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유 일기

현장은 안 행복하다

누구를 갈아넣어서 누구만을 행복하게 해야 하나? 사회복지현장..

by 빽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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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은 실습이 끝난 후 센터장이 실습생들은 좀 남으라고 했다. 우리 둘은(나와 98년여학생) 또 뭔 트집을 잡으려고 저러나 싶었지만 시키는 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남으라면 남아야지…. 왜 그렇게 불친절하게 말투를 쓰는지 물어볼 수도 없고 참 나 원

”잠깐 남아서 얘기 좀 할 수 있으세요?”라고는 절대 말하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실습을 시작한 지 8일 된 날. 센터장은 우리를 남으라더니 “우리 이용인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8일 정도 함께 한 시간만큼 이해하고 있다고 대답을 했더니 예상대로 센터장은 우리둘이 최악의 실습생이라 실습을 중단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실습을 시작했을 첫날부터 땍땍거리고 무조건 명령하고 아이들 혼내듯이 말하던 그녀였던지라 놀랍지도 않았기에 오늘은 무슨 말을 하더라고 그 연장선이겠거니 싶어서 낌새도 이상해서 난 녹음버튼을 눌러뒀다. 그녀가 우리더러 말도 안 되게 지껄이는 지적과 트집을 본격적으로 마주 보고 들으면서 녹음을 했다. 방송대학생들의 카톡방에서 너무 부당하게 난리부루스를 하는 센터장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준비를 좀 해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복지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일하지만 그들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은 이유가, 박봉이기도 한 편이 급여뿐만이 아니라 기관장들의 횡포 때문이라고 들 말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쉰 후반이 될 때까지 한중일을 누비면서 만난 여러 인간군상들 덕분인지 이 정도로 갑질하고 잘난 척하는 센터장은 그리 놀랍지도 타격감도 없었지만, 이 미친놈 같은 여자가 발동이 멈춰지지 않아서 우리를 진짜 내쫓으면 해명이라는 걸 해야 하기에 필요한 증거는 미리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삼성폰의 녹음기능을 사용해 봤다.

사회복지현장실습생을 보호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최악의 실습생을 만났다고 하면서, 그녀가 우리를 나가라고 하면 우리는 아무 힘없이 나가야 하는 구조라고 한다.

사회복지법이란 것이 국회에서 바꿔야 하는 것인 듯한데, 국회는 이런 일에 신경을 못쓰는지 안 쓰는지 이런 식의 현장은 비일비재한 게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다. 기관장은 우리를 평가하고 지 꼴린 대로 불친절하게 굴고 내쫓는 권한까지 있지만, 실습생들에게는 아무 권한도 없다. 심지어 실습을 받아주고 지도해 줘서 감사하다고 20만 원의 실습비를 내야 한다. 어떤 곳은 실습비 이외에 영수증 없는 기부금을 좀 더 요구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난 일주일 일한 초보 실습생들이 이해를 하면 얼마나 하겠냐고 경험 많으신 센터장님께서 너그러이 봐주시라고 빌었다. 우리들이 아무리 잘해도 센터장님 눈에 뭐 제대로 하는 걸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초보들에게는 초보들이 할 수 있는 일만 맡겨주시고 큰 기대를 하지 않으셔야 마음이 편하시지 않으시겠냐고 웃으면서 부탁을 했다.

우리를 여기서 보내시면 우리는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다른 곳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실습을 하시면 되죠' 라고 답하기도 했다. 참 더럽게 불친절하고 못되게 구는 센터장이었다. 이런 사람이 진짜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도는 깊을까 싶기도 했다. 저 정도 인성으로 어쩌다가 이런 직업이 생겨서 먹고살다 보니 15년 정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를 여기서 내 보내시면 우리는 실습중단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저희도 하느라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센터장님 헤헤헤 ”

쉰 후반의 나는 이렇게 능글거리며 센터장의 갑질과 잘난 척을 듣고도 얼굴색하나 안 변하고 웃으면서 소통으로 승화시키고 있었지만 내 옆의 98년생 여학생은 벌벌 떨고 있었다. 센터장과 기존직원들의 노고를 이해한다. 쉬운일은 아니고 사명감도 있을테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같은 실습생을 너무 쪼는 (트집과 지적을 너무 많이 하기만 하는 거) 건 인성의 문제가 아닐까? 직장내 갑질과 스트레스는 우울증 약 먹는 걸로는 해결이 안되는 상황도 벌어지는 거다


센터장은 조급증과 피해의식이 있는 건지 트집 잡고 변덕 부리는 게 특징인지… 좀 이상해 보였다. 우리가 자기들(그녀의 표현)을 오해하고 있고 우리식으로 마음대로 판단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둘 밖에 안 되는 우리 실습생 뇌 속에 들어갔다 왔나? 우리가 뭘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가 어떻게 알며….. 설사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생각까지 지가 참견할 건 뭔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와 직원들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낯선 메일을 보내서 뽑혀서 오게 되어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허드렛일을 하는 것뿐이라서, 그 어떤 것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이해를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난 멘털이 좀 강하다. 이런 얘기 듣는다고 뭐 달라지지도 않는다. 지는지 얘기하고 난 그러시구나 싶으면 그만이다 일단 아쉬운 게 이 실습 20일을 무사히 마쳐서 160시간의 실습시간을 무조건 채워야 하는 이 시스템에 말려 들어있는 입장이라, 그냥 기분 좀 더럽다고 때려치우면 다른 곳에 가서 다시 해야 하고, 더 이상한 인간 만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으니 그냥 앞으로 좀 더 열심히 장애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겠다고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넘어가면 되는 거였다.


난 센터장의 요점 없는 지적에 “그런 저희가 뭘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냐고, 뭘 잘못하고 있는지 알려주시면 원하는 걸 하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두 번이나 물었지만 그녀는 뭐 그냥 이용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만 했다. 참 말도 안 되는 지적이었다. 우리에게 자기가 안 행복하다고 SOS 치는 건가? 아니면 잘하고 있는 자기를 좀 멋지다고 우쭈쭈 해달라는 건가? 싶었다. 우리 실습생은 성인 지적장애인 14명을 겨우 8일 만났는데, 한 사람을 8일 만났어도 알까 말까인 것을 …. 뭘 해주려고 해도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하면서 뭘 몰라준다고 욕을 하는지…


어쨌든 내가 낮은 자세로 비는 태도를 보여서 넘어간 듯 그녀의 얼굴빛은 펴진 듯했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98년생 실습생을 달래느라 애썼다.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는 이 여학생은 ‘약을 먹어도 별로 나아지지 않아요. 오늘 같은 날은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고 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지적장애인 14명은 우리에게 항상 웃으며 착한 아가들처럼 굴거나 눈도 안 마주치는 자폐성향을 보이지만 순하다. 그들과는 아무 트러블이 없다. 비장애인인 직원들의 텃세인가 싶은 태도가 익숙해질 만한데 센터장의 지적질은 끊이지 않는다.


사람은 친절하게 대하고 격려를 해줘야 뭘 해도 한다.

상대를 쪼기만 하면 피차 기분만 엿같을 뿐이다.


“정신없으셨죠? 익숙해질 만하면 20일이 금방 끝날 겁니다. 파이팅 합시다”라는 말 한마디를 기대했던 건 우리의 거대한 착각이었다.


처음 지적장애인들을 돌보며 함께 점심을 먹을 때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밥을 먹었다. 먹는 것보다 흘리는 게 더 많은 이, 혼자는 절대 못 먹는 이, 채소는 절대 안 먹는 이, 씹지 않고 무조건 다 삼키기 때문에 다 잘게 잘라주고 먹여줘야 하는 이….. 벌써 열흘을 실습한 나는 이제 교실 전체의 이용인들의 특성이 어느정도 다 보인다. 이렇게 발전했는데 이런 점을 살피고 칭찬해 줘야지 중간에 우리를 자르겠다니…ㅎㅎㅎ 미친 거 아냐?

센터장이 우리의 변화에 관심없는 건 당연한 거냐? 우리를 갈아서 장애인들을 돌보기만 하면 그걸로 끝인가?


사회복지사가 되는 과정 중의 하나인 이 <사회복지사 실습시스템>은 조금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이게 나름 국가자격증 같은 건데… 사회복지기관은 실습생을 싫든 좋든 무조건 일 년에 10명은 받아야 복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실습생에게 받는 실습비 액수도 마음대로 받아서는 안 되고, 실습생들도 기관을 평가할 수 있게 하며 그 평가점수가 너무 낮으면 복지기관으로서의 유지도 좀 경고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2025년인데 아직도 “까라면 까, 네 목숨은 나에게 달렸어”라는 상하수직구조를 깨지 못하고 있다니 참 발전 없는 사회복지현장 안 행복하고 부끄럽다. 고칠 게 엄청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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