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제꼴(Grandes Ecoles)
프랑스에는 독특한 대학 체계가 있다.
어느 정도 평준화가 된 대학(Université)들과 각 전문 분야별로 잘게 쪼갠 학석사 통합 엘리트 양성 교육기관인 그랑제꼴(Grandes Écoles)이 있단다.
수업 비용과 현지 체류와 교통 관련 일체, 비행기 왕복 비용까지 (거의)전액 서포트해준다고 메일을 받아 그간 너무 바빴던 몸을 식혀주기 위해 기꺼이 프로그램에 몸을 담가보기로 했다.
정말 급히 출국 보름 정도 이전에 확정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고 계속 회사도 짧게 갔다 오고 다른 프로젝트들에 얽혀 있어 여행이고 뭐고 스케줄을 짤 겨를은 없었다.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의 스쿨이 그랑제꼴이다. 처음으로 Engineering 전문 교육기관에서 개인적으로는 무료로 수업을 들어보게 됐다. 영광이다.
"Become A Maker"라는 이름으로 본 프로그램이 기획됐는데, 프로그램 이름만큼이나, 파견기간만큼이나 엄청난 것을 배운다기보다는 경험을 위주로 마음을 준비했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7시간의 시차 적응이고 뭐고 난 항상 늦게 잤으니 큰 피곤함은 없이 잘 자고 등교했다.
잠귀가 많이 민감한 터라 귀마개를 하고 잔 덕이 클 것이다.
공항에서 캐리어 바퀴가 부서진 상황에서 유럽, 특히 프랑스의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은 날 정말 힘들게 했다.
캐리어 없이 가벼운 손으로 아침에 나와 본 아파트 입구는 예뻤다.
첫날 Welcome Breakfast와 OT 이후, 수업 없이 점심을 먹고 Bateaux Mouches(바토무슈)를 즐기러 갔다.
바토무슈는 파리의 센강 위에서 유람선을 타고 강변을 둘러보는 일종의 필수 여행 코스랄까, 필수다. 이전에 파리에 왔을 때도 탔다.
바토무슈를 타러 가는 길에서는 노틀담 성당을 볼 수 있었다.
근데 사실 리드했던 로컬 사람들도 길을 많이 헤맨 탓도 있겠지만, 해가 너무 뜨거워서 딱히 내키지는 않았다.
바토무슈를 타고 보는 에펠탑의 모습.
언제 봐도 사이즈와 디자인은 바쁜 한국에서의 생활로부터 어디론가 나와 있다는 마음을 준다.
여기서도 바쁠 줄은 몰랐다.
바토무슈 투어로 오랜만의 센강을 구경한 이후, 로컬 친구의 리드를 따라 저녁을 먹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다른 국가 친구들과 메뉴 통합이 되지 않아 그룹을 나누어 식사를 진행했다.
나는 프랑스 요리를 먹는 것으로 정했다. 옛날에는 해외에 나가면 스테이크만 먹었었지만, 20대 중반이 되면서 현지에 오면 현지 음식도 먹고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가맹점 음식들, 특히 현지화된 패스트푸드)을 먹어보자는 생각이 생겨서 달팽이를 먹어보기로 했다.
근데, 맛은 골뱅이와 비슷한 걸로 합시다.
조명 상태를 보면 느낄 수 있지만 레스토랑은 고급스럽지 않았어도, 4코스 요리를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먹을 수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DAY 이후에는 정상 수업이 진행됐다.
Paris 의 E-Smart Lab 에서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소양을 다시 잡고 Robotics 기초를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추후에 Lille 에서 3D Printing과 Robotics 기초를 함께 진행할 줄은 몰랐다. 어렵진 않았지만, 몰랐다.
무엇보다 재밌던 부분이 교수님들이 정말 젊은 편이고 수평적으로 리드해주셔서 굉장히 수업을 듣는데 부담이 없었다. 랩 학장님은 DJ로도 활동하고 계신다며 때로는 수업 쉬는 시간에 본인의 Playlist를 틀어주시기도 했다.
"아카데미"스럽지만, 학교다.
바로 좌측 룸에서 French 클래스를 진행했다.
'더 많이 배웠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파리의 스타트업들을 위주로 Site Visit이 굉장히 많았는데, 관련해서는 따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한 5년 만에 아두이노를 접해서 신나 스틱 갖고 노는 모습을 찍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