약 13억 원)나 할까요?


누군가 오래된 시골집의 다락방에서 먼지가 쌓인 바이올린 케이스를 발견했다고 칩시다.

만일 그 안에 스트라디바리가 들어 있다면 그는 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될 것입니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는 생애의 대부분을 크레모나에서 보냅니다.

이곳은 18세기 중반까지 바이올린 제작의 중심지로 여겨지던 곳이죠.


스트라디바리의 악기들은 이미 예전부터 상당히 고가였고, 2006년에는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이 무려 270만 유로를 호가하기도 했지요. 구매자들이 이름값 때문에 지나치게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면도 있지만, 스트라디바리가 음향이 빼어난 우수한 악기임에는

분명합니다. 많은 녹음 자료들이 이를 증명해주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연주자, 악기 수집가, 재단은 백만 유로씩이나 지불하고 그 악기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걸까요? 물론 스트라디바리가 뛰어난 악기인 탓도 있겠지만,

신비스런 역사가 스며있는 세상에서 몇 안 되는 고귀한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스트라디바리라는 금과 마찬가지로 계속 한정품의 가치를 맘껏 누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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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독일 쾰른음대의 교수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질문 101

가지를 선정하여 책으로 엮은 것을 함께 보았습니다.


음악 중에서도 특히 클래식 음악은 가까이 하기 힘든 존재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듯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기초 상식과

지식을 어느 정도 습득하고 보면 전혀 다른 음악이라는 세계의 진면모가 드러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음악이라는 것이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질문

이었습니다. 저자는 인류에게 음악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한 오래된 것이고, 말이나

글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무려 3만 5천년 전의 악기가 발견이 되었고, 이집트의 기록에 처음으로 음악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만 예식 의례에 사용되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하나의 예술

장르로 독립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절대음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의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긴 음악을 처음 듣고 바로 악보로 옯겼다든지,

긴 연주 중 미세한 한 음의 음탈락을 알아차렸다든지 말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아무리

절대음감을 가진 이도 벼룩의 소리나 풀의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없듯이 인간의 귀는

한계가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세 번째는 표준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컸다고 하고

현대에 이르러 이를 통일하였지만 각 오케스트라나, 지휘자에 따라 의도적인 조율이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음을 높여 조율하면 음악이 더 풍성하고 선명해지며, 낮추면

부드럽고 윤이 나는군요.


네 번째는 독일이 음악의 나라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사실 음악가의 수나 오페라 극장

의 수, 아마추어 음악가의 수를 따진다면 독일은 확실하게 음악의 나라가 맞다고 할 수

있지만 저자들은 이것이 제국주의 사고의 잔재일 수도 있다고 일갈합니다.

시대별로 각 나라마다

음악은 발전을 해왔고 각기 그 역할을 해왔기에 하나의 나라가 음악의 나라라는 타이틀을

독식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사고라고 경고합니다.


다섯 번째는 오케스트라의 전체 음을 조율할 때, 피아노나 바이올린이 아니라 오보에가

그 역할을 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표준음인 ‘가온 라’를 오보에가 불어줌

으로써 관악기 현악기 순으로 조율을 한다고 하지요.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아는 유명한 바이올린 악기인 “스타라디바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바이올린 하나가 수십 억이나 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현대 과학이 이처럼 발달한 요즘에도 수백 년 전에 장인이 만든 바이올린을 재현하지

못한다는 것도 흥미롭고, 수십 억 짜리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가진 부자가

최고의 연주가에게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 그 악기에 스토리를 입히게 되어 더

세월이 지날수록 가격과 가치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우리가 현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욱 가치있게 하는 것은 예술을

가까이 접하는 것이 하나의 훌륭한 방식이 될 것이고, 특히 음악을 즐겨 감상하고 하나의

악기 정도는 기꺼이 배울 수 있다면 이러한 감성적 풍요로움이 훨씬 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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