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 전 준비한 것
지난 7월 29일, 호주 여행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대다수 남자들이 갔다 오는 곳(?)에 다녀오느라 굉장히 오랜만에, 거의 2년 반 만에 탑승하는 비행기라 더욱 설렜다.
어떤 일이 생기면 또 여행을 안(혹은 못)가게 될까 2월부터 진작에 비행기 표를 예약해뒀다.
원래 여행 계획이랍시고 엑셀에 시간대를 줄줄이 테이블로 만들어 쭉 정리를 해두고 구글맵으로 리허설까지 해보는 스타일이지만, 전역 전부터 여행 직전까지 여러 미팅과 사업설명회 등으로 굉장히 바빠 거의 여행 하루 전까지도 굵직한 예약을 제하곤 해둔 것도 없었다.
아, 생각해보니 준비하던 게 없진 않았다. 면세점 온라인 쇼핑. 처음으로 면세점 온라인 쇼핑을 해보았는데 적립금을 신나게 7~8만원 정도 모아버려 돈을 여행 전부터 신나게 쓰고 시작했다.
지금 회사에는 면접 같은 프로필 소개를 던짐과 동시에 한 달 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주일짜리 해외여행을 간다고 말해놓았던 터라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덜어진 무게였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에 시작부터 무릎이 아팠다. (분명 스물둘까지만 해도 무릎은 안 아팠던 것 같은데)
숙박은 어디서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동안 웬만해선 호텔을 찾았지만 트렌드를 따라가 보자는 마음에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쉐어링 업체로 현재 카쉐어링 업체인 우버 다음으로 미국 비상장사 중 주식 가치평가 2위에 올라있는 유니콘기업)를 이용해보았다.
쉬웠는데, 생각보다 덜 쉬웠다. 가끔은 사진이 호텔들에 비해 형편없는 경우도 있었고 고퀄리티 사진은 또 너무 과하게 보정된 느낌이었다. 또 호텔들은 웬만해선 좋은 위치에 있지만 이건 집 아닌가. 핑계일까, 뭔가 내가 더 알아보아야 할 것이 많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호주 시드니 숙박은 에어비앤비에서 셋 정도 찾아 각 호스트들에 컨택을 해보았다. 정확한 침대와 방 구성을 위주로. 그리고 체크인 시간이 어느 정도 유연함이 있는지까지.
가격까지 고려해 노스시드니 쪽에 퍽 훌륭한 하버뷰를 자랑하는 숙소를 예약, 결제를 했다.
하지만 예약 1달 정도 이후 사정상 게스트를 모실 수 없게 됐다며 취소됐다. 며칠 후에 에어비앤비 본사에서 콜이 왔다. 당황스럽게도 미국인 직원한테서.
아무튼 콜을 진행하니 어떠한 이유에서 취소됐다며 매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결제금액의 10% 가 넘는 추가 크레딧을 받았다. 더 좋은 숙소를 알아볼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는 말이었다. 사실 더 찾기는 귀찮으니 "그럼 찾아줘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이 집 결제 전에 3개의 후보군을 두었었고 금액적인 부담으로 포기한 집을 추가로 받은 크레딧으로 예약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예약한 집. 역에서 도보 1분 정도이며, 신축 고급 아파트형. 층고는 한국 고급 주상복합보다 훨씬 더 높은 3m 정도는 되는 걸로 느껴졌다. (최소 2.7m 는 된다) 사실 5인용인데, 그냥 5인분(?) 금액을 다 내고 통째로 빌렸다.
한 번 취소되어 귀찮아졌던 부분을 제외하고, 꽤나 비싼 청소비와 에어비앤비 중개 수수료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만족할만하다. 왜냐면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처음 볼 때 1박당 가격이 보이는데 청소비와 수수료를 포함하면 이 가격과 꽤나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에어비앤비가 색다른 경험에서 너무 좋았기 때문에 좀 길어졌다. 아무튼, 시드니에는 현지시각으로 이른 아침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Optus 매장을 찾아 pre-paid SIM 카드를 구입했다. Optus 매장은 Vodafone 매장 맞은편에 위치한다.
이미 여행 전에 찾아볼 때도 옵터스가 낫다 하여 그렇게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Melbourne 에 거주하는 지인이 옵터스 사용에 불편함이 전혀 없다기에 결정을 굳혔다.
금액은 요금제마다 다르지만 하루에 2 AUD(한화 1800원 이내)인데, 하루당 4G LTE 데이터 500MB 와 호주 국내용 통화 문자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기 결제 시 최소 밸런스는 10 AUD 로 거의 유일하게 한국 물가에 비해 굉장히 저렴하다.
호주의 대중교통은 한국의 티머니, 후불형 교통카드를 절반쯤 따라오고 훨씬 좋은 혜택을 품고 있는 오팔카드 구입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이 또한 공항에서 나와 스토어에서 구입하면 activate 따위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의 금액에 해당하는 카드를 구입해 쓸 수 있다.
혹, 여행 중이나 워킹홀리데이 기간 중 금액을 다 썼다면 티머니 충전하듯 오팔카드 top up 을 지원하는 편의점이나 지하철 역 머신에서 충전할 수도 있다.
오팔카드의 혜택은 대단하다. 여기까지 보면 호주의 물가가 싼 줄 착각하기 쉽다. 여기까지다. 이제 지갑 속 돈이 신나게 샐 차례가 됐다.
1. 한 주에 8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 이후의 교통수단은 모두 무료
2. 하루 최대 15달러까지만 결제가 이뤄지며 그 이후는 모두 무료
3. 일요일은 2.5달러까지만 결제가 이뤄지며 그 이후는 모두 무료
사상 최악의 푹푹 찌는 한국 더위를 피해 남반구로 잘 도망 왔다고 생각 드는 순간이었다.
장시간 비행에 지친 몸을 잊을 수 있게 최고의 날씨가 나를 맞아주었다.
너무 일찍 도착해 짐을 들고 있는 상태로 공원에서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체크인 시간이 오후 2시였는데, 10시에 도착했던 것이다. 호스트와 통화를 통해 11시 체크인으로 조정을 해주었지만.
Museum Station 이 곧 나의 집이라 해도 무방한 정도의 숙소 위치였기에 딱히 짐을 끌고 다니는데 힘든 건 없었다. 심지어 이 역은 Central Station 과도 딱 한 정거장 거리라서 교통 또한 굉장히 편리하다.
주인과 통화하고 직접 만나 키까지 받고 오전 11시쯤 해서 짐을 내려놓고 주변을 걸었다.
Hyde Park 를 천천히 걸어 지나, St.Mary's Cathedral Church. 그니까 세인트 마리 대성당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 인근 보도에서 맑은 날씨와 물에 비친 모습이 예뻐 담아보았다.
사실 대성당 내부는 제대로 찍지 못했다. 찍긴 찍었는데 사진기보다는 내 마음에 더 깊숙이 담아두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사진에 그 웅장하고 홀리한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종교가 없어서인지 관심이 없어서인지 한국의 성당엔 가보지 않았지만, 타국에서는 꼭 가보는 곳이 지역에서 유명한 성당.
시드니에서는 마리 성당에 가보았다. 유럽에서의 여러 대성당, 혹은 바티칸의 대성당과 비교했을 때 특출 나게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없었지만 내가 나이를 더 먹어서인지 조금 더 숙연해졌다.
NSW(뉴사우스웨일즈) 주립 도서관 앞에서 흰 비둘기로 보이는 두 친구가 사람을 역시 안 무서워하길래 가까이 담아보았다. 찍다 보니 한 마리가 살짝 다가와 날 쳐다본다.
호주에 와서 가장 놀란 부분이 사실 시민의식이다. 어느 국가든 담배를 길거리에서 피우는 것이 한국만큼 욕먹는 곳은 아마도 많이 없어(사실 매우 찬성하는 부분) 호주의 길거리 담배는 칭찬해줄 수 없지만, 자동차와 보행자와의 관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무단 횡단만 아니라면, 특히 비보호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면 자동차가 얼마가 밀려있든 상관없이 오직 나 한 명만 기다리고 있어도 무조건 멈춰 선다. 그리고 건너가라 손짓한다.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경험하긴 했었는데 이 정도로 보행자 100% 양보는 처음 겪었다.
너무 피곤해서일까, 막 아름답게 담아내진 못했다. 지금 보면 카메라 세팅에서 매우 아쉬움이 있는 사진 둘인데 그래도 직접 내 두 눈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보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또, 책 같은 평면으로 이 독특한 형태의 오페라하우스를 느끼긴 어렵다. 내가 직접 움직여가며 이 입체감을 느껴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두 장의 사진 중 하단 사진에서 오페라하우스 좌측으로 보이는 다리가 바로 하버브리지이다.
휴가가 짧아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를 여행하기엔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도 보고 여러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결국 스케줄에서 제외됐다.
그 대신 그 일정은 첫 저녁을 시드니 Circular Quay 에서 디너 크루즈를 즐기는 것으로 대체했다.
막 고급도 아니고 그렇다고 초저가는 아닌, 무난 살짝 이상 클라스의 크루즈를 탔다. 아마 여기서 출발하는 페리급 크루즈 중에선 고급일 듯싶지만.
3시간 정도의 3코스 스테이크 식사 + 크루즈 투어였는데, 일본계로 보이는 사진기를 든 노인이 시작부터 사진 촬영을 해주신다. 예상대로 일단 인화한 사진을 들고 와 강제하지 않는 사진 구입 권유를 당했지만.
아, 스테이크는 맛있진 않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고급스러웠던 크루즈 내부가 퍽 만족스러웠고 선상 파티 또한 괜찮았다. 이 배도 그렇고 공중화장실도 그렇고 어떻게 호주는 하나같이 죄다 화장실 핸드드라이어가 다이슨 드라이어인지 모르겠다. 고로 한국의 그것과는 수준이 다르게 10초면 정말 다 마른다. 역시 부유한 국가다.
크루즈의 출발과 동시에 기타와 건반을 담당하는 형님들 두 분이 시작을 알리고 곧 노래를 시작한다. 그 이후 거의 끝날 때까지 분위기를 맞춰주는데, 적당히 만족스럽다.
정확히 3시간이 되어 크루즈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음 날 블루마운틴을 향하기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