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이사 보관이사 방문 견적견적 체험기
윌세살이 탈출기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석 달 전 어느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이어질 주말을 기대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며
막 즐거운 저녁 혼밥을 하려는데
핸드폰이 울리며 집주인 이름이 떴다.
솔직히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 7시 이후
집주인 연락을 받으니 반갑지는 않았다.
받을까 말까 하다 받았다.
월세 2년 만기를 앞두고 재계약 의사 문의 전화였다.
별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으니
많이 올리지 않는다고 선심 쓰듯 얘기하는데
5% 인상이었다.
생각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현재 집은 월세로 살고 있다.
집주인은 임대업을 하는 사람으로
건물에는 살고 있지 않다.
관리비가 5만 원인데 1층 출입문 고장으로
누구나 열고 들어올 수 있고
재활용품 두는 칸막이도 제대로 없었고
일주일에 두 번 청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먼지가 그대로 보이고
복도에 떨어진 종이뭉치가 한 달 동안
그대로 있던 적도 있어서
집주인에게 얘기한 적도 있다.
작년 여름 집중 호우 때는 늦게 퇴근하니
1층 주차장을 비롯 출입문 안에까지
복숭아뼈에 닿을 정도의 물이 차서
집주인에게 전화했더니 고맙다는 얘기는 안 하고
혹시 출입문 앞 하수도 구멍이 막혀 있는지 물었다.
그것까지는 못 봤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고
나중에 와서 하수도 구멍 막힌 거 치웠더니
물이 내려갔다고 문자가 왔다.
그전 집은 교통이 편한 곳으로
건물 내에 집주인이 있었고
경비 아저씨가 계셔서 비가 내리면
출입문에 매트 깔고
재활용 분리도 깐깐하게 관리되고
매주 한번 바닥 물걸레질도 해서 깔끔했지만
1층이고 바로 앞이 마당이라
매일 아침저녁으로
경비 아저씨가 와서 물 주고 화단 관리하고
건물주도 가끔 와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고
주변에 음식점이 많이 들어서고 시끄러워서
이번엔 주택가 쪽에 얻었다.
조용하고 안정적인 느낌은 있는데
집주인이 근처에 살지 않으니
출입문 바로 앞 주차나
자전거와 오토바이 무단 방치 등
집주인한테 일일이 건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안 그래도 이사할 생각이었다.
이런, 월세가 또 올랐다.
같은 가격으로
비슷한 조건의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
부모님이 연말에 재건축 완공으로
새 아파트로 가는데
같이 살자고 권유하신다.
안 그래도 월세 부담이 있는데
비겁하지만 마지못한 척 네, 한다.
집주인한테 3개월간 추가 연장 문의를 했더니
대번에 목소리가 변하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12월에 누가 집을 구하러 오냐,
보증금 못 내준다,
중개비도 내고 세입자도 구하고 가라,
격하게 얘기하길래
알아보고 내일 전화 준다고 했다.
다음 날에 공인 중개사무소에 전화했더니
집주인 얘기가 맞단다.
인터넷에도 알아봤더니 맞단다.
부모님과 상의해서
3개월 동안 지금 사시는 집에
얹혀살기로 했다.
집주인한테 전화했더니 자기도 미안했는지
목소리가 좀 부드러워졌지만
임대 기간 두 달이 안돼 결정된 거고
방 보러 오는 시간이 불규칙하니
비번을 알려달라고 한다.
나도 세입자 없을 때 집 구경을 한 적이 있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한테 알려준 6개 중개사무소에만 공개,
중개사무소가 집주인에게 연락하고
집에 오면 우선 벨 누르고 없으면 비번 열고
들어오기로 했다.
혹시 몰라 출근 시간대가 불규칙해 낮 시간에
집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급하게 집을 치웠다.
마치 새로 이사 온 집 같다.
퇴근하면 청소기 돌리고 스팀 청소하고.
일주일 동안 집 보고 세 군데에서 왔다 갔다고 하는데
계약 얘기는 안 들린다.
다음 주에도 계속 이렇게 공개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토요일에 계약을 한다고
집주인 연락이 왔다.
다행이다.
오후에는 계약금 받았다고 계좌번호 알려달라더니
입금을 해주었다.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
다음 달에 짐을 싸고 3개월간 보관한 다음
다시 새집으로 이사다.
이사업체 3군데에 전화를 해서 다음 주 연차 낸 날에
방문 견적을 신청했다.
두 군데는 한 시간 안에 바로 연락이 왔고
한 군데는 다음날에 연락이 왔다.
여러 업체와 연락을 하니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면
어느 업체인지 모르는데
어떤 업체는 미리 문자를 주고 연락을 하거나
카카오톡으로 견적실장 연락처를 알려주니 편했다.
빌라 3층(실제로는 2층)에 방 2개
옷장, 책꽂이 등 가구는 다 버리고
침대, 냉장고, 세탁기, 그 외는 책 조금, 옷 들이다.
냉장고 음식은 다 먹고 버리고 가기로 했다.
이사할 때 이사 비용,
3개월간 컨테이너 보관 비용,
다시 이사 들어갈 때 이사 비용,
여기서 이사 나갈 때는 사다리 이용,
12월에 이사 들어갈 때는 엘리베이터로 잡았다.
아침에 병원에 갔다 오니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보였다.
느낌대로 A사였다.
미리 올라왔는데 사람이 없었는지
내가 집에 올라오자마자 전화가 왔고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와서
방문 견적을 받았다.
금요일은 이미 예약이 있다고
목요일이 저렴하다고 목요일을 권했다.
B사는 전화가 오더니 집에 사람이 없대서
번지수 확인하니 잘못 알고 있어서 알려줬다.
이사를 나갈 때 냉장고 음식물이 없으면
굳이 여자 직원이 올 필요 없지 않냐고,
괜찮으면 남자 둘이 이사를 하겠다고 한다.
목요일 금요일 가격 차이는 없다고 한다.
C사는 약속시간 5분 넘어 전화 와서
약간 더 늦는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사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견적 비용도 너무 차이가 많이 나고
이사 들어올 때 2.5톤 견적 잡고
살짝 모자라서 추가 비용 없이 1톤 불렀었는데
이번에는 짐을 더 줄이고 일부 짐도 본가로 가져가니 2.5톤이면 충분할 거 같았다.
컨테이너 보관 장소는 각각 달랐고
단독 보관, 2층 중간 보관 등
얘기를 했지만 관심은 없었다.
견적서에 A사와 C사는
바닥 보강 문구가 있었으나
B사는 없었다.
딱히 마음에 드는 회사가 없었다.
며칠 고민을 하다 가격대가 중간인 A사로 결정,
전화를 했다.
계약을 한다고 해서 그쪽에서 안심을 해서인지
"그래요", "수고해요"라고 은근슬쩍 반말을 했다.
왜 반말을 하시냐니까 얼버무리며 ~하시니까 하며
존댓말을 했고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B사에 전화를 했다.
며칠 전 상담받은 곳이라고 하고
견적 세부 사항을 물어보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접수지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기다리고 있는데 2분이 넘어 3분 대가 되었다.
"여보세요?"
다시 전화 달라고 하려고 4번 이상 불렀는데
대답이 없다.
내가 전화를 끊었다.
업무 하느라 전화를 못 봤는데
부재중 전화 2통에 문자도 와 있다.
전화 주세요.
망설이다 전화를 했고
궁금한 점을 다시 물어봤다.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거고
우리 집이 아니라 바닥 손상이 걱정되었는데
빼먹고 바닥 보강을 안 물어봤다.
아무래도 안 되겠기에
다시 몇 군데 업체에 전화를 했다.
한 군데는 전화로만 얘기를 해줬고
나머지 두 업체는 토요일, 일요일
방문견적을 잡았다.
D사는 방문 견적 얘기 없이
전화로만 알려주었다.
E사는 방문은 했지만 견적지도 안 주고
구두로 얘기해 주고
이사 들어가는 아파트가
조합원인지 일반인인지,
자기 친구도 거기 조합원이라고
이사와는 관계없는
뜬금없는 얘기를 했다.
F사로 결정을 했다.
견적은 2.5톤인데
5톤 컨테이너를 가져온단다.
바닥 보강 문구에 덧신 착용,
일회용 비닐 포장 등
기본 사항이 적혀 있었고
안 그래도 본가에 가져갈 짐을
별도로 부를까 생각하던 중에
업체에서 먼저 주소지 묻고
컨테이너 보관 장소 가는 길이라고
내려 준다고 했다.
냉장고 음식물도 아이스박스에 넣음 된다고
그대로 가져가란다.
옷장 등 버리는 가구도 1층에 세워둘 때
옆으로 눕혀둔다고 한다.
언젠가 세로로 세워뒀는데
주차 차량 손상 신고가 들어와서
CCTV를 확인하니
간격을 두고 세워뒀는데
폐지 줍는 분이 옷장 문 열고
안에 뭐 있나 보고
제대로 안 닫아둔 게 확인이 되어
책임을 면했지만
만일을 위해 넘어지지 않게
세워둔다고 하고
혹시 당일 수거 업체가 있는지
확인 요청을 했다.
주민센터에 전화하니
수거업체는 한 군데만 있다고 하고
신고하면 다음날 수거한다고 한다.
이사 준비가 정말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