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304일차] 망각

차라리 완전히 기억할 수 없다면

by 김연필

나의 삶속에 슬픔과 외로운 기억이 너무 많다. 때로는 그런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한번 우울한 기분에 빠지고 나면 그 기억들이 나를 집어 삼킨다. 요즘 그런 마음으로 술을 마시고 이불킥 하기 좋은 일들을 기꺼이 벌인다. 나를 더 궁지로 모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지로 모는 것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부끄러움으로 더욱 외롭게 만들려고 하는 걸까? 처절한 외로움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가끔씩 죽고 싶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죽을 용기가 없었다. 삶에 대한 희망이 더 컸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딱히 그런 희망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다시 삶의 의욕이 활활 타오르면, 역시 그때 그러지 못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살고 싶다가도 죽고 싶고, 죽고 싶다가도 살고 싶은 이 지리멸렬한 반복을 아직도 하고 있다.


가슴 한 가운데에 뭔가 꽉 막힌 듯 갑갑하고, 딱딱하다. 숨을 쉬는 것이 힘이 들고 틈틈히 통증도 느껴진다. 이러다 정말로 암이라도 걸릴 것 만 같다.


왜 나의 진심은 계속 버림받아야만 하는 걸까?

내가 뭘 잘못 한건가?

삶이 그런거라면, 나는 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잘못이 아니라면,

삶이라는 것이 그런거라면,

끊임없이 찾아 헤메이는 과정이라면,

나는 잘못 태어난 것이 틀림없다.

내 마음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얻을 수 없는 세상에 태어났다면, 나는 잘못 태어난 것이다.


삶은 리셋이 되지 않는다.

너무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되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모르고 산 것들이 너무 많다.

이제부터 배우면 될 것들이 아니다.

너무 긴 시간을 모르고 살아 쌓인 습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있다.

아직은 이 삶을 끝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약간의 시간동안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어쩌면 이번에는 끝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용기는 없지만, 이번엔 용기를 내버릴것만 같다.


사람들에게 '내일 낮 12시가 지나고나면 다시는 나를 볼 수 없다면 지금 나와 무엇을 하고 싶어?' 라고 묻고 있다. 그 질문은 진실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진실이 되었을때, 내게 질문할 기회나 시간도 주지 않은 당신이 나를 미워해도 그것은 온전히 당신탓이다. 난 매일같이 울부짓고 있었으니 말이다. 알아채지 못한 당신은 나의 부재를 슬퍼하지도 마라. 그리고 나에게 마지막 모습들을 기꺼이 안겨준 그대들에게는 이 글을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때, 모든 것을 잊은 상태였으면 좋겠다. 망각의 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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