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울고 있다. 큰소리를 내서 울지는 않는다. 들고 있는 휴대폰 액정위로 눈물 방울이 떨어진 걸 보고 그녀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사생활을 훔쳐볼 생각은 없었다. 우연히 시선이 머물렀을 뿐이다. 휴대폰 화면속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있길래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 지하철 안에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도 궁금했다. 물어볼 수도 없고, 고개를 돌려 쳐다볼 수도 없다. 타인의 삶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하지만 마음 한켠이 불편하다. 망상일지라도, 그 망상의 나의 것이던, 그녀의 것이던 상관없다. 슬픔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 위에 두었던 가방의 앞 주머니를 열고 밴드에이드를 꺼냈다.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다. 눈물의 이유도 몰라도 괜찮다. 기쁨의 눈물이 아닌것 만은 확실히 느껴진다. 열차가 정차하고 문이 열렸다. 밴드에이드를 그녀의 휴대폰 위에 슬쩍 올리고는 일어나서 지하철에서 내렸다. 뒤 돌아볼 필요도 없다. 이로인해 잠시라도 슬픔이 덮히면 그만이다. 조금이라도 상처가 낫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