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의 오페라 여행>
“오페라를 위한 금난새의 친절한 안내”
강 일 송
오늘은 음악 중에서도 오페라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금난새 지휘자가 그 특유의 친화력 있고 호소력 있는 전달
능력으로 접하기 쉽지 않은 분야인 오페라를 편안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자인 금난새(1947~)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후 베를린 음대에서 라벤슈타인을
사사했습니다. 1977년 최고 명성의 카라얀 콩쿠르 입상 후 유러피언 마스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거쳐 모스크바 필하모닉, 독일 칼머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습니다.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해설로 클래식 음악 해설의 신기원을 이룬 그는
서울예고 교장에도 취임했고, 한경필하모닉의 초대 지휘자 겸 예술 감독으로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오페라의 전반적인 내용과 그 중 유명한 오페라 중 하나인 <카르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 오페라란
오페라는 라틴어로서, 작품이라는 뜻을 지닌 ‘Opus'의 복수형입니다. ’작품들‘이라는 뜻
그대로 오페라는 여러 음악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된 것이지요. 더 넓게는 이 단어를
음악, 미술, 연극 등 여러 장르의 예술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을 지향하는 무대극이니까요.
하지만 오페라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요소는 어디까지나 음악입니다. 오페라 창작의
중심은 작곡가이지요. 나머지 요소는 작곡가의 의도에 맞추어집니다. 대본 역시
마찬가지지요.
★ 르네상스가 낳은 오페라
오페라는 후기 르네상스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르네상스란 고대 그리스의 인문주의를
부활시킨 운동으로서,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지요. 유럽인들은 오랜 중세
암흑기를 거치면서 점차 이성에 눈을 뜨게 되었고, 회화, 조각, 건축 등 미술 분야에서
먼저 찬란한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역사적으로 음악은 문학이나 미술 등의 문화예술 분야보다 언제나 뒤쳐져서 발전해
왔지요. 사실 오페라 이전의 음악은 매우 단조로웠습니다. 그레고리오 성가 이후
단선율의 음악만이 존재해오다가 12세기 말에 이르러 교회음악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합니다.
★ 최초의 오페라
1537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부유한 금융가였던 바르디 백작의 저택에 몇몇 예술가와
귀족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카메라타(작은방)’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음악과 연극,
춤이 어우러지는 고대 그리스의 극을 되살리고자 연구를 거듭했지요. 그 결과
오페라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야코포 페리 작곡의 <다프네>가 탄생합니다.
이 최초의 오페라는 기록으로만 남아 있을 뿐 악보가 전해지지 않아 아쉽게도 그 내용을
파악할 길이 없습니다. 독창에 간단한 반주를 곁들인 단촐한 음악극이었으리라
추측할 뿐이지요.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1567-1643)가 1607년에 작곡한 <오르페오>는 오페라다운 면모를
비로소 갖추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오페라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최초의 오페라로 평가됩니다. 이 곡은 악보가 전해질 뿐 아니라 성공을 거두자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지게 됩니다.
★ 이상한, 그러나 매력이 있는 장르
오페라는 사실 이상한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억지스럽습니다. 하지만 오페라는 계몽 시대 이후에도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인기가 식지 않았는데, 도대체 오페라의 무엇이 이토록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요?
오페라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 등 인간의 감정을 극대화하여 표현합니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내어 보여주지요. 그런 극적인 표현이 가능
한 것은 오페라가 노래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좋은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또한 종합 예술로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도 오페라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오페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문학, 연극, 미술, 등이 어우러지는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무대로 관객의 청각과 시각을 사로잡습니다.
관객들은 오페라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또한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졌던
적나라한 내면 세계를 체험하게 됩니다.
◉ 카르멘, CARMEN
-- 조르주 비제(1838-1875)
; 조르주 비제는 1838년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음악가 집안이었지요.
아버지는 성악교사,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비제는 천재성을 일찍이 보여
4세 무렵부터 피아노와 기초 화성을 배우기 시작했고 9세가 되자 부모는 비제에게
더 가르칠 것이 없게 되지요. 최연소로 파리 음악원을 규정까지 바꾸어가며 입학한
비제는 17세게 교향곡 1번 C장조, 칸타타 <다윗>으로 로마 대상 2위를 한 것이 18세,
<클로비스와 클로틸드>라는 작품으로 마침내 로마 대상을 거머쥔 것이 19세 때의
일입니다.
★ 카르멘, 자유로운 사랑을 원했던 집시 여인의 비극적 죽음
<카르멘>의 배경은 1820년경 세비야입니다. 세비야는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안달루시아
지방의 수도이지요. 한때 무어인이 통치했던 곳이라 아랍문명이 섞인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도시입니다.
카르멘은 당대의 두 거장, 바그너와 베르디의 오페라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신화나 귀족
사회가 아닌 하층민들의 리얼한 삶을 소재로 한 데다, 그 스토리도 파격적이었지요.
순수한 활기와 서정으로 가득찬 카르멘은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오페라에서 카르멘은 팜므파탈답게 어리숙한 군인인 돈 호세를 노골적으로 유혹합니다.
사실 얌전한 돈 호세는 정숙하지 않은 카르멘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카르멘이 부르는
유혹의 노래에 돈 호세는 마음을 빼앗깁니다.
하지만 카르멘은 새 연인(투우사)인 에스카미요에게 가버리게 되고, 순진했던 돈 호세는
질투심으로 죽음까지 불사하는 극단적인 위험을 자초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카르멘은 한 남자에게 속박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돈 호세가 함께 가자고 할 때, 그가 준 사랑의 반지를 그의 발밑에 내던지게 되고
돈 호세는 이성을 잃고 칼로 카르멘의 배를 힘껏 찌릅니다. 이 순간 투우장에서는
팡파르와 함께 합창이 울려퍼집니다. 돈 호세는 망연자실, “나를 체포하시오. 내가
그녀를 죽였소, 카르멘! 사랑하는 나의 카르멘!!”
투우장의 축제 분위기와 비극적 사건을 대비시킨 카르멘의 엔딩은 강렬한 전율과 여운을
느끼게 하는 손꼽히는 명장면입니다.
==============================================================
오늘은 우리 시대 뛰어난 마에스트로 중의 한 분인 금난새 지휘자의 편안한 설명
을 곁들인 오페라에 관한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오페라는 우리가 흔히 접하기 어려운 영역의 음악분야이기도 하고, 오페라에서
분파된 뮤지컬이 훨씬 요즘 대중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입니다. 뮤지컬
배우는 스타가 되기도 하고, 브랜드 파워를 자체적으로 가지고 다양한 공연에
참여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금난새 저자에 의하면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기까지 한 오페라가 그토록
오랜 세월 사라지지 않고 존속되어 오고, 오히려 관객이 늘어나는 것은 오페라
만의 훌륭하고 멋진 매력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내면에 드러나지 않던 감성 세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음악의 감동이 이에 더하여져서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찾게
된다고 하지요.
역사적으로 오페라는 르네상스와 함께 나타났다고 합니다. 역시 르네상스는
서양 유럽문명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건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고대 인문의 부활이 결국 고대 그리스의 극을 되살렸고, 이것이 오페라의 원형이
됩니다. 예술의 장르 중, 음악이 다른 미술 등의 영역보다 변화가 항상 늦다는
저자의 지적이 날카롭고 흥미롭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 오페라 작곡가와 작품 중, 3대 오페라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불멸의 작품 <카르멘>을 소개하였습니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집시 여인 카르멘의 삶을 통해 인간 삶의 사랑과 열정, 질투
등의 인간 면모를 보게 됩니다. 이전의 귀족이 부르주아의 성향에 맞는 오페라
가 주류였다면, 카르멘은 과감하게 저잣거리 서민들의 일상으로 오페라가
들어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오페라의 곡으로
도나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흘리는 눈물"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 등이 생각이 나는군요.
한번 카르멘을 비롯하여 다양한 곡을 유튜브에서 감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권유합니다.
음악과 함께 행복한 한 주의 시작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