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나는 좋아한다.
약속이 없는 퇴근길, 동네에 있는 작은 참치집에 들러 혼자 소주를 마시며 짧은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그 시간을 좋아한다. 느지막이 퇴근해 샤워기에 물을 틀고 목 뒷덜미부터 어깨를 지나 흘러내리는 따듯한 물에 몸을 맡기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빠알갛게 잘 익은 딸기를 사 가지고 와 싱크대에서 가볍게 씻고는 텔레비전을 보며 단숨에 한팩을 비우는 일을 나는 좋아한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주말, 노트북을 켜고 지나간 옛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먼지가 쌓이기 직전의 PS4를 켜고는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즐기는 것도 나는 좋아한다. 날이 좋은 봄날이면 반바지에 쿠션이 폭신폭신한 운동화를 신고 집에서부터 홍대까지 걸어보는 것도 좋아한다. 어느 날 갑자기 귓가에 꽂힌 노래를 몇 시간 동안 주구장창 듣고 있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 쇼윈도에 날 비춰봤을 때, 유난히 표정이 밝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평소보다 좀 더 잘생겨 보이는 내 얼굴에 자뻑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좋아한다. 사람들과 어울려 밑도 끝도 없이 별 의미 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왁자지껄 떠드는 걸 좋아한다. 누군가의 생일날 불쑥 전화를 걸어 축하한다는 말을 건넬 때, 그들이 내게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도 좋아한다. 더러워진 운동화를 일정 시간 세제에 담가 두었다가 칫솔로 치카치카 잘 닦아주고 햇볕에 잘 말렸을 때, 깨끗해진 운동화를 다시 신는 그 순간도 좋아한다. 글쓰기를 하다가 우연히 만난 문장을 보며 '내가 썼지만 너무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그 순간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약속이 없는 저녁, 불쑥 저녁 먹자고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아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일을 좋아하고, 그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 사람 앞에서 알몸이 될 수 있는 그 순간도 좋아한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가 잘 지내냐면서 쏟아내는 욕지거리도 나는 좋아한다. 냉장고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맥주를 좋아하고, 시원한 캔맥주를 딸 때 나는 그 소리도 좋아한다. 어느 주말, 실컷 자고 일어났지만 이불속에서 한참이나 더 딩굴거려도 괜찮은 그 시간을 좋아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이즈를 감으로 맞춰 주문한 옷이 마치 맞춤인 것처럼 딱 맞아떨어질 때도 나는 좋아한다. 혼자만의 글쓰기 연습인 30분 글쓰기를 95명이나 구독해주고 있다는 사실도 좋아한다. 종종 달리는 좋아요는 어찌 좋다고 말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운이 좋아 세상에 내놓은 나의 책 2권을 나는 좋아한다. 조건반과 함께 만든 노래들도 좋아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이런저런 재미난 놀이들을 아직도 생각해내고 직접 해 볼 수 있는 뻔뻔함도 좋아한다. 만두를 빚어 먹는 것을 좋아하고, 면류는 그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다 좋아한다. 마음이 이쁜 사람들을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고 온 세상에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날이 오면, 여기에 적힌 모든 것들보다 앞서 너를 좋아한다고 적겠다고 다짐하는 지금의 이 마음을 나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