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려움과 고뇌에 관하여.
생각해보면 책을 쓴다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고 ROI가 안 나오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쏟아내는 일이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는 것과는 별도로) 그 쏟아내는 일을 적어도 1년은 꼬박 해야 한다. 나는 풀타임 작가가 아니므로, 정말 틈만 나면 써야 한다. 혹은 없는 틈을 만들어서 써야 한다. 탈고를 하기 전까지는 내내 써야 한다는 스스로 만든 압박감에 시달린다. 누구도 나에게 쓰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데드라인이 없는 만큼 끝없는 부담감을 혼자 짊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쏟아내는 시간과 노력에는 결국 기회비용이 따른다. 책을 쓰겠다고 폼 잡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 때문에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한다. 새로운 것을 더 배우는 것이든, 외부 활동이든, 스타트업을 더 많이 만나는 것이든, 운동을 하는 것이든 모두 제약을 받게 된다.
집필을 하는 기간에는 외부에서 미팅 요청이든, 티타임 요청이든 받게 되면 항상 그 시간에 내가 쓸 수 있는 글과 저울질을 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계산적인 사람이 된다. 괜히 비싼 척, 바쁜 척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시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났으면, 다른 공부를 했으면 더 큰 기회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것 그 자체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흔히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을 하지만. 글은 잘 나올 때도 있는가 하면, 잘 안 나올 때도 많다. 나는 비교적 글을 수월하게 쓰는 편이지만, 그래도 정말 글이 안 나오거나, 쓰기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도 써야 한다. 내가 가진 시간은 제한적이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글이 안 나와도) 억지로라도 쓰지 않으면 영영 마무리하지 못한다.
정말 정성 들여 책을 쓰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팔릴지, 팔려도 얼마나 읽힐지, 그것이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기 어렵다. 더 정성 들여 쓴다고 더 팔리는 것도 아니다. 레퍼런스 하나 더 단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사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몇 권 써보니 운칠기삼이다. 내가 쓴 책이 그동안 얼마나 독자와 세상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돌이켜보면.. 잘 모르겠다.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노력을 들여 썼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참으로 허탈하다. 첫 책은 초심자의 행운으로 여러 반응을 얻었지만, 그 이후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가 쓰는 소재 자체가 베스트셀러가 될 분야도 아니다. 그렇다고 또 세상에 남을 내 글을 내 마음에 차지 않게 아무렇게나 쓸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내 욕심이다.
지금 쓰는 책까지 한 권 더 내면, 앞으로는 책을 더 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번 책을 내고 나면 내가 가진 별다른 콘텐츠가 더 없기도 하다. 그래서 더 잘 쓰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담감도 더 커진다. 이것 역시 내 욕심인 것 같다.
.. 미국 어느 집구석에 틀어박혀 밤늦도록 글을 쓰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