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만큼 들리는 클래식 >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中
강 일 송
오늘은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뭔가 클래식하면 어려워 보이고
멀어만 보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훨씬 더 가까이 느껴지는 것이 또한
클래식 음악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 책의 저자는 최은규 음악평론가는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바이올린 전공을 하고 동대학원 음악학 석사(음악이론) 및 서양음악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부천 필하모닉오스케스트라 상임 단원을 거쳐 공연기획과 음악후원
사업에 경험을 쌓았고 음악칼럼니스트, 음악평론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오늘 여러 내용 중 몇 가지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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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발디의 <사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는 오늘날 가장 유명한 클래식
명곡 중 하나다. 휴대폰 벨소리와 컬러링 음악으로도 애용되고 있는 비발디의 <사계>의
매력이라면 역시 귀에 쏙 들어오는 밝고 명랑한 멜로디나 ‘겨울’ 협주곡 2악장의 친근하
고 편안한 선율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비발디의 생동감 넘치는 선율은 비발디가 태어난 이탈리아 베니스의 찬란한 햇빛을
닮았다. 비발디는 본래 베니스의 성 마르코 대성당 소속 바이올리니스트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 음악에 친숙했고 그 역시 매우 뛰어난 바이올린
주자였다.
신앙심도 깊었던 그는 15세의 나이에 신학교에 입학해 25세에 사제로 서품된 가톨릭의
사제였다. 그러나 몸이 약해 사제로서 미사를 집전해야 할 의무를 해낼 수 없게 되자
‘피에타’라는 고아원의 음악책임자로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수많은 바이올린
협주곡과 오페라, 종교음악 등을 작곡했다.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그는 멋진 연주로 당대 사람들을 매혹시키곤 했는데, 그 중
비발디의 연주를 들어본 한 독일인 여행자는 “비발디의 연주는 나를 공포에 떨게 할
만큼 환상적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발디의 놀라운 연주와 작품에 대한 소문은
널리 퍼져 비발디는 어느새 ‘빨간 머리 사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가 베니스식 금발머리였던 까닭이다.
비발디의 <사계>는 사계절의 특성을 하나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만든 착상
자체도 재미있지만, 이 음악 속에서 들려오는 각각의 소리에 어떤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음악 속에서 바람소리나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며 어떤 장면을 떠올리거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연상할 수 있다면 음악을 듣는
재미는 몇 배로 늘어날 것이다. 바로 이런 묘사적이고 표제적인 특성으로 인해
비발디의 <사계>는 단지 들리는 음악만이 아니라 보이는 음악이기도 하다.
★ 18세기를 같이 살았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1732-1809)는 24년 연하의 모차르트(1756-1791)와는 세대를 뛰어넘는
친구로서, 38년 연하의 베토벤(1770-1827)에게는 엄격한 스승으로서 빈 고전주의
음악의 전통을 세운 음악가다. 그러나 그의 삶은 모차르트나 베토벤과는 매우 달랐다.
모차르트가 위대한 음악가로서 최초로 프리랜서를 선언했고, 베토벤은 독립 음악가로
성공적인 삶을 영위했던 반면, 하이든은 생애의 대부분을 궁정에 소속된 궁정음악가로
살아야 했다.
하이든이 살던 시대에는 음악가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기에는 음악시장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음악가들이 먹고살 길은 오로지 큰 궁정이나 교회에 소속되어 그들에게
종속된 삶을 사는 방법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이든은 바쁜 가운데에도 궁정악단 단원들을 인자하고 따뜻하게 대했고, 마치 친아버지
처럼 단원들을 보살펴 주었기에 단원들은 하이든을 ‘파파 하이든’이라 불렀다.
하이든은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만의 독창적인 개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실내악
작품이 바로 <러시아 4중주>다. 러시아의 대공 파벨 페트로비치에게 헌정되어
<러시아 4중주>라는 별명을 가진 이 작품은 뛰어난 작품성으로 인해 후배 작곡가인
모차르트에게 강한 영감을 주었다. 본래 천재성으로 전혀 고민 없이 쉽게 작곡하는
음악가로 유명하지만, 대 작곡가 하이든에게 헌정하기 위해 <하이든 4중주>를 작곡할
때만큼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가 존경하는 하이든의 앞에 내놓기에 부끄럼이
없는 완벽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으리라.
하이든과 베토벤의 관계는 순수한 우정을 나눈 모차르트와의 관계에 비해 다소
껄끄러웠다. 고전적인 균형미를 중요시했던 하이든에게 있어 규칙을 벗어난 베토벤의
음악은 다소 불편했던 모양이다. 서로 음악적 관점의 차이로 어쩔 수 없는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 하이든의 영향은 베토벤의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하이든은 거의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해 참을성 있게 꾸준히 작업하는 대기만성형의
작곡가였으며 실생활에 있어서도 근면하고 규칙적이었다. 반면 모차르트는 조숙한
천재로서 방황하는 성격과 불안정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타고난 흥행사요 기교파
피아니스트이며 최고의 극작가였다. 베토벤은 하이든만큼 많은 수의 작품을 남기
지도 않았고 모차르트만큼 타고난 천재도 아니었지만, 작곡할 때마다 한 곡 한 곡
심혈을 기울여 썼기에 그의 작품은 완성도가 매우 높다.
이처럼 18세기를 살았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성격과 음악은 서로 달랐지만
그들 모두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18세기 고전주의 음악을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었다.
★ 장조 음악과 단조 음악의 차이
17세기 이래 서양고전음악은 장조와 단조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대개 장조 음악은
긍정적이고 안정감이 있는 반면 단조 음악은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전해준다고 하는데
그건 왜일까? 사실 장조 음악이 항상 긍정적이고 단조 음악이 항상 슬픈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그런 분위기를 주는 것은 사실인데 이는 음계의 차이 때문이다.
음계 자체만으로 보면 계이름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장음계를 바탕으로 한
장조 음악이나 ‘라-시-도-레-미-파-솔-라’의 단음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단조 음악이
왜 그리 다른 느낌을 주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으뜸음(제1음)과 가온음(제3음)
의 음정을 보면 장조와 단조의 결정적 차이를 알 수 있다.
장조의 경우 으뜸음인 ‘도’와 가온음인 ‘미’사이의 음정이 긍정적이고 꽉 찬 느낌을
주는 장3도이지만, 단조의 으뜸음인 ‘라’와 가온음 ‘도’ 사이는 어딘지 불안정한 느낌의
‘단3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단조의 음악이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감정적 색채가 짙은 단조 음악은 감정 표현을 중시했던 19세기 낭만주의 음악가들에게
특히 사랑받았다. 반면 18세기 고전주의 음악에선 단조로 된 음악작품은 장조에 비해
적은 편이다. 18세기 고전음악의 대가 모차르트 역시 단조보다는 장조를 애호했다.
그러나 많지 않은 그의 단조 음악작품은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들도 따를 수 없을 만큼
풍부한 감성과 강렬한 슬픔을 표현하고 있어 듣는 이들의 마음을 한껏 흔들어놓는다.
이제 음악을 들을 때 그 곡이 단조인지 장조인지 알아본 후 귀 기울여 잘 들어보자.
그러면 단조와 장조 특유의 느낌에 익숙해져 그 선율이 더욱 깊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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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편하고 흥미롭게 전달해주는 멋진 책을 함께 보았
습니다. 우리는 흔히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고 하지요.
어떤 사물이나 존재를 대할 때, 그 배경 지식이나 양식을 가지고 만나면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도 어렵다고 여기면 한이 없고,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공부해
보면 그 풍부한 감성의 선율에 몸을 맡기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3가지 정도 주제를 선정을 해서 이야기를 풀어 보았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비발디의 <사계>였습니다. 많은 매체에서도 나오고
가장 널리 알려진 클래식 음악작품이라고 하지요. 대중가요에서도 가수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이 사계의 겨울 악장을 인용해서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비발디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보다 더 윗세대였고, 바흐나 헨델보다도 몇 년 위이지요.
가톨릭 사제라 특히 종교음악에 더 매일 수 있는 입장이었지만 그의 작품은 가히 다음
세대를 이끌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지중해의 햇빛을 늘 받고 따뜻한 기후의 베니스
출신이라 독일 출신의 바흐 등의 음악과는 사뭇 다르지요.
두 번째는 대음악가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어떻게 같은 시대를 살면서 교류하고
소통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은 아버지와 아들
정도의 나이차였고, 서로의 개성이 너무도 달랐습니다. 하이든은 한 세대 위라 아직 음악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궁정음악가로 평생을 귀족에게 헌신하면서 자기 음악을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독립적인 음악가로 생활을 영위했지만 알다시피
모차르트는 천재성에 비해서 자신의 관리가 형편없어 단명하게 됩니다. 베토벤은 모차르트
에 비해 천재성은 떨어지나 각고의 노력으로 가장 높은 단계까지 오르게 됩니다.
마지막은 장조와 단조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사실 음악이론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어려워지는데, 간단히 말해서 장조는 밝고 긍정적인 음악이고 단조는 어둡고 서정성이
강한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렇게 생각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감성 표현을 중시했던 낭만주의 음악가들이 19세기에 즐겨
단조 음악을 만들었고, 그 이전의 고전주의는 장조 음악을 더 많이 만들었다 합니다.
이런 차이를 생각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도 음악감상의 하나의 큰 재미라는 생각입니다.
오늘 책은 음악평론가의 글이었는데, 단순히 음악만 전문가가 아니라 상당한 필력이
있어 읽기도 쉽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좋은 책이었습니다.
예술을 즐기는 첫 번째는 관심이고, 그 다음은 관련된 배경지식을 책을 통해 얻고,
공연 관람과 전시회 관람 등을 통해 실제 체험을 늘리며, 악기라도 하나 직접 배워본다면 예술은 우리 메마른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해 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