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티크 롬브르단로

앞으로 좀 가볍게 향수 리뷰를 써보려고 합니다 :) 늘 에세이 형식으로 글을 쓰려니 벅찬 감이 있어 제가 다른 분들보다 쪼-금 더 아는 정보들을 친절하게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더 자주, 더 쉽게 여러 향수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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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티크 롬브르단로

Diptyque L'Ombre Dans L'Eau (1983)

딥티크 롬브르단로 EDP (출처: 딥티크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해쉬태그 중에 #ootd(outfit of the day)라는 게 있죠. 글로벌 향덕(향수 덕후)들은 #sotd(scent of the day)라는 해쉬태그를 주로 사용하는데요. 우리말 해쉬태그로는 #오뿌(오늘 뿌린 향수)가 있습니다. 오뿌의 변형으로는 #비뿌(비 오는 날 뿌린 향수), #잠뿌(잠잘 때 뿌린 향수) 등이 있고요, 그중 #비뿌는 특히 올 장마철 향덕들의 인스타를 휩쓴 해쉬태그라고 할 수 있어요.

비 오는 날은 습도가 높아서 냄새를 특히 더 잘 맡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평소엔 잘 느껴지지 않던 축축한 땅 냄새, 풀 냄새, 시원한 비 냄새까지 더해져 익숙한 향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현상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 훨씬 좋게 느껴지는 향들도 있어요. 필로시코스(Philosykos)와 함께 국내에 딥티크(Diptyque)라는 브랜드를 강렬하게 각인시켜준 롬브르단로(L'Ombre Dans L'Eau)가 바로 그런 향수 중 하나입니다. 비 오는 날엔 무조건 롬브르단로를 뿌려야 한다는 뜻에서 오죽하면 별명이 #비뿌르단로 라는데... 더 설명이 필요할까요? :)

무려 1983년도에 만들어져 출시 4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롬브르단로는 '물속의 그림자'라는 뜻의 프랑스어예요. 여담이지만 딥티크 최초의 향수 이름이 물이라는 뜻의 로(L'Eau)인 만큼, 딥티크에는 Eau가 들어가는 향수 이름이 참 많습니다. 오로즈(Eau Rose), 오데썽(Eau des Sens), 오듀엘르(Eau Duelle), 오드민떼(Eau de Minthe), 가장 최근의 오카피탈(Eau Capitale) 등등...

다시 롬브르단로 얘기로 돌아오면요, 롬브르단로는 블랙커런트(카시스)와 로즈를 대표 원료로 하는 향수입니다. 과일과 꽃, 여성스러운 소재들을 메인으로 사용했음에도 사랑스럽고 어여쁜 향이 아니라 야생의 강인한 생명력을 담고 있다는 것이 반전 매력이에요.

탑노트부터 블랙커런트의 그린 노트와 날카로운 장미향이 강하게 올라오는데요, 어쩐지 야생의 장미 덩굴 혹은 장미 줄기를 연상하게 합니다. 블랙커런트의 열매뿐 아니라 잎, 줄기의 향까지 담았기 때문인데요, 바로 이 까끌하고 earthy(혹은 smoky)한 캐릭터가 롬브르단로의 호불호를 갈리게 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해요.

그런데 롬브르단로가 비를 만나는 순간! 한껏 날 서있던 향이 한풀 누그러지며 전체적인 톤이 한층 맑아지는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습기를 머금어 차분해진 주변 공기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어요. 비 오는 날 바람에 실려오는 잔디 냄새처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원래 롬브르단로는 잔향이 좋기로 유명한 향수예요. 처음의 강렬한 인상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풍성한 장미향과 부드러운 머스크가 어우러져 훨씬 자연스러운 장미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기도 하고 딥티크 추천향수로 늘 언급되지요.

롬브르단로가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해서 망설여지셨다면 비 오는 날 도전해보시길 꼭 추천드려요! (참, EDP와 EDT의 느낌이 다르니 두 가지를 비교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DP 버전이 더 유명하긴 해요.)

딥티크 롬브르단로는 로즈, 블랙커런트, 쁘띠그랑 노트를 포함하고 있어요. EDP 75ml 210,000원 & EDT 100ml 17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