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롯데렌탈-SK렌터카 기업결합신고 불허
작년, 국내 렌터카 시장구도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Deal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가 국내 렌터카시장 1위 기업인 롯데렌탈의 주식 63.5%를 약 1.8조원에 취득하는 경영권인수(Buy-out) 건 입니다. 당사자들은 `25년 3월 11일, SPA(주식인수계약)를 체결하고그로부터 1주일 후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어피니티는 이미 `24년 8월에 SK렌터카를 인수하고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는 곧 국내 렌터카시장 1, 2위 사업자의 결합을 의미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로부터 9개월이 지난 `26년 1월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기업의 기업결합을 불허 처분하였습니다. 지난 22년간 공정위에 접수된 기업결합신고 약 15,000건 중 불허 처분은 9건에 불과했을 정도로 극히 적었기에 다소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아예 예상을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요.
PE 운용역 입장에서, 국내 Major Deal이 부러질 위기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까지 업무를 하며 진행했던 기업결합신고는 본 건과 같이 높은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 간의 결합이 아니었기에 난이도가 낮았던 것 같은데요. 언젠가 내 일(?)로 다가올지 모를 미래를 위해 Case Study를 진행했습니다.
기업결합신고는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일정 기준을 상회하는 기업간의 주식 취득, 임원 겸임, 합병, 영업양수도 등의 '결합'이 발생할 때,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제도이며 일반적으로 계약 체결 후 실제 대금거래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루어집니다. 금원의 거래뿐이 아닌, 기업결합신고의 승인이 확인되어야 완전한 Deal Closing으로 인식됩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닌, 시장의 건강한 경쟁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심사 절차입니다. 사전에 독과점 가능성을 판단하고, 경쟁사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 및 예방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죠.
기업결합신고의 당사자는 본 건 거래로 인한 결합이 시장 당사자(경쟁사 및 소비자)에게 해롭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하며, 심사관은 주로 3가지 쟁점에서 '유해성'을 판단합니다.
1) 관련 시장의 획정
경쟁 시장의 크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달라지게 됩니다. 기결신고 당사자는 시장을 획정하여 제출하고, 공정위는 신고자가 획정한 시장의 합리성을 판단합니다.
2) 경쟁 제한성
기업결합 후 시장 경쟁구도의 건정성을 판단합니다. 결합 후 비대칭구조가 과도하게 심화되어 타 경쟁사가 유효한 경쟁력을 상실한다고 판단시 기결신고는 불허됩니다.
3) 효율성 증대여부
경쟁 제한성이 일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본 건 결합을 통해 발생하는 편익(ex. 소비자가 인하 등)이 더 클 경우 또는 합병의 타당성(ex. 인수를 하지 않았을 경우 회생이 불가한 상황 등) 등에 대한 검토를 실시합니다.
심사를 위해, 공정위는 렌터카시장을 차량 대여기간 1년 미만의 '단기렌터카' 시장과 1년 이상의 '장기렌터카' 시장으로 별개 획정하였습니다.
양사의 단기렌터카 시장 합산점유율은 `24년 말 기준 내륙 29.3%, 제주 21.3%로 나타났습니다. 3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내륙은 쏘카가 3.7%를, 제주는 제주렌터카가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이 3위 사업자 대비 내륙은 약 8배, 제주는 약 5배로 매우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점유율 1~3% 수준의 영세업체 약 1,000여개 사가 포진되어 있는 시장상황입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분포의 Long-tail 경쟁구도는 독과점 이슈가 제기될 수 밖에 없으며, 공정위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공정위는 현재 양강구도 체제의 경쟁과정이 소멸됨에 따라 렌터카 요금 인상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상대방의 가격을 모니터링하며 가격을 책정하였으며, 중소업체들은 Top2의 가격을 참고하여 Pricing을 설정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만약 양사가 합병하게 된다면 공통비성 고정비의 절감분을 프로모션 등 마케팅성 판촉비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의 절대적 1위 사업자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현금흐름이 제한적인 영세업체는 오래 버티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제주의 단기 렌터카시장은 '렌터카 총량제'로 인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 기존 사업자의 차량확대가 모두 제한적인 바, 유력한 경쟁사의 출현 가능성이 더욱 낮은 상황입니다. 제주지역 양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20년 18.2%에서 `24년 21.3%로 확대 되었습니다. 경쟁사의 차량을 지속해서 인수해 온 것이죠.
장기렌터카 시장에서도 양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약 38%로 그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현대캐피탈, 하나캐피탈과 같은 캐피탈사가 10%대 전후의 점유율을 차지하여 단기렌터카 시장보다는 비대칭구조가 덜한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유력한 경쟁사로 자리잡기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캐피탈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적용받습니다. 법에 의하면, 캐피탈사는 장기렌터카차량의 분기 중 평균 미상각잔액이 리스차량의 평균 잔액을 초과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장기렌터카를 많이 보유하기 위해서는 리스 차량도 같이 늘려야하는 셈이죠. 그런데, 공정위는 최근 차량 리스시장이 `22년 14.7조원에서 `24년 12.8조원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캐피탈사가 사실상 장기렌터카 보유량을 증가시키기 어려운 환경으로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단기/장기렌터카 시장 모두에서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결합은 시장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 기업결합신고를 불허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2021년, 미국의 거대 렌터카 기업인 Hertz가 저가 브랜드인 Dollar Thrifty 인수시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개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Dollar Thrifty는 주로 공항 인근에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저가 렌탈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이었는데요, Hertz가 인수하면서 가격인상 요인이 존재하고, 공항 거점이라는 특징을 고려시 경쟁 압력이 현저하게 감소할 것으로 FTC는 판단했습니다. 공항 거점이라는 '작지만 실질적인' 시장으로 획정하자 양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38%로 나타났으며, 실질적 경쟁구도 유지(시장점유율 하향 조치)를 위해 Hertz 자회사의 렌터카 사업과 Dollar Thrifty 지점 29곳의 운영권을 매각하는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기업결합신고 불허 후, 어피니티는 법률자문(LDD)법인을 태평양에서 세종으로 변경하였으며 새로운 파트너와 재심의를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처분에 불복시,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정위는 이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심의를 실시해야 합니다.
세종은 독과점 이슈 측면의 난이도가 더욱 높았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성공으로 이끈 Record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시 세종은 매각측인 아시아나항공의 법률자문을 실시하였으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기업결합 승인을 이끌어내야하는 고난도 작업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의 롯데렌탈 지분인수 실무 논의가 이루진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는 3월 정기주총을 통해 사업 목적에 '자동차 대여 사업'을 정관상 추가할 예정이기도 하였는데, 그동안 '현대셀렉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운영해왔지만 본격적으로 렌터카 사업에 참여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롯데그룹이 자산 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바, 만약 기존 기업결합신고가 최종적으로 승인되지 않는다면 매도측은 Plan B를 가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 [공정위 핫이슈] 공정위는 왜 '렌터카 업계 1,2위 결합'을 막았나
https://v.daum.net/v/20260126120324777
- FTC Requires Divestitures for Hertz's Proposed $2.3 Billion Acquisition of Dollar Thrifty to Preserve Competition in Airport Car Rental Markets
- Hertz Obtains FTC Clearance For Dollar Thrifty Acquisition
- '롯데렌탈 결합 불승인' 어피니티, 로펌 새로 선임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5293926645347240&mediaCodeNo=257&OutLnkChk=Y
- 렌터카 진출 선언 현대차, 롯데렌탈 인수하나
https://it.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3092156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