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지내는 벗
남자 셋이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이유는 셋 중 한명이 부산 사직구장에 가서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의 경기를 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폭풍같은 평일들을 지나고 맞이하는 황금같은 주말에 남자셋이 야구하나 보려고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심지어 가자고 한 녀석을 빼고 오늘 부산에서 열리는 경기를 하는 팀을 응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가는 이유는 부산 사직구장의 그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친구이기 때문이다.
우리 셋은 대학 1학년때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성격울을 가진 우리는 처음엔 분면 소속감에 의해 친해지게 되었을거다. 그러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었다.
동기들중에서 유난히 눈이 작던 우리 셋은 '기스파'라 불리웠다. 눈 크기가 기스 정도라는 치욕적인 이름이지만 우리셋은 그조차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함께 하는 동기들,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우린 주저하지 않았다.
두명의 친구중에 한놈은 심지어 내 절친이 되었다. 중학교때부터 친구였던 놈보다 이젠 이 녀석과의 관계가 더 깊다. (물론 친구들을 누가 더 친하고 안 친하고 등급을 매기는건 아니다.) 더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 하기 때문이리라. 그러고 보면 친구는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귀는 벗이란 말도 맞지 싶다. 사회인이 되면서 서로의 바쁨에 의해 오래 사귀고는 있어도 가까이 지내지를 못하다보니 시나브로 서로의 지금에 대해 아는 것이 적어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친구가 된다는 것. 어릴땐 참 쉬웠던 거 같다. 그냥 같이 놀다보면 어느새 친구가 되어있었다. '나랑 친구하자'같은 말을 내뱉어본 적이 없다. 어울림 속에소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친구가 되면 그냥 믿고 지내는 것이었다. 그 녀석이 어떤 인간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함께 어울리면서 그녀석이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했을뿐이다. 세상...아니 그 당시엔 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짓들도 친구와 함께라면 할 수 있었다. 그래, 그땐 의리가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아직 멀었지만, 일단 사회적으로) 사회인이 되어 만나는 사람들과는 좀처럼 친구가 되기 어려워졌다. 같이 웃고 떠들고 그렇게 지내도 뭔가 비어있었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때문이겠지.. 바쁘게 살다보니 그럴수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실망을 자주 하다보니 그럴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변했을런지도 모른다.
사실 난, 내가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사람에 관심이 많고, 그들의 마음속을, 머리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이전의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다 즐겁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단, 오늘 내 마음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지, 익숙한 편안함을 원하는지에 달려 있을 뿐이다.
내게 친구는 편안한 존재이다. 그들은 내가 가진 어떤 성격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때론 농담에 섞어 자신이 그런 성격을 좋아하지는 않거나 불편함을 느낀다고 이야기를 하긴 해도, 그 이유로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임이 친구들 사이에는 있다. 가까이 두고 많은 걸 공유하지만 소유하지 않는다. 여자친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마 이것이지 않나 싶고, 그래서 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
친구.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단어 10가지 안에 아마 들어갈 이 단어. 당신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속상한 일 있으니 지금 당장 나와서 소주 한 잔 하자고 할, 또는 하는 친구.
뜬금없이 바다가 보러 가고 싶다며 주머니 돈 털어서 당장 가자는 말 한마디에 의기투합해서, 전당포에 졸업반지 잡혀가며 놀러다니던 친구.
집안에 힘든일이 생겼을때 두손두발 다 걷어부치고 나서소 힘이 되주는 친구.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마치 엇그제까지 보던 녀석인 것 같은 친구.
그런 친구가 아직 있나요?
당신은 그런 친구인가요?
오늘은 친구랑 만나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