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우는 흐름인데, BYD 씨라이언 7은 왜 붙였나

역주행 인가?, 시장을 읽는 다른 공식 인가?

by 펠라고스

요즘 SUV를 보다 보면 묘하게 ‘말끔’해졌다. 예전엔 바퀴 주변을 빙 둘러싼 검은 플라스틱이 당연한 얼굴이었다. 휠 아치, 그러니까 휀더 아치 주변을 감싸는 그 보호대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사라진 차들이 늘었다. 포르쉐 카이엔 같은 차는 말할 것도 없고, 제네시스 GV80이나 레인지로버까지도 점점 그 검은 띠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 버린다. 처음엔 의아하다. SUV면 원래 돌 튀고, 자갈 튀고, 연석에 쓸리고, 세차장 브러시에 긁히는 게 일상인데, 방어막을 왜 스스로 걷어내는가. 기스가 더 잘 나지 않을까. 답은 간단하면서도 교묘하다. 요즘 SUV는 ‘SUV를 닮은 세단’으로 진화했고, 그 변화의 방향이 바로 저 휠 아치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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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 플라스틱 클래딩은 꽤 솔직한 장치였다. 실용을 위해 달았다. 오프로드에서 돌이 튀면 도장이 까지고, 흙탕물이 차체를 때리고, 좁은 임도에서 나뭇가지가 옆구리를 긁는다. 그럴 때 플라스틱은 완충재가 된다. 긁혀도 티가 덜 나고, 망가져도 교체가 쉽다. 말 그대로 ‘모험을 전제로 한 재료’다. 그래서 진짜로 오프로드를 염두에 둔 SUV에는 지금도 그런 장치가 남아 있다. 하지만 도심형 SUV, 크로스오버가 시장의 주류가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소비자의 사용 환경은 거의 도시이고, 차의 정체성도 ‘험로를 뚫는 도구’에서 ‘도시에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 넘어갔다. 기능이 줄어든 자리에 이미지가 들어왔다.

image.png 포르쉐 카이엔

검은 플라스틱 보호대는 생각보다 많은 걸 결정한다. 차를 더 커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차를 투박하게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튼튼해 보인다’는 인상은 ‘거칠어 보인다’와 붙어 다닌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최근 몇 년 사이 바디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처럼 매끈하게 만들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표면이 끊기지 않아야 고급스럽다. 불필요한 재질의 변화를 줄여야 조각품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휠 아치에 검은 띠가 있으면, 아무리 비싼 차라도 어느 순간 ‘실용형’ 분위기가 섞인다. 반대로 그걸 없애고 바디컬러로 통일하면, 차는 갑자기 세단처럼 정제된 얼굴이 된다. SUV가 아니라 ‘럭셔리 크로스오버’가 된다. 요즘 고급 SUV들이 그 방향으로 가는 건, 결국 “우리는 오프로드 장비가 아니라 프리미엄 이동 공간”이라는 선언에 가깝다.

여기서 사람들은 또 한 번 직관적으로 생각한다. 그럼 제조사 입장에선 원가도 줄겠네. 부품 하나 덜 쓰니까. 얼핏 맞는 이야기다. 플라스틱 부품을 사출하고, 금형을 만들고, 체결하고, 공정을 관리하는 비용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자동차 원가는 ‘부품을 빼면 무조건 내려간다’ 같은 산수로 굴러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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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휠 아치처럼 눈이 많이 가는 구간에서는 더 그렇다. 오히려 클래딩이 있을 때 제조사는 편해진다. 철판 성형이 조금 거칠어도 가릴 수 있고, 도장면에 미세한 흠집이 있어도 숨길 수 있고, 단차가 미묘해도 “원래 그런 라인”처럼 넘길 수 있다. 클래딩은 단순한 보호대가 아니라 품질 관리 측면에서 일종의 ‘마스킹 레이어’다. 그러니 그걸 없애면 제조사는 반대로 긴장한다. 휠 아치 라인은 차체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곡면 중 하나다. 프레스 정밀도 요구가 올라가고, 성형 품질 편차가 곧바로 외관 불량이 된다. 도장도 더 예민해진다. 스톤칩이 더 잘 보이고, 오렌지필 같은 표면 질감이 더 눈에 띄며, 작은 먼지 하나가 클레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부품을 뺐으니 싸졌다”가 아니라 “부품을 뺐으니 그만큼 다른 곳에서 더 완벽해야 한다”가 된다. 제조 비용은 어떤 때는 내려가고, 어떤 때는 다른 항목에서 다시 올라온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제조사가 이 선택을 하는 주된 이유가 ‘원가 절감’이 아니라 ‘가격 정당화’라는 점이다.

클래딩을 없애면 차는 한 단계 ‘위’로 보인다. 그러면 제조사는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소비자도 납득한다. 고급스러워 보이니까. 이게 요즘 SUV의 전략이다. “도장된 휠 아치 = 프리미엄”이라는 은근한 신호를 시장에 깔아두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브랜드는 하위 트림에는 검은 클래딩을 남겨두고, 상위 트림에는 바디컬러로 처리한다. 같은 차인데도 위아래 급을 나누는 데 휠 아치만큼 효율적인 장치가 별로 없다. 차체의 ‘결’을 바꾸지 않고도, 소비자 눈엔 계급이 갈린다.

그렇다고 해서 클래딩이 없어진 SUV가 무조건 옳다는 뜻은 아니다. 사용자의 하루를 떠올리면 답은 더 현실적으로 나온다. 골목길 주차를 자주 하고, 연석이 많은 동네를 다니고, 비포장길도 종종 탄다면, 클래딩이 있는 차가 마음이 편하다. 긁혀도 덜 아프고, 관리도 쉽다. 반대로 도심 위주로 다니고, 주차에 자신이 있고, 외관의 ‘깔끔함’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이라면, 클래딩이 없는 차가 확실히 매력적이다. 차가 한 덩어리로 정돈돼 보이는 순간, 운전자가 느끼는 소유감도 달라진다. 결국 이 흐름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과 시장의 문제다. SUV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보다, 지금 사람들이 SUV를 무엇으로 쓰는지가 더 강력하게 차의 외형을 바꿔 놓는다.

그래서 요즘 SUV에서 휠 아치 보호대가 사라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SUV가 점점 세단의 문법을 배웠고, 제조사는 그 변화를 ‘고급스러움’이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다. 기능은 뒤로 물러났고, 표면은 매끈해졌다. 다만 그 매끈함에는 작은 대가가 따라온다. 기스는 더 잘 날 수 있다. 돌빵은 더 아플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산다. 차를 ‘험로의 도구’가 아니라 ‘도시의 오브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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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이 매끈해지고, GV80이 말끔해지고, 레인지로버가 점점 “차체 한 덩어리”로 정리되는 동안, BYD의 씨라이언 7은 정반대의 제스처를 던졌다. 휠 아치 주변을 큼지막한 검은 플라스틱으로 둘렀다. 그것도 “있어도 그만” 같은 얇은 장식이 아니라, 멀리서 봐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덩어리로. 1부의 결론만 놓고 보면, 이 선택은 시대착오처럼 보인다. 요즘 프리미엄 SUV는 클래딩을 줄이는 게 트렌드인데, 왜 BYD는 거꾸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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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BYD는 씨라이언 7을 “프리미엄 SUV”로 포장하는 대신, “SUV처럼 보이는 전기차”로 설계했고, 그 전략이 휠 아치에서 가장 솔직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껍데기가 아니다. 전기차는 파워트레인의 차별성이 시각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엔진이 없고 배기구도 필요 없다. 그래서 브랜드들은 ‘눈에 보이는 언어’로 차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 BYD처럼 비교적 신생 이미지를 가진 제조사일수록 더 그렇다. 시라이언 7이 굳이 검은 클래딩을 크게 두른 건, 한마디로 “나는 SUV다”라는 선언을 하고 싶어서다. 쿠페형 실루엣은 날렵하지만, 그 자체로는 자칫 크로스오버처럼 가벼워 보일 수 있다. 그러니 하단과 휠 아치에 거친 재질을 크게 깔아 차의 무게감을 올리고, 바퀴 주변을 과장해서 ‘근육’을 만들어 준다. 즉, 클래딩은 단순 보호대가 아니라 캐릭터를 만드는 조형 도구다. 차를 실제보다 더 넓고, 더 높고, 더 단단해 보이게 만드는 시각적 레버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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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자인만으로 설명하면 반쪽이다. 씨라이언 7의 클래딩에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가 붙어 있다. BYD는 씨라이언 7을 특정 국가의 ‘프리미엄 취향’에 맞춘 쇼카로만 만들지 않는다.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팔리는 글로벌 차로 가져간다. 시장이 다양해질수록 도로 환경도 다양해진다. 자갈이 튀는 구간이 많고, 연석이 거칠고, 주차장 벽이 좁고, 세차 방식이 다르고, 작은 스크래치에 민감한 고객도 많다. 이때 클래딩은 놀라울 만큼 강력한 보험이 된다. 도장면을 대신 맞아 주고, 긁혀도 티가 덜 나고, 문제 생기면 부품만 갈아 끼우면 된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관리해가며 타는 물건”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BYD는 더 넓은 대중 시장에서 “스트레스 없이 타는 물건”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러니 소유 경험에서 생길 수 있는 불만을 설계 단계에서 지워 버리는 쪽이 합리적이다. 요즘 말로 하면, 클래딩은 외관 디자인이면서 동시에 컴플레인 방지용 제품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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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관점에서도 이 선택은 꽤 실속 있다. 휠 아치와 하단부는 차체에서 가장 ‘리스크가 많은 구간’이다. 곡면 성형 난이도가 높고, 단차가 잘 드러나고, 도장 불량이 눈에 띄기 쉽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이 구간을 바디컬러로 처리하되, 그만큼 공정 정밀도와 품질 기준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다. 당연히 비용도 올라간다. 그런데 클래딩이 있으면, 외관에서 가장 까다로운 품질 변수를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부품 하나를 더 쓰는 대신 전체적인 품질 관리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다. “부품을 빼서 싸게 만들자”와 반대로 “부품을 더 써서 전체 리스크를 낮추자”라는 선택이 가능해진다. 특히 생산량이 커지고 다양한 시장으로 나갈수록, 이 리스크 관리의 가치가 커진다. 불량률과 리워크를 줄이는 게 단가 몇 만 원보다 더 큰 돈이 된다. 클래딩은 비용 절감의 상징이 아니라, 대량 생산에서 품질을 안정화시키는 장치일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BYD는 왜 ‘프리미엄처럼 말끔한 표면’을 포기했나. 답은 브랜드 전략에서 나온다. 카이엔이나 레인지로버는 “말끔함” 자체가 권력이다. 수십 년 동안 고급의 문법을 축적해 왔고, 소비자도 그 문법을 알아본다. 그들이 플라스틱을 빼는 순간, 사람들은 “고급이구나”라고 바로 읽는다. 반면 BYD는 그 문법을 그대로 따라 하면 오히려 위험하다. 따라 하는 순간, 비교표의 링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너는 카이엔과 비교해서 뭐가 더 낫냐”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맞게 된다. BYD가 원하는 건 그 링이 아니다. BYD가 원하는 건 “나는 다른 언어로, 다른 효용으로 설득한다”는 자리다. 클래딩은 그 다른 언어 중 하나다. 고급의 문법을 빌리기보다, SUV의 문법을 크게 쓰고, 실용의 문법을 전면에 내세우는 편이 더 유리하다. 브랜드가 아직 충분히 ‘상징 자본’을 쌓기 전에는, 깔끔함으로 승부하는 것보다 ‘사용자의 불안’을 먼저 지워 주는 것이 더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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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씨라이언 7의 큼지막한 검은 휠 아치는 단순히 “싼티”나 “원가 절감”으로 설명하면 틀린다. 그건 BYD가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첫째, SUV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하고. 둘째, 글로벌 사용 환경에서 생길 상처를 미리 흡수해야 하고. 셋째, 대량 생산과 품질 안정화의 현실을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쓰는 ‘매끈함의 언어’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자기 언어로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시라이언 7은 트렌드에 역행한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을 향해 직진한 것이다.

재밌는 건, 이런 선택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가 충분히 신뢰를 쌓고, 시장에서 “BYD는 괜찮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고객이 관리 스트레스를 감수할 의지가 생기면, 그때는 BYD도 더 말끔한 표면을 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클래딩은 결국 ‘기능’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자기소개 방식’이다. 어떤 브랜드는 말끔함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어떤 브랜드는 거칠음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씨라이언 7은 후자를 택했다. 요즘 SUV들이 매끈해지는 흐름 속에서, BYD는 “나는 아직 SUV의 현실을 잊지 않았다”는 식으로, 꽤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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