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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섭 Feb 02. 2022

사업의 검증은 시장이 한다.

전문가, 투자자, 심사위원이 아니라. 

사업의 검증은 시장이 한다. 전문가, 투자자, 심사위원이 아니라 말이다. 주변의 초기 창업가들이 종종 착각하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얼마전 우리 해커톤에 출전한 팀에게 '왜 해커톤에 나왔는가'를 물어보니, '전문가들에게 사업성을 검증받고 싶어서 나왔다'고 했다. 우리 회사에 이런 이유로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에게 사업성을 검증받고 싶다고 말이다. 


그때마다 나는 이야기 한다. 전문가의 의견은 참고만 하시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무방하다고. 전문가가 뭐라고 하든, 투자자가 투자를 하든 말든, 결국 판단은 '시장'이 한다고. 사업성, 즉 돈을 낼 것인지 말 것인지는 고객이 결정한다고. 


물론 전문가가 그런 과정을 단축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조금' 줄여줄 수는 있다. 투자자는 시장의 검증을 마치기까지 버틸 수 있도록, 혹은 검증 이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마중물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전문가나 투자자가 사업성 검증을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사업성을 검증하기까지의 시행착오를 면책시켜주지도 못한다.


전문가도 답을 모른다. 답을 안다고 단언하는 사람을 특히 경계하라. 정답을 안다면 세상에 성공한 사람이 모두 전문가일 것이다. (다만, 소위 전문가가 가진 근거와 논리는 참고해보라.) 투자사도 틀린다. 10번 중에 7-8번은 틀리는 것이 VC이다. 아무리 유명한 벤처캐피털도 예외는 없다. (역시, 투자사의 판단에 대한 근거와 논리에는 귀를 기울여봐라.) 즉, 전문가와 투자사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만족시켜야 한다. 시장을 만족시키면 다른 것은 따라온다.


하물며 이런 과정을 창업 경진대회나, 정부기관의 지원사업에 기대하는 것은 더 어리석은 일이다. 창업 경진대회는 대부분 심사위원들이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사업의 극히 일부분만 보고 판단하게 된다. 정부기관의 지원사업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 지원사업이 얼마나 허술하고 엉망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민간의 일을 공공이 평가한다는 것은 전제부터가 틀렸다. 진짜 전문가들과 시장의 핵심 인물들은 대부분 바빠서 정부 지원사업 심사위원 같은 것을 할 여력이 없다. 공무원들은 진짜 전문가가 누구인지 모른다. 전문가도 틀리는데, 하물며 비전문가는 말할 것도 없다.


사업 소개자료에 여러 번의 화려한 창업 경진대회 수상 실력을 자랑하는 경우, 특히 그것이 정부 기관 주최의 행사나 지원사업인 경우, 나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라기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경진대회나 지원사업을 계속 찾아다닌다는 것은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는 받아들인다. 화려한 수상 실적과 정부과제 수행, 유명 VC의 투자를 유치하고도, 결국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간 스타트업이 너무도 많다.


극초기 몇번이라면 몰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반드시 사업은 사업으로서 시장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정부지원사업이나, 투자자, 심사위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전문가들이 극찬하고, 많은 상을 수상하고, 투자를 크게 받아도 결국 시장에서 증명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돈은 지원사업이 아니라 매출로 벌어야 하고, PMF(Product-Market Fit)는 전문가 의견이나 심사위원 평가가 아니라 사업 지표로 증명해야 한다. 


사업을 왜 하는가. 누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가. 시장인가, 전문가 혹은 투자자인가. 무엇이 주이고, 무엇이 부인지 명심해야 한다. 절대로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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