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함정
작년에 쓴 글 중에서 크몽으로 한 번 월 천만 원 소득을 얻고 나서 기쁜 마음으로 쓴 글이 있다. 글을 쓰는 당시에는 계속 소득이 올라가기를 바랐으나, 유감스럽게도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탓일까, 그 이후로 꾸준히 줄어 12월 마지막 달은 최고 소득의 절반 정도로 마감하였다.
월 천만 원을 넘게 벌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들이 조회수가 잘 나온다길래 한 번 나도 그 주제로 글을 써 볼까 하였으나 아무래도 내가 내 일 스스로를 포장하는 재주는 없어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내 소득이 실제 월 천만 원과는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1000만 원 정도의 크몽 매출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여기서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 크몽 수수료인 200만 원이다. 20프로 정도가 수수료로 나가는데 이는 매주마다 집행하는 광고비까지 포함하면 300 가까이 나갈 것이다.
부가세는 총매출에 대한 세금이니 기본적으로 100만 원이 나간다고 보면 된다. 그럼 남는 돈은 700 정도인데 이중에 30프로 정도는 따로 보관해야 한다. 종합소득세 때문이다. 세금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번 돈이 다 자기 돈인양 쓰다 세금을 내야 할 때 세금을 미납하게 된다면 그 이후는 상상하기도 싫은 큰 시련이 닥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의료보험비와 국민연금이 붙는다. 물론 국민연금은 내 노후를 위한 것이니 제하고 의료보험비만 놓고 보면 총소득의 7프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럼 남는 돈은 정확히 절반 정도,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을 때 500 정도가 남는다고 보면 되겠다. 다행히 혼자 일하는 사람이라 인건비가 안 들어서 다행이지, 인건비가 만약 포함되어야 한다면 난 최저 소득보다 못한 수입을 얻게 될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혼자서 일하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아서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작년 1월, 교사로서 벌었던 돈이 대략 600-700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1월에 본봉+정근수당+명절수당이 한꺼번에 나왔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는 것과 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것을 비교하면 생각보다 수입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금의 생활이 만족스러운 것은 교사로서 느끼던 부담감 대신 혼자 일하는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자유와 함께 언제든 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딸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 생활이 좋다. 그래서 프리랜서 개인 사업자로 일하는 것이다.
SNS에 자주 올라오는 소득 인증을 자세히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장인들은 이 숫자의 함정에 빠지기가 좋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월급의 최종 숫자만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런 월 천만 원 소득 인증에는 그 소득을 얻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 나와있지 않다.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세금에 대한 내용도 없고. 또한 가장 중요한 지속 가능한 소득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작년 이맘때쯤 학교를 그만두겠다 말하고 겨울 방학을 맞았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소득이 과연 꾸준히 잘 나올지가 걱정이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제는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 마음껏 하면서 소득도 얻으면 감사한 일이지, 소득에 얽매이지는 않겠다. 올 한 해 목표는 “내 일을 즐기는 것.” 으로 정했다.
올 한 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서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