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유 일기

미키 17은 더 이상 죽지 않아

모가지 간당간당하게 위험한 일에 내 몰리던 을이 없는 세상

by 빽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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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을 봤다.
"외로워도 슬퍼도 아파도 추워도 일해야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재밌고, 감동이 있고, 복잡하지도 않게 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메시지가 있어서 누구나 잘 볼 수 있는 영화다


어떤 소개도 정보도 일부러 보지 않고 극장에 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가 바로 시작되었으니 숨을 고르기도 전에 첫 장면을 대했다.

눈보라 속 장면이라 스티븐염이 나왔는지 로버트패틴슨이 열연하는 미키의 얼굴이었는지 잘 알아볼 수도 없었지만, 영화는 첫 장면이 어떻게 생긴 것인가에 관한 설명을 위해 잠시 과거로 돌아가서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돌아갔다.


주인공인 미키 17의 삶은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다.

미키 17은 Who라기보다는 What이었다.....

요즘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모가지 간당간당한 비정규직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봉준호는 "봉준호 되기"라는 책이 곧 나올 정도로 이미 장르가 된 감독이기도 하지만, 봉준호는 진짜 타란티노와 스콜세이지를 섞은 것 같은 감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그의 '옥자'라는 영화나, '괴물'이 좋다. '살인의 추억'이나 '기생충'은 뭔가 빠진 것 같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거친 성장과정의 한 작품이라고 여기면 충분히 멋지다. 오늘로써 내가 본 봉준호의 영화 중에서 미키 17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는 편이 아닌데 이 영화는 다시 조용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인간 존중을 말하고, 사랑을 말하고, 인간을 소모품으로만 여기는 오만한 신념들과 시스템이 활개를 치다가 파괴되는 결말까지 등장하며 해피엔드로 끝난다. 윤석열과 그의 마누라처럼 보이는 인간군상도 등장해서 낄낄댈만한 구석도 있었다. 무엇보다 주인공 남자배우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놀라웠다. 내가 본 어떤 미드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청년으로 나왔던 그 배우, 해리포터에도 나왔던 그 배우였다는 건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고서야 인지를 했다. 그의 얼굴도 20대 때의 얼굴은 아니었으니... ㅎㅎ


봉준호는 영화로 말하는 사람이 맞다. 그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뭘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영화를 통해서 잘 말한다. 그의 작품이 의도대로 소통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그는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다. 요리의 재료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된 맛을 내는 요리사처럼 그는 영화를 반죽해서 먹기 좋고 또 먹고 싶은 음식으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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