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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

“미술사 아는 척하기”

by 해헌 서재

<Art Theory For Beginners>

“미술사 아는 척하기” -- 미술사 다이제스트


강 일 송


오늘은 미술에 대한 입문서를 한번 보려고 합니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역사와 이론, 미술가들을 소개하는 책인데

그중 미술이란 무엇인가, 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저자인 리처드 오스본은 철학자이자 저술가로서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과 에식스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하였습니다. 호주의 기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현재는 런던 미술대학교에서 미술 이론과 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친절한 철학, 쉽게 읽는 철학사>, <만화로 보는 프로이트> 등이 있고

최근에는 두 영역의 관계를 다룬 <미술 속의 철학>을 펴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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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이란 무엇인가


미술(art)라는 말은 라틴어 ‘ars'에서 유래한다. ars는 ’기술‘이나 ’기법‘으로 번역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만일 모든 시대와 문화에 맞는 미술의 범주를 찾는다면 ‘솜씨 있게’

혹은 ‘기술적으로’ 제시된 이미지나 대상이라는 개념이 적당할 것이다.


미술 이론을 전개하려면 미술의 본질을 생각해야 하며, 미술의 발전 과정과 미술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온 관례를 살펴봐야 한다. 미술의 본질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시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 미술 이전에 미술이 있었는가?


이집트, 아시리아, 그리스 등 초기 거대 문명 이전에 관한 기록은 많지 않다.

문자 기록이 생겨나기 이전의 것은 제작자들의 동기를 알 수가 없고, 오직 남아 있는

유산들을 우리 나름대로 해석할 따름이다.


우리는 구석기인이 그린 아름다운 동굴 벽화들을 볼 수 있지만, 그림을 그린 이유는

전혀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는 프랑스 서부의 앙굴렘에

있는 2만 7천 년 전의 그림이다. 피카소의 그림과 비슷하게 보여도 분명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이유로 그려졌을 것이다.


종교적인 문제나 제례 의식과 관련된 이유일 수도 있고, 시각 언어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털 많은 매머드를 잘 잡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동굴 벽화는 동굴 벽에 생긴 그림자를 따라 그린 경우가 많다. 그러자면 빛을

비출 불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또한 동굴의 음향 효과가 특이한 점을 감안하면

주문을 외거나 노래를 부르려고 동굴을 이용했을지도 모른다.


★ 미술 이론이란?


미술 이론에 관한 가장 확실한 출발점은 미술이 무엇인지 서술하는 것이다.

재치가 뛰어났던 오스카 와일드(1854-1900)가 한 말이 있다.


“위대한 미술가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그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았다면

미술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와일드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미술가는 보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다.’

‘미술은 실재를 재현하지,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미학 이론은 어떤 사물이나 경험을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미술품을 그 자체로만 평가하지, 목적이나 기능에 견주어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미술품들은 매력적이거나 아름답지 않으며, 그렇게 만들 의도도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추하거나 약간 조잡한 작품도 많다.


아름다운 무언가가 미술이라는 이론은 한때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게 되었다.


★ 미학이란


사람들은 미의 암호를 풀 이론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어떤 ‘대상’ 혹은 그

대상에 대한 ‘반응’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서양 미술사의 초기부터 미를

다루는 다양한 사상이 존재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그리스인에게서 미는 기능과 비례의 문제라는 생각이 나왔고,

이 생각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 미는 진리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세프츠베리 백작(1671-1713)은 저서 <인간,풍습,의견,시대의

특징>에서 ‘모든 아름다움은 진리’이며 미와 선은 같다고 했다.

그에게서 미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미는 사물의 형식 안에 내재하며, 감각이 아니라

정신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는 미술가란 미를 드러냄으로써 도덕적 진리를 포착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숙련된 기술자라고 보았다.


이것은 의미심장한 주장이다. 미는 더 이상 마음에 드는 장식이나 보기 좋은 사물과

상관 없었고, 절대적이고 도덕적인 기준이 되었다. 그럴 때 미는 곧 선이다.


★ 미적 판단


18세기에는 미에 대한 생각들이 새로운 활기 속에 재검토되었다. 독일 철학자인

알렉산더 바움가르텐(1714-1762)은 ‘미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미학, Aesthetics'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바움가르텐은 1735년에

처음으로 ‘미학’이라는 말을 현대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이 용어는 지각을 뜻하는 그리스어 ‘aesthesis’에서 유래했다.


바움가르텐은 사물을 아름답고 기분 좋은 것으로 만들거나 추하게 만드는 것,

혹은 ‘기교’가 아닌 ‘순수’ 미술로 만드는 것을 사유하기 위해서 이 말을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거의 같은 시기에 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1697-1764)도 <미의 분석>

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미가 ‘적합성’, ‘타당성’, ‘우아함’이라는 상식적인 믿음을 피력

했다.


그는 ‘배가 순조롭게 항해하면 선원들은 그 배가 아름답다고 한다. 이처럼 두 이념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고 하였다.


★ 팝아트와 미술의 종말


미국 철학자이자 비평가 아서 C. 단토(1924-2013)는 1964년 스테이블스 갤러리에서

앤디 워홀의 조각 <브릴로 박스>를 보았다. 단토는 <브릴로 박스>를 자본주의가

대량 생산하는 포장과 상업의 새로운 세계에 흠뻑 빠진 한 예술가의 상징이자

‘예술의 종말’을 대변하는 표본으로 받아들였다. 예술에 대한 낡은 정의와 이론

들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브릴로 박스>는 독창적이지 않다. 슈퍼마켓에 있는 것을 복제했을 뿐 예술가가 자기

손으로 만들지 않았다. 워홀은 자기 작업실을 ‘공장’이라고 불렀고, 조수들을 시켜서

실크 스크린 날염법으로 작품을 만들게 했다.


이는 단토가 미술 작품에 내재된 본질적 특성이 무엇인지 사색하게 만들었다. 단토는

작품이 미술의 지위를 갖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시대적 배경이 아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철학자 조지 디키(1926~)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무언가가 예술 작품이 되는 것은

예술가난 갤러리 같은 ‘예술계’의 제도가 예술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토는 여기에 더해서 작품이 스스로 예술의 지위를 획득해야 하며, 제도의 승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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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술 공부의 비기너(초심자)들을 위해 미술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이 있는 책이고, 제목은 출판사에서

자극적으로 "아는 척하기"라고 붙였지만 책 내용은 전혀 그렇게 가볍지 않은

책이었네요.


아주 오래전 원시시대의 미술부터 현대의 미술까지 미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이 책은 시작합니다. 왜 인간은 보기에 좋은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아름답다고 할까. 왜 인간은 적당한 비율, 예를 들어 황금비율 등을 보면

안정감을 느끼고 선호할까요.


고대의 미술은 자연의 위협이나 삶의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제례나 의식의 도구로 사용이 된 듯 합니다. 동굴의 벽화나 이집트의 그림들을

보면 그러하지요. 이후 그리스 철학자들은 미란 기능과 비례라는 개념을 제시

했고 이는 오래도록 유지되어 왔습니다만, 현대에 가까이 와서는 아름답다고

느끼기 힘든 작품들도 미술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마르셀 뒤상의 <샘>은 남성용 소변기를 떼어다가 미술작품이라고

말하고, 앤디 워홀은 대중적인 코드인, 켐벨 수프, 마를린 먼로, 코카콜라 등으로

대량생산하는 미술작품을 선보임으로 과거의 미적 관념을 무너뜨리지요.


17세기에 이르러 미는 선이 되었고 진리가 되었으며 절대적인 도덕적 기준이

되는 지위에 오르고, 드디어 바움가르텐이 처음으로 미학(aesthetics)라는 학문

을 만들어냅니다.

18세기의 윌리엄 호가스가 말한 것처럼 배가 순조롭게 항해할 때 선원들은 그

배가 아름답다고 한 것은 미는 우리의 생존과 안전과도 연관이 되어 있음을

알게해 줍니다.


20세기 중반 비평가 아서 단토가 현대의 팝아트를 보고 느낀 충격은 현재 우리

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피카소의 난해한 그림, 현대 추상미술의 설치물,

만화같이 그린 작품 등이 수백 억 이상 호가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미술이란

무엇이며, 내가 미술에 대해 무얼 잘 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잡히게 합니다.


하지만 결국 미술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이 보고 느끼는 것입니다.

즉, 사람을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이고 시대별로 그 시절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미술이고 예술 작품이지 않을까 합니다.


소변기를 미술 작품이라고 인정받게 하고, 만화그림이 작품이 되며, 통조림

표면에 붙은 상품라벨이 훌륭한 예술 작품의 지위를 얻게 하는 미학의 변천.

이는 바로 지금 현대의 대중의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코드를 미리 앞서

가는 예술가들이 짚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니다.


마지막으로 천재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미술가들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보는 것으로 마치려고 합니다.

"위대한 미술가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그렸다면

그는 미술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즉, 미술은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의 본질에 대한

사람의 생각과 느낌, 철학 등을 자신의 방식으로, 그 시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고 교류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나름의 정리를 해봅

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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