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을 누가 알아?
전화벨이 울린다. 딱히 바쁜건 아니지만 전화를 받기에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다. 거절버튼을 눌렀다. 잠시후 다시 벨이 울린다. 급한일인가 싶다. 잠시 자리를 피해 통화버튼을 눌렀다.
"바쁘니?"
"일하고 있지."
"뭐하고 있는데?"
"공연장 나와 있는데 무슨일이야?"
"아무일 없는데?"
"그럼 왜 전화했는데?"
"그냥 했지."
"그래?"
"야! 잘 지내는거지?"
"그럼. 조금 바쁘긴 하지만 잘 지내고 있지."
"그래, 잘 지내야지."
"지훈이는 잘 지낸다니?"
"글쎄 연락이 안된지 오래되서.."
"왜? 싸웠어?"
"아니, 그게.. 내 전화를 안 받아."
"왜?"
"낸들 아냐."
"뭔일 있나?"
"지난번에 이혼한 뒤로 연락이 안되더라고. 전화해도 안받고, 톡 남겨도 답이 없고.."
"이혼했어!?"
"어."
"언제?"
"글쎄 정확한건 모르겠고.. 4-5개월 정도 된거 같은데.."
"이혼했다고?"
"응.."
"근데 왜 얘길 안했어?"
"지난번엔 그럴만한 타이밍도 아니었고.."
"이유가 뭐래?"
"나도 모르지. 연락이 안되는데.."
"연락해봤어?"
"내 전화 안 받는다니깐.."
"아.. 그새끼.. 왜 그랬지?.. 씨발 너 왜 안 말렸어!"
"연락이 되야 말리던지 뭐든 하지.."
"재수씨랑은 연락해봤고?"
"해봤지. 이혼 이야기도 재수씨한테 들었으니깐.."
"와.. 그 새끼 왜 그랬지?"
"뭐.. 잘은 모르지만 성격차이같아. 서로 자주 다퉜으니깐.."
"아.. 그 새끼.. 외로워서 그랬겠지.. 불쌍한 새끼.. 외로움 많이 타는 새낀데.. 어쩌자고 이혼을 했데.. 넌 뭐했냐 이 새끼야!"
"나도 몰랐다니깐.. 나도 궁금해서 연락해봤는데 안 받으니 알 수가 없고.. 또.. 지 인생 아니냐. 내가 뭐라 할 수도 없는거지."
"너는 괜찮은 거지?"
"나야 잘 지낸다니깐."
"너는 결혼하지 마라!"
"뭐?"
"너는 혼자서도 멋있게 잘 사니깐.. 그냥 계속 그렇게 살아. 멋있게."
"뭐.. 살아봐야 알지."
"근데..씨발.. 그.. 새끼.. 왜.. 이혼 했다냐.. 흙..흙.. 그새끼.. 씨발 부모님 일찍 여의고 여자 만나서 존나 행복해하더니.. 왜 헤어졌데..흙..씨발.."
"....."
"그새끼가.. 씨발 부모님이 없어서.. 그게 트라우마라 그런거겠지.. 씨발.. 근데 씨발 왜 이혼한거야? 딸래미는 어쩌고..."
"그러게 말이다..."
"야!.. 너는.. 너는.. 결혼하지마.."
"그게 뭐 살아봐야 알지."
"씨발. 너는 존나 멋있어. 너도 부모님 안 계신거 똑같은데.. 넌 항상 밝고 당당하잖아. 씨발 내가 그래서 널 좋아하지."
"그렇게 봐주니 고마운데.. 나도 다를거 없다."
"야.. 씨발 내가.. 이렇게 살아도 너한테는 항상 씨발 좀.. 그런 마음이 있어. 돈 필요하면 연락 꼭 해라."
"나 돈 필요 없어. 그거 아니어도 연락해야지."
"그래, 너는 연락을 좀 할 필요가 있지.. 그래도 씨발.. 절대 죽으면 안되는거 알지?"
"뭔 헛소리야? 왜 죽어?"
"그러니깐 씨발 죽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술 마셨냐?"
"안 취했거든!"
"지금 오후 3시다 임마."
"아.. 씨발 안 취했.. 암튼 씨발 너 죽으면 안되 이 색기야. 그리고 돈 필요하면 연락 꼭 해라"
"아.. 왜 낮술은 쳐먹고..."
라고 말하다가 머리속에 생각 하나가 스쳐갔다.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근데, 뭔일 있냐?"
"없어. 그냥 한거지."
"술은 왜 마셨어?"
"먹고 싶으면 마시는 거지."
"힘든일 있어서 연락한거 아냐?"
"나는 힘들어도 우리 딸래미, 딸래미가 내 삶의 근원아니냐. 딸래미 보는 맛에 사는거지. 그러니깐 나는 괜찮아 임마."
"그래.. 니 딸한테 잘해야지.."
"그러니깐 너는 결혼하지마!"
"내가 할 지 안 할 지는 나도 몰라."
"아냐.. 너는 지금까지도 혼자서 존나 멋있고, 또 그런 가정환경에서도 존나 멋있게 잘 커와서 내가.. 씨발.. 내가.. 씨발새끼야.. 아.. 존나 니 존경한다 색기야. 존나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주변에 사람도 많고.. 넌.. 넌.. 잘할거라 믿어. 그런데 결혼은 하지마. 혼자 사는것도 좋잖아."
"취했나보네. 왜 그렇게 술을 마셔.."
"안 취했어.. 그리고 좀 마시고 싶으면 마시는 거지."
"나 이제 일하러 들어가봐야해.."
"그럼 금방 다시 전화해주나?"
"안되지.."
"왜 안돼?"
"일하는 중이니깐.."
"그래, 씨발 너는 존나 멋있어. 남들 다 슬퍼도 너는 여유가 있어보여. 존나 멋져!"
"...."
"야.. 근데 그 색기는 왜 이혼을... 흙흙.. 씨발 했나니.. 불쌍해서 어쩌냐.."
"그러게.."
"씨발, 연락좀 해보지 그랬어."
"해봤다니... 하아.. 미안한데 나 이제 들어가 봐야해. 술 좀 많이 마시지 말고.. 응원한다. 딸래미도 그렇고."
"우리 딸.. 내 삶의 이유.. 그렇지.."
"나중에 연락할게.."
"금방 해주면 안돼?"
"내가 갑이 아니라서 나도 몰라."
"그래.."
"힘내자!"
"결혼하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