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의 일본은 버블경제 속에 있었던지라 점심식사도 오마카세초밥을 먹어도 될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 후 30년 가까이 일본인들의 표현으로 'バブル崩壊' 후에는 말 그대로 그런 생활이 무너지고 지지부진한 제자리걸음을 했다.
중국 남방의 砂锅粥
드라마도 영화도 일본작품은 오래도록 90년대 르네상스 때만도 못했다. 창작자들이 다 뒤졌나 싶을 정도로 창의성제로인가 싶은 스토리들. 너무 재미가 없어졌고, 판에 박힌 대사와 연기를 보여주는 연기자도 너무 흔했다.
그러던 일본이 최근에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듯하다. 여러 방면에서 꿈틀대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진다. 애니메이션분야는 계속 독보적이었던지라 자신의 기록을 깨는 과정을 보여주며 추종하는 무리들과의 갭을 더 넓히고 있고, 드라마도 진부한 내용에서 벗어나서 스토리 부분에서 좀 더 칼칼한 내용을 만들기 시작한 것 같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극악할 정도로 저조한 출산율을 점점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결혼을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출산율은 더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1.2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사회학을 대학에서 가르치는 정현숙박사는 사석에서 개인적으로 수다를 떨다가 문득 요즘 일본의 내공과 저력을 새삼 다시 느낀다고 속 얘기를 해서 나도 맞장구를 쳤다. 학자인 사람이 느끼는 걸 일선에서 떠난 나도 슬그머니 느껴질 정도라면 꽤 에너지를 뿜고 있다는 거다.
길진 않았지만 난 영상광고를 만드는 업계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CF나 드라마나 영화만 봐도 그 사회가 어느 정도 에너지가 붙어있는지 감으로 느끼는 것 같다.
일본이 '기가 살았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빌빌거리던 일본이 어떤 수액을 맞은 걸까? 무슨 영양제를 먹은 걸까? 어떤 근육운동을 했을까? 궁금하지만 그건 원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할 일이고 난 육감적으로 느껴지는 결과를 느낄 뿐이다.
일본을 떠난 후 오랜 세월이 되었지만, 2-3년전만해도 일본인 친구는 "네가 떠났을 때와 여긴 별로 달라진 게 없어"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이제는 네이버를 제치고 라인을 혼자 다 먹겠다고 나서고 있다. 윤정권이 하듯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헤헤거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일본과의 주도권 밀땅은 타이밍 놓치면 끝이다. 38년 동안 죽 쒀서 개 줬던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깔리지는 말아야 한다. 문화분야나 IT전쟁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