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동안 고마웠습니다
개관 33주년인 2024년 3월 15일에 폐관한 대학로 소극장 학전은, 지난 33년간 예술인들의 인큐베이터가 되어준 곳이다. 땅에 깊게 뿌리를 내린 커다란 나무와 같은 학전은 33년 동안 학전을 지탱했던 김민기 대표의 건강악화(암투병)와 만성적인 재정난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
학전은 ‘아침이슬’과 ‘상록수’ 등을 만들고 부른 김민기 대표가 1991년 3월 15일 대학로에 문을 연 공간이다. 꼭 궁궐이나 조선시대의 문화재만 우리의 문화가 아닌데, 학전 같은 곳이 문을 닫지 않게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수혈과 운영기획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묵묵히 한쪽에서 대중문화와 민중을 위해 분투하던 김민기 선생의 유구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학전의 마지막 공연 '학전, 어게인 콘서트'
어찌 보면 장례식이었지만, 축제와 같은 날이었다.
학전이 배출한 엄청난 스타들이 모두 모여서 온 동네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놓고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학전어게인 콘서트 기획자인 가수 박학기는 “이수만이 학전을 정리하는 비용으로 필요 금액 이상을 기부했다”라고 전했다. 이수만은 서울대 선배인 김민기 학전 대표를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고 항상 “김민기 대표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가 끝나면 학전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공간을 이어받아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는 김 대표의 뜻을 존중해 학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90년대 초 20대였던 나는 엄마와 함께 '지하철 1호선' 뮤지컬을 대학로 학전에서 직접 봤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서 티켓가격이 비쌌지만, 유명하다고 해서 큰맘 먹고 갔었는데, 그때의 감동은 여전히 잊을 수도 없고, 그 이후에 본 뮤지컬들은 모두 인스턴트 컵라면같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대형자본이 엄청난 뮤지컬을 기획하고 만드는 세상이 되었지만, 90년대 초 내가 지하의 작은 극장에서 본 '지하철 1호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뮤지컬이었다. 마음을 둥둥 울리던 음악도 감동적이었고, 노래하던 배우들의 실력도 놀라웠다. 가난한 학생이었지만 없는 돈에 CD까지 사서 들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꿈을 꿔야 해~"라는 노랫말은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난 학전의 뮤지컬은 거의 다 봤다.
한국에 올 때마다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학전의 공연기간이었다면 갔었다
학전의 무대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에게처럼 모두에게도 고마웠던 학전의 존재.
이제는 소명을 다 한 학전.
아주 오래 살았던 내 집에서 이사를 가는 날처럼
같이 살던 내 강아지 테디가 천국으로 떠난 날처럼
슬프다.
이젠 학전이 없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