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차에서 들린 이상한 소리, 씨라이언7

전기차 히터가 일하는 방식

by 펠라고스

요즘 BYD 씨라이언 7을 타고 차 안에서 일하는 시간이 꽤 늘었다. 겨울이라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히터를 켜 둔 채 노트북으로 개발을 하거나 글을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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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늘 비슷한 순간이 찾아온다. 히터를 처음 켜는 순간, 차 어딘가에서 “웅—” 혹은 “구궁—” 하는 낮은 소리와 함께 아주 미세한 진동이 전해진다. 내연기관차를 오래 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거 괜찮은 건가?” 하고 고개를 갸웃할 만한 느낌이다. 특히 차 안이 워낙 조용하다 보니, 그 소리는 더 또렷하게 귀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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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이 현상은 고장보다는 구조적인 특성에 가깝다. 씨라이언 7을 포함한 최신 전기차들은 겨울 난방을 엔진 열이 아니라 히트펌프 시스템으로 해결한다. 쉽게 말해 에어컨과 같은 냉매 순환 장치를 거꾸로 돌려 실내를 데우는 방식이다. 그래서 히터를 켰는데도 에어컨 컴프레서가 돌아가는 느낌이 드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정상적인 동작이다. 문제는 이 컴프레서가 전동 방식이라는 데 있다. 전기차에는 엔진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컴프레서가 처음 기동될 때 발생하는 저주파 기계음과 진동이 그대로 실내로 전달된다. 특히 영하의 기온에서는 냉매 점도가 높아지고 시스템 부하가 순간적으로 커지면서, 기동 초기에 소리와 진동이 더 분명해진다.

여기에 또 하나의 요인이 겹친다. 차 안에서 일을 하다 보면 대부분 내기순환 모드로 두게 된다. 바깥 공기는 차갑고, 안은 따뜻하니까 당연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기차 히트펌프 관점에서는 이 선택이 오히려 시스템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의 호흡, 젖은 옷이나 매트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에 실내 공기의 습도는 빠르게 올라간다. 이 습한 공기가 히트펌프의 열교환기를 통과하면, 영하 환경에서는 수증기가 바로 성에로 변한다. 성에가 끼면 열교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차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동 제상 모드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컴프레서는 더 높은 회전수로 돌아가고, 그 결과 소음과 진동이 커진다. 즉, 따뜻한 공기를 재활용하려다 오히려 더 큰 부하를 부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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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외기순환을 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겨울 외기는 차갑지만 매우 건조하다. 이 건조한 공기가 들어오면 열교환기 표면에 성에가 덜 생기고, 히트펌프는 안정적인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 온도 손실은 조금 생기지만, 제상으로 인한 손실과 컴프레서 과부하를 줄일 수 있어 전체적으로는 시스템이 더 편해진다. 그래서 많은 전기차들이 극저온 상황에서는 사용자가 내기순환을 설정해도 자동으로 외기 모드로 전환해 버린다. 전비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보호와 안정성을 위한 설계다.

이 모든 맥락을 알고 나면, 히터를 처음 켤 때 들리는 그 “구궁” 소리와 진동은 전기차가 겨울 아침에 몸을 푸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특히 시동 직후 바로 히터를 강하게 켜면 컴프레서가 한꺼번에 기동하면서 소리가 더 도드라진다. 잠깐 기다렸다가 송풍을 약하게 시작하고, 외기순환을 유지한 채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체감 소음은 훨씬 줄어든다. 차 안에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작은 운용 습관 차이가 꽤 쾌적함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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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전기차 안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은 괜히 불안을 키우기 쉽다. 하지만 씨라이언 7에서 겨울에 히터를 켰을 때 잠깐 느껴지는 저주파 소리와 미세 진동은, 대부분 히트펌프와 전동 컴프레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오히려 아무 소리도 없이 무리하게 돌아가는 쪽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이 차는 지금도 차 안을 사무실로 쓰는 사람의 체온과 배터리, 그리고 시스템 전체를 동시에 관리하면서 꽤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짧은 “웅—” 소리는 겨울을 버티는 전기차의 숨소리 정도로 받아들여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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