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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언니 Mar 13. 2024

벌새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

김보라 외


“어른이 된 나는 이제 안다. 고통은 파도처럼 마음에 들이 쳤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쉽 없이 마음으로 들어와서 자국을 내고, 다시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다가도 돌아온다. 나의 잘못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노력했는데도, 잘해 보려고 했는데도 겪어야 하는 상처들이 있다. 어른이 된 나는 상처받으면서도 내가 나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게는 어느 정도의 힘이 있고, 내 힘으로만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도 받을수 있고,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낸다면 누군가는 나를 도와주리라는믿음도 있다. 그러나 은희 시절의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상처는 회복되지 않을 것만 같았고, 내가 누구에게도 맞설 수 없을 정도로 약하게느껴졌으며, 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곧 나 자신의 가치로 여겨져서 작은 일들에도 쉽게 다쳤다. 그건 사소한 일들이 아니었다.”


-김보라 외 <벌새 -1994년, 닫히지 않은 기억의 기록>(아르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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