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전화 #0609
"우선 엄마의 취향을 파악해야하지. 혹시 알고 있다면 나이스고, 모르고 있다면 아빠를 통해서든 누나를 통해서라도 알아내야해. 많이 알면 좋지만 꼭 알아둬야할 취향으로는 음식이랑 영화 그리고 컬러, 이 세가지는 꼭 알아내도록 해. 준비가 되면 일단 아빠를 섭외해서 주말에 엄마랑 데이트할거니깐 방해하지 못하게 해두고, 오후 4시경 영화를 예매하도록 해. 그래야 영화가 끝나고 저녁먹으러 가기 좋으니깐. 물론 저녁먹을 음식점도 미리 예약해두어야겠지. 일단 준비가 끝났으면 문구점에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컬러의 편지봉투를 하나 사. 그리고는 데이트 초대장을 하나 만드는 거야. 내용은 알아서 로맨틱하게 쓰면 돼. 엄마라고 적어도 되고, 여사님이라고 적어도 되지만, 나라면 이름을 적을꺼야. 00씨 이렇게.ㅎ 그래서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하는거지. 거절하지 않을거야. 거절하면 아빠의 지원사격을 받으라고! 그렇게 어느 주말.. 니가 평일에도 시간이 된다면 뭐 상관없고.. 엄마랑 데이트를 시작하는 거지. 영화 시작 2~30분 전에 영화관에서 엄마랑 만나는 게 시작이야. 일단, 엄마가 먹지 않아도 팝콘을 사도록 해. 이 모든건 기분을 내기 위함일 뿐이니깐 말야. 먹지 않을 팝콘을 사는게 기분내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그냥 00씨랑 같이 팝콘 먹으면서 영화보고 싶었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거야. 참! 중간중간 인증샷 셀카 찍는 것도 빼먹지 말고! 그리고 영화보고 나오면 남주랑 나랑 누가 더 잘 생겼냐 이런거도 좀 물어보고 그래. 당연히 엄마 눈에는 아들인 니가 잘생겼겠지만 혹시라도 의외의 답이 나오면 질투도 좀 하고, 대신 여주랑 엄마랑 비교하는 건 안되는거 알지? 엄마가 훨씬 아름답다고 해드리라고. 빈말이어도 좋아하실거야. 엄마도 여자니깐. 그리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꼭 꽃집을 지나치게 세팅해 둬야 해. 좋아하는 꽃을 모를땐, 아까 알아둔 좋아하는 색의 꽃을 사면 되는거야. 뭐 이런걸 사냐고 하면.. 알지? 박력있게 그냥 사서 주면 되는거야. 이제 식당에 도착하게 될거야. 만약 웨이터가 있는 고급레스토랑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테이블 안내 받으면 앉기 편하게 의자 빼드리고 앉으실때 살짝 밀어넣는 매너 잊으면 안된다고. 그리고 즐거운 식사를 하면 돼. 그리고 질문은 가족에 관계된 질문이 아니라 00씨라는 한 여자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야해. 사실 너도 엄마 잘 모르잖아? 사실 이번 데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거든. 너의 엄마를 엄마 말고 여자로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거야. 물론 그런 대화가 쉽지는 않겠지만.. 몇번 만나본 소개팅녀랑 저녁 먹는다고 생각하고 인간적인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라는거야. 오바해서 진짜 소개팅녀처럼 대하지 말고! 농담이다. ㅋ 중요한 건 엄마를 엄마가 아니라 한 인격체로 니가 존중해야하고, 그런 존중함을 보여드리라는 거야. 그리고 집에 같이 오면 기분이 좀 이상할거야. 그런적이 없었다면 말이지. 뭐..암튼 집앞에 오면 집에 들어가지 말고, 편의점이나 어디 좀 갔다 온다고 하고 먼저 들어가시게 해. 그리고 문자 보내서 오늘 너무 즐거웠다고, 00씨를 더 잘 알게 되어서 좋다고.. 뭐 그런 문자보내고, 그 다음에 준비한 선물. 선물은 미리 집안 어딘가에 숨겨놓고 나온거야.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데 깜빡했다. 뭐.. 아직 실제로 엄마랑 데이트한거 아니니깐 괜찮잖아. 엄마가 좋아할 만한 거로 사면 되고, 역시 뭐 살지 모르겠으면 스카프를 사던, 뭘 사던 엄마가 좋아하는 색으로 골라. 암튼 문자로 선물 위치 알려주고 집으로 들어가면 돼. 선물은 당연히 편지와 함께 전해져야하고, 이 특별한 데이트를 사랑하는 00씨와 하고 싶었다고, 그동안 엄마로 살아줘서 고맙다든지 뭐 그런 오글거리는 멘트들..말로 하기 힘든 그런 것들 편지로 쓰면 되는거야. 뭐, 어버이날에 하던지, 엄마 생일날 하던지 그건 니가 알아서 할 일이지. 대신, 살면서 딱 하루는 꼭 해봐라. 가급적 빨리하면 더 좋을거고.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무슨 준비가 엄청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야. 마음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할 수 있을거야. 아니아니.. 이게 정말 효과가 있냐고 묻는게 중요한게 아니야. 어떻게해야 너희 엄마에게 효과적일지는 이제부터 니가 고민해야 할 일이지. 암튼 끊자. 부러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