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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중단 청소년에게 필요했던 우리의 작은 관심

공교육에서 놓치고 있는 교육의 본질

  지난 10월, 서울시와 서울특별시교육청 그리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공동 개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와 정책 진단, 그리고 미래’ 토론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학교 밖 청소년 중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의미가 없다(46%)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 밖에도 ‘심리·정서적인 문제’ 32%, ‘다른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 22%, '학교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아서' 19%, '검정고시를 준비하려고' 18%, '내 특기를 살리려고' 17%, '학교 친구들과의 문제로 인해' 11% 등의 순으로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가장 높은 응답이 나왔던 ‘의미 없는 학교생활’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원했던 학교교육 그리고 학교생활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교육은 ‘학생 중심’ 혹은 ‘학생 마음 중심’이어야 한다는 어느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글귀가 무색하게도 학교가 학업적 성장과 더불어 전인적인 발달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장(場)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국 사태를 통하여 민낯을 보인 입시 중심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비통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얼마 전 발표된 어느 통계 결과에서 확인된 "학업중단 학생들에게 절실했던 도움"을 살펴보니 마음이 더욱 아려온다. ‘상담지원’ 22.4%, ‘진로지도’ 20%, ‘조기발견’ 18.4%는 모두 공통적으로 학교현장의 교사들이 그리고 일선의 교육 정책가들이 교육현안으로 집중하고 있는 상위학교로의 진학과는 무관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단지 학생 한 명, 한 명에 귀 기울이는 어른들의 작은 관심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나 현재 초등학교를 제외한 전국의 단위학교마다 위(Wee) 클래스가 대부분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지원’이 1순위로 나왔다는 사실에 좌절스러웠고, ‘조기발견’이라고 응답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행동으로는 비행이나 일탈을 일삼으면서도 그러한 상황으로 내몰리기까지 그들이 느꼈던 외로움들은 얼마나 크고 깊었을까 하는 생각에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100세 시대의 학교생활의 성패 여부는 사회로의 첫 진입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만큼 향후 인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이 어려운 현실에서도 공교육의 제도권 내에 어떻게든 버텨주기를 바래왔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교육 현실은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인지적으로 채움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청소년들에게 너무나 가혹하게 보인다. 이전처럼‘개룡남’, ‘개룡녀’를 양산해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조건이 잘 갖춰진 학생들이 확률적으로 공부를 더 잘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학교는 마치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을 의미 있게 대접하고 평가하는 것만 같다. 잘 따라오는 몇 명만을 위한 수업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상급학교 진학이 아닌, 다른 꿈을 가진 학생들은 교육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것처럼 생각된다. 조국 사태를 통해 보는 바와 같이 교육은 이전과 같이 더 이상 계층 간 이동수단이 될 수 없고 다만 상위계층의 유지 수단으로만 작용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표현대로 가진 것이 없는 청소년일수록 ‘이생망’을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학교교육은 무엇을 지향하여야 하는 걸까? 관습적인 교실에서의 관습적인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의 내려온 교육의 목적은 우리나라처럼 대입을 위한 것이었던가? 그러면 수많은 선행연구의 결과와 같이 SES(사회경제적 지위, Socio Economic Status)가 높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 좋은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좌절된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다.


  같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어 또다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 생각해보게 된다. 누군가 정리한 개념에 따라 ‘교육의 대상은 사람이고 교육의 목표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교육을 통하여 또한 학교 안에서의 교사와의 인격적인 관계 맺기를 통하여 사람을(학생을) 수단시 하지 않고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아간다면 좋겠다. 그래서 '학교생활이 의미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청소년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학교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망을 엮어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가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교사들이 많이 양성되며, 교육의 본질을 지향하는 정책들이 더 많이 생겨나길 소망한다. 비록 지금의 현실은 공교육이 줄 수 없는 해답을 비인가 대안학교나 위탁형 대안학교들이 만들어내고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공교육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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