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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eping Jun 22. 2024

의도와 동기

하루를 보낸 후 작은 깨달음

해야 될 일들을 많이 끝냈다. 근래 들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꽤 많이 친해졌다. 


나는 아직 학생이니까 이런 기회가 많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분도 차츰 끝나가고 있다. 아마 내년이면 없을 것이다.


학교를 참 오래 다녔다. 대학원까지 포함하면 8년을 다녔다.

신입생들의 시험감독에 들어갔는데 8살이나 차이가 났다.

사실 내 나이가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조금 조바심은 났다.


시험지를 훑어보는데 나조차도 당장 쓰지 못할 문제가 몇 개 있었다.

그간 8년간 나는 도대체 뭘 한 거지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석사생활을 하면서 한 우물만 파다가 너무 기본적인 걸 잊은 게 아닐까.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칭찬하고 좋게 봐주는 편이다.

모르는 게 없다느니 부지런하다느니 열정을 가진다느니 그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 말을 듣다 보면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인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말을 듣는 건 나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스스로  잘 만들었던 걸 테지.


8년 동안 학교에서 지내다 보니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궁금할만한 것을 아는 것이고

부지런하기보다는 지루함에 자주 돌아다니기 때문에 눈에 자주 띄는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쫓기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나를 깎아내릴 생각으로 이런 일기를 남기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게 내가 바라고 좋아하는 이미지이다. 어찌 보면 나의 이상향처럼 보여서 기쁠 따름이다.


어찌 보면 가식적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가식이 꼭 나쁜 걸까 물어보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식()은 한자 그대로 거짓 가(假)에 꾸밀 식(飾)이다.

그 단어는 거짓을 꾸미는 일로 해석되는데 막상 가장 중요한 것은 의도라고 생각한다.


정말 남들을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우리는 가식을 발휘하는 걸까?

타자에게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그런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겠지만 

남을 속일 의도 없이 내가 보여지고 싶은 이미지를 피력하는 것은 나쁜 의도가 아니다.

이것은 극명한 차이이다.


의도는 동기에서 비롯된다. 그 사람을 좋아하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처럼

나는 원활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싶다는 동기에서 원만한 소통이라는 의도가 태어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동기에서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태어난다.

타인에게 어떤 극적인 이득을 얻고 싶어 하는 동기는 잘못된 의도를 만들어낸다.

증명된 것은 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시 돌아와서 오늘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운 식물이 들어오고 힘들게 일한 후 사람들과 술자리도 함께했다.

좋은 사람들은 보통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아니,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 것일 수 있겠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들의 의도는 자신들의 내면을 향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기술한 문장들은 모두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대중적으로 악한 사람도 분명히 있고

나쁜 의도를 가지고도 대중적으로 선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말이다.


나는 배움이 부족해서 더 이상의 얘기를 꺼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 좋은 사람들 사이에 끼여 즐겁게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나도 퍽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부드러운 생각을 하게 됨에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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