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144일차] 다름은 ㅇㅋ 다툼은 ㄴ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by 김연필

초등학생 4학년때의 일로 기억한다. 우리반에 이름이 승룡인 친구가 있었다. 성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닥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당시에 나보다 힘이 세고 좀 더 말썽꾸러기였다. 어느 체육시간이었다. 몇몇 친구들은 체육 선생님의 지도하에 어떤 체육활동을 하고 있었고, 반 정도의 친구들은 담쟁이 덩굴이 만든 그늘 밑에서 다음 차례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딱히 할게 없이 심심하던 그때, 나는 양손을 이용해 스트리트 파이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당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오락실 게임이다. 별 생각없이 오른 손가락 캐릭터로 왼손 캐릭터를 향해 승룡권을 구사했다. (일명 어류겐이다) 오른 손가락을 구부렸다 피면서 왼손가락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려치며 '승룡권'이라고 소리쳤다. 그때 승룡이라는 친구가 갑자기 나를 보며 '너 씨X 지금 뭐라그랬어?' 라고 윽박질렀다. 나는 천진난만하게 승룡권이라고 대답했고, 바로 그 친구의 주먹이 내 턱을 향해 승룡권처럼 날아왔다. 그리고는 승룡이로부터 어디서 개기냐느니, 내가 만만해보이냐느니 하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나는 억울했다. 지금도 왜 어류겐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승룡권이라고 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승룡이를 염두해두고 하거나 승룡이를 놀리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아니, 순박하던 그때의 난 그럴만한 트러블메이커가 아니었다. 그런게 아니라고 했지만, 승룡인 믿지 않았다. 그 당시로서는 그럴만하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억울함 역시 여전하다.


고등학교때는 이런 일이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평소와 같이 어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나는 기분이 언짢은 구석이 있었다. 이유는 지금에 와서는 생각나지 않지만, 분명 저기압이었다.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내 뒷통수를 내리치며 '야! 매점가자.' 라고 하는 친구에게 나도 모르게 '아~ 씨X 그냥 매점가지고 하면 되지 왜 머리를 치고 지랄이야!' 라고 불쑥 욕지거리와 함께 화를 냈다. 친구는 '왜 갑자기 화를 내고 지랄이야. 그러지

말고 가서 호빵 하나 먹고 오자' 라고 했다. 여전히 어두운 기운의 나는 '호빵이고 나발이고 왜 머리르치고 지랄이냐고?' 라고 계속 화를 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두가지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때론 상대방에게 화를 불러 일으킬 수가 있고, 또 상대방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가 화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실과 현실의 또 다른 차이를 그렇게 느끼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두 사건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작금의 대한민국에 흘러 넘치고 있는 분열의 에너지를 나는 사람들이 저 시절의 나처럼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깐 적당히 중간을 지키자는 말이 아니다. 가해자가 되지 않게, 또 피해자도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하고 싶을 뿐이다. 다름은 많아도 다툼은 적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작심143일차] 짧은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