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32일차]이게 다 더워서 그래..

뜨거주거

by 김연필

피곤하다. 몸도 피곤하긴 한데, 마음이 더 피곤하다. 이런 와중에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다. 그 일들을 해 볼 수 있도록 모레부터 9일 정도의 휴가가 생겼다. 물론 의욕이 넘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호기심이 자극되는 일이 또 생겼을뿐이다.


덥다. 몸이 덥기도 하지만 마음도 더운가보다. 특히나 요즘 집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의 나는 열기를 내뿜으며 약간의 두통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버스안 누군가 내 옆에 있게 되면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때문에 덥지는 않을까하는 오지랖을 부릴 정도인거보면 그래도 아직 상태가 메롱은 아닌듯하다.


흠뻑 젖은 셔츠를 벗어 빨래통에 내려놓는다. 무플까지 내린 바지는 발로 벗어 내리고는 발가락으로 집어 빨래 통에 넣는다. 팬티도 마찬가지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로 물줄기를 뿜어 온몸을 적신다. 바로 찬물을 뿌리면 몸의 열기가 더욱 뻗칠것 같아 미지근한 물에 몸을 맡긴다. 온도에 몸이 익숙해진다. 찬물의 공급량을 조금씩 늘려 차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미지근한 상태라고 할 수 없게 조정한다. 그렇게 땀을 흘려보내고 비누칠을 한다. 나는 비누가 좋다. 바디샤워나 폼클렌징보다 비누가 좋다. 비누, 발음도 참 좋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런 기운이 있고, 또 몸이 뽀송해지는(누군가는 건조하다고 부를)그 느낌이 좋다.


샤워를 마치고 대나무 자리가 깔린 침대에 누워 선풍기 바람을 맞고 있는데, 큰일이다. 벌써 다시 더워졌다. 몸에선 아직도 열이 솟구친다.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소환하고 싶지만, 한캔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참기로 한다. 피곤하긴 한가보다. 이렇게 쉽게 참아낼 수 있는걸 보니 말이다.


좀 더 차분하게, 조급할 것 없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나와의 시간을 이번 휴가에 가져야겠다. 37년을 변덕꾸러기로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럴런지, 이제 그만할때도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아.. 그래 이런 생각은 일단 며칠뒤로 미루자. 이건 게으름이 아니다. 나를 위한 선택이다. 뭔가 맘에 안들고, 핑계같고,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껴지는건.. 다 더워서 그런거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거슬리는 것도 다 더워서 그런거다. 30분을 다 채웠음에도 뭔가 허전한 이 마음도 더워서 그런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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