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보아야 더 예쁘다
짧은 뉴질랜드 남섬의 밀포드사운드, 퀸즈타운 여행을 마치고 오클랜드로 들어왔다.
오클랜드는 뭔가 굉장히, 자신이 없었다. 여러 날을 투자해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 장소인 호비튼 방문도 해보고, 인근 와이너리에 가서 여러 체험도 해보려고 했다.
아쉽게도. 안타깝게도. 시간이 허용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체크인을 마쳤다.
마그네틱 카드가 로비에서 태그 할 때는 작동하였으나, 현관에선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오클랜드 여행에서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하였으나 호텔이었기 때문에 호텔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이전에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 급한 상황에서 컨택이 바로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숙소는 24층이었는데 직접 올라와 마스터키로도 작동을 해보고 우리의 카드키로도 작동을 해가며 문제점을 찾아보았다.
그냥 보기엔 문제가 없었으나 살짝 내부 코일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작동이 되도록 적당한 속도로 카드 스와이핑을 해주어야 했다.
어서 짐들을 내려놓고 바로 뒷동산. 공원을 찾아 올라가 보았다.
이번 여행 전까지 뉴질랜드 수도를 오클랜드(Auckland)로 잘못 알고 있었다.
뉴질랜드 수도는 웰링턴(Wellington)이다.
어, 그렇다면... 뭐가 있을까. 타국과 마찬가지로 수도가 아니라도 볼 것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무작정 나갔다.
이름이 Albert Park 였다.
볼 것이 많다기보다는 도심 속 언덕 위 공원이 또 새롭게 다가왔다.
오클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날씨도 흐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이 곳, Albert Park 는 흐리기만 했다.
체크인 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바깥에서 버린 1시간이 넘는 시간, 공항에서 여기까지 온 40~50여분을 더하니 어느새 저녁 먹을 때가 됐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알려준 맛집을 가보기로 한다. 맛있는 피자와 파스타가 가격도 착하단다.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가깝다. 호텔 초근방이다.
계속 돌고 돌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로비에서 어슬렁대다 옆을 돌아보니 있었다. 이런. 서브 로비 바로 옆에, 1m 옆에 있었다. 괜히 힘만 뺐다. 결국 오픈까지 5분 정도 기다려 사장으로 격하게 추정되는 이탈리아 출신 청년이 해주는 자리 안내를 받았다.
이 사람의 이탈리아식 영어. 알아듣기 편하다. 메뉴 설명을 듣고 여러 가지 골라 주문했다. 굳이 설명을 곁들이지 않겠다. 맛있으니 메뉴 선택이 어렵다면 샐러드와 화덕피자, 파스타류를 주문하면 될 것이다.
나의 룸은 24층이다. 오클랜드 시티뷰는 멋지다.
이번에도 역시 에어비앤비, 숙박 쉐어 서비스를 이용했다. 저렴한 금액은 아니지만 해당 층에서 가장 넓고, 집 절반 이상이 밖을 바라보고 있는 특수한 위치에 위치했으므로 용서된다. 룸과 화장실 각각 둘, 그리고 주방과 거실이 있다.
아직 내가 오클랜드를 피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여기서 뷰와 룸을 즐기다 가고 싶지만, 그래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유명하다는 미션베이로 버스를 타고 나왔다. 여기도 버스, 참 비싸다.
그런데 고작 7시를 10분 넘겼는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 색과 물줄기가 조금씩 바뀌는 분수 앞에서 조금 더 지켜봤다.
평소 사람이 많다는데, 어두워서 그런지 사람도 없다. 볼 것도, 보이는 것도 지금은 없다.
집에도 버스를 타고 돌아가 본다. 교통카드를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체류기간도 짧고 많이 이용할 것 같지 않아 현금결제만 하기로 했다.
버스 기사님에게 목적지와 인원을 말하면 그 자리에서 금액 정산과 함께 티켓을 발행해준다.
버스 층고가 굉장히 높고 편리한데 다음 정거장을 얘기해주지 않는 이런 조용함(?)은 굉장히 불편하다. 이런 건 우리나라가 나은 것 같다.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아 굉장히 피곤하다. 페리에 오르자마자 따스히 들어오는 햇빛을 맞으며 짧게 잠들었다.
오클랜드 - 랑기토토섬 - 데본포트 - 오클랜드 코스의 페리 티켓을 발행했다.
자고 일어나니 벌써 섬에 도착했다.
오늘 오클랜드 날씨 예보는 비. 우산을 가방에 갖고 왔지만 무언가 낚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구름 조금 낀 맑은 날이다.
현무암질의 섬인데, 뭔가 굉장히... 오클랜드 시티와는 교집합이 없는 새로운 자연이다.
쉴 새 없이 쉬며 여러 스팟들에서 사진을 찍으며 오르면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의외로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동네 뒷산, 언덕을 생각하고 오르면 덜 쉽다. 신발을 운동화를 신지 않아 굉장히 불편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날씨 일기예보를 보고 오르길 잘했다. 중간중간 빨리 지나가는 구름에 비를 쫄딱 맞을 뻔했다.
정상에 다다르기 한 10~15분 전쯤 촬영한 모습이다. 비 맞은 나무가 흩뿌리는 빗물이 굉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정상에 올라왔다. 여행 일정상 가장 짧은 1시간 트래킹 코스를 택해 올랐다.
아, 나무에 둘러싸인 코스를 다 올라오니 이렇게 시원한 뷰를 또 자랑한다. 섬 자체가 산이고, 오르면 사방이 바다라니.
그래서 그 모습을 파노라마로 만들어보았다.
바람도 꽤 많이 불고, 정말 시원한 날씨다. 그래서 정상에 오르면 쌀쌀하니 외투는 필수다.
20분 정도 뷰를 즐기다 내려왔는데, 큰 기대를 안 하고 와서 그런지 굉장히 자연적 힐링이 됐다.
* PC로 보면 굉장히 시원한 뷰로 볼 수 있습니다.
아, 참고로 하루에 In-Out 페리가 4대 정도만 있다. 시간대를 꼭 확인한다.
여기서 1인 관광객 한국 남성분을 한 명 보았는데, 김동률 플레이리스트로 노래를 들으시며 페리를 기다리셨다.
김동률 씨가 요즘 여행을 다니신다기에 혹시나 해서 얼굴을 계속 보게 됐는데, 역시 아니었다. ㅋㅋㅋㅋ (그래 아무리 그래도 본인 노래를 플레이리스트로는... 아니겠지)
데본포트에 도착했다. 랑기토토 섬에 물 한 병도, 초코바 하나도 들고 가지 않아 굉장히 배가 고파서 화가 난 상태다. (hangry....)
New Zealand 슈퍼마켓인 NW, NEW WORLD 로 들어가 허기를 채울 것을 사보고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고 카페에서도 뭘 좀 먹었다.
신기했던 게 그 카페에서 일하던 여성 두 분이 모두 한국인이었다. 아마 워킹홀리데이로 근무하고 계신 분이 아닐까 싶다. (영어로 질문했는데 한국어로 답을 했다는 것은. 슬픈 거겠지)
마운트 빅토리아를 오르다 보니, 웬 집이 하나 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더니 Writers Centre 라고 쓰여져 있다.
사진으론 하늘이 어느 정도 파랗고, 어느 정도만 구름이 끼여있다. 그래서 몰랐다. 불과 5분 만에 비가 뿌려질 줄은.
여기서 한 10분 정도 천천히 더 걸어 정상이라 일컫기엔 민망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일본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으로 보이는 한 그룹이 오클랜드로 여행을 온 것 같다. 내 마음대로 판단하기 좀 그렇지만, 굉장히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는 듯 보였다.
비는 곧 멈췄지만 바람은 정말이지 꽤 무게감이 있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도 불안할 정도랄까 엄청 불었다.
텔레토비 동산은 아니지만. 굉장히 보기 좋은 언덕이다. 심지어 도심 속 오션뷰라니.
짙은 구름 뒤 파랗게 보이는 하늘이 정말 인상적이다.
강한 바람이 만든 풍경이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조금 아쉽지만 일단 되는대로 파노라마를 만들었다. 그나마 실 경관과 비슷하도록.
우측으로 짙은 구름과 함께하고 있는, 옅은 무지개가 보인다.
찍고 보니 나쁘지 않아 구글 맵을 통해 이게 무엇인지 알아보려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연녹색의 잔디와 비를 뿌리고 지나간 파란 하늘, 아직 남은 하얀 구름은 정말 멋지다.
언덕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올라갈 때도 이 계단을 통해 올라갔으나 비가 내려서 우산을 썼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즐길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무언가 굉장히 상상 속의 아일랜드(?) 같은 느낌이다.
계단도 좁아서 위/아래로 교차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기다려야 하는 굉장히 불편할 수 있는데,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면 이런 모습이라니.
그 아름다운 언덕에서 5분 정도 또 걸어내려오니 하늘이 이 모양이다. 엄청난 바람이 부는 날, 그로 인해 엄청 빨리 날씨가 변하는 날이다.
카메라를 세로로 드는 경우가 그렇게 심하게 적진 않은데, 외국인의 눈으론 아닌가보다. 혹은 무언가 달라 보였나. 그 포스쳐 하나로 멋있고 굉장히 프로페셔널하다는 노리지 않은(?) 칭찬을 받았다.
일단 한국에서 직접 본 적은 없다. "베가야 아프지마" 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팬택 직원이 이 올려둔 포스트에서 접해보았을 뿐. (http://blog.naver.com/ultrayoung/220346131453)
뉴욕의 오피스들 윈도우에 비쳐 보이는 포스트잇 픽셀 아트 관련기사를 통해 처음 접했었는데, 오클랜드에서 직접 처음으로 보았다.
이런 모습과 문화는 근무 환경을, 분위기를 보여준다. 충분히.
집에서도 이미 굉장히 오클랜드가 잘 내려다보이고 그래서, 그리고 돈을 더 쓰고 싶지 않아서 스카이타워에 올라가보지는 않았다. 위 사진을 찍는 순간까지도 굉장히 고민을 했는데 비도 오고, 이미 어두워서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돈을 아꼈다.
그리고 항상, always 배가 고픈 나를 위해 먹을 음식들을 사들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물도 샀는데 실수했다. 퀸즈타운에서 샀던 초비싼 물은 태어나 마셔본 물 중 최고였는데, 오클랜드에서 구입한 저렴한 물은 우유향을 첨가한 칼슘 워터인지 너무 맛이 없었다.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광고 카피로 내세운 "여행은 살아보는거야"
굉장히 공감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각 도시의 로컬 냄새를 물씬 풍기는 숙소보다는 인테리어가 좋고 위치도 좋은 그런 곳을 찾았기 때문에 대다수의 현지인이 사는 그런 집은 아닐 수 있겠지만, 사소하게는 어떤 가전을 이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차를 마시는지 등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어느새 여행의 끝을 장식하고 있었지만 굉장히 짧은 시간에 여러 곳들을 경험했다는 것에, 또 다이나믹한 날씨 덕분에 그 시티의 여러 날씨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호주만 여행해도 한참 모자란 시간에 2개국을 여행해 굉장히 아쉬웠으므로, 다음엔 깊은 여행을 준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