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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

<옛그림을 보는 법>

by 해헌 서재

<옛그림을 보는 법>

“우리 옛그림, 보이는 것에 보이지 않는 상징의 세계를 담다”


강 일 송


오늘은 우리의 전통 미술, 옛그림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을 한 권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허균(許鈞)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했고, 우리문화연구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문화재감정위원, 심사평가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 민예

미술연구소장으로 재직중이라 합니다.


저서로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십이지의 문화사>, <궁궐장식,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상징하다>, <전통문양>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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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옛그림, 알고 생각하고 보고 싶은 것을 그리다.


오늘날 전통시대의 그림이나 장식미술을 보면 과거 선조들이 자연과 인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고, 무엇을 생각하며 삶을 살았으며,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느꼈는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조선시대 화가들은 추운 겨울에도 하경산수(夏景山水)를 그렸고, 한여름에도 설경산수를

그렸다. 또한 중국 땅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도 동정호 주변의 소상팔경을 그렸고,

주자가 은거했던 무이구곡을 그렸다. 그리고 신선을 본 적이 없어도 그들이 사는 곳이야

말로 그지없이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선계(仙界)의 정경을 즐겨 묘사했다.


이것은 우리 옛 화가들이 대상을 직접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고

보고 싶은 것을 그렸음”을 말해준다.


서양 사람들은 어떤 존재를 대할 때 있는 그대로 보고 그것에 직접 결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대상을 바라보되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주관적

감성으로써 관조했다.


★ 미루어 헤아리는 능력, 비량(比量)


굴뚝에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보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미루어

헤아리는 능력, 즉 비량(比量)이다.

눈에 보이는 연기는 영상(映像)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추론해서 아는 것이다.

말하자면 굴뚝 연기는 불을 지핀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귀띔이자 암시이며, 또한 상징이다.


이 원리를 옛그림에 적용해보면, 눈에 보이는 경치 인물 등 모든 소재들은 굴뚝의 연기와

같은 영상에 해당한다. 이 암시적 영상인 소재를 보고 감상자는 비량을 통해 그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거기에 공감하며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지에 들기 위해서는

감상자가 작가와 인식을 같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옛그림을 이해하는 첫 번째 방법, 고전을 가까이 하는 것


우리나라 그림의 역사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시작되어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치면서 한국적

미술 문화를 꽃피웠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그림은 대부분 조선시대

에 제작된 것이다. 인도 미술을 알려면 힌두사상을 알아야 하고 신라와 고려의 미술을

보려면 불교를 알아야 하듯이, 조선시대 미술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유교사상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유교경전이 있지만 특히 <서경>과 <시경>은 조선시대 그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서경>은 중국 고대의 정치 문서를 편집하여 서술한 책으로 오랫동안

한자문화권에서 국가 통치의 귀감이 되었다.

한편 <시경>은 문학적 색채를 띤 책으로, 동아시아 시가문학의 원류이자 지혜의 보고이다.

경복궁의 “경복”은 시경에서 따왔고, “용비어천가”도 시경의 시형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문학 뿐아니라 그림 방면에도 시경의 영향은 컸다.


★ 상고주의(尙古主義) ; 옛그림을 볼 때 잊지 말아야 할 것


옛그림을 감상할 때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유교 역사관의 핵심 원리인 상고주의다.

선대 문물과 조상들의 사상과 행적을 존중하는 상고주의 사상은 유교의 영향력에 비례해

유교사회 구성원들의 사고를 지배하게 되었다.

옛사람들에게 “고” 즉, 하,은,주 삼대는 이상사회였으므로 항상 도달해야만 하는 지상목표

였다.


선대 인물 행적과 일화를 다룬 고사인물화는 말할 것도 없고, 매난국죽을 줄기하체 그렸던

것도 그것이 가진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견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이들 식물을 사랑한 선대

성현들의 정신세계를 흠모하고 추종하려는 심리에서 그리고 또 감상했던 것이다.


★ 길상사상(吉祥思想) ; 옛그림의 배후에 있는 것


길상사상은 민간은 물론이고 왕공귀족이나 양반 계층 등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가졌던 사상이다. 특히 장식미술 분야에서는 길상사상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 대종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상사상의 내용은 크게, 복(福), 녹(祿), 수(壽)로 나누어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자손과 풍부한 재물을 가져서 귀하게 되고 평안한 삶을 오래 누리는

것을 인생 행복의 제일로 여기는 사상이다.


옛사람들은 모든 현상계의 길흉화복과 흥망성쇠가 신령이나 오행의 운수, 천지의 기운

과 같은 초자연적 자연물인 길경지물(吉慶之物)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는데, 예컨대

십장생, 모란, 연꽃, 잉어, 백동자도를 그린 길상화가 그런 사상의 소산이다.

불로장생에 대한 염원은 신선사상을 낳았다. 신선도나 도석화 등의 길상화가 신선

사상의 소산으로 나타났다.


★ 소재를 알고, 그 상징을 깨달으면 옛그림이 훨씬 가까워진다.


그림은 기본적으로 시각적 소재를 통해서 화의를 표현하는 예술이다. 옛그림의 소재는

산수를 비롯해서 인물, 화조, 동물, 기물, 과일, 채소 등 다양하다. 그런데 화면에

등장한 모습은 화가들이 직접 본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의 소재는 그것이 비록 자연물일지라도 자연 그 자체가 화가의 뜻을

표현하기 위한 가형이자 상징형이라 말할 수 있다.


★ 옛그림을 안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문화를 안다는 것


옛그림의 배후 사상, 그리고 소재가 갖는 상징적 의미와 그림의 화의를 바로 읽는

것은 동시대 사람들과 인식을 공유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것이 그림이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사고 구조를 이해하는

하나의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옛그림과 장식미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미술품 하나하나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히는 차원을 넘는 민족 문화의 이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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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의 옛그림, 미술을 보는 법에 대한 전통미술 전문가의 견해를 함께

보았습니다.


우리 고미술은 고구려 벽화부터 흘러오지만 거의 대부분 남아있고 접할 수 있는 것은

조선시대 미술품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조선시대 미술이 우리의 옛그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러한 조선의 미술을 알려면 먼저 그 바탕인 유교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량이라는 용어를 배웠는데, 이는 굴뚝에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아궁이에 불을

지핀 것을 추측하는 것처럼, 어떤 소재를 보고 미루어 그 시대의 화가의 생각과 느낌을

공감하는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우리 선조들은 서양처럼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한 대로 보고싶은 대로, 느낀 대로 그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옛그림을 아는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로 “상고주의” 즉 옛 것을 숭모하고 따르려는

마음, 또 하나는 “길상사상”, 즉 길하고 흥하는 소재를 즐겨 그려서 많은 자손과 풍부한

재산을 누리면서 인생을 살고자 하는 욕구를 담았다는 것입니다.


미술을 비롯한 음악, 무용 등 예술 분야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따라

보이지 않던 부분을 보고 알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주로 서양미술에 대한 관심이 드높은 현대에, 우리의 옛미술에 대한 관심도 반드시 필요

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선조, 조상들의 삶과 생각, 느낌을 함께 공감해 보는 것도

참 의미가 있는 일이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평안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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