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에 대하여
술을 마시다 보면 필름이 끊기는 그런 날이 있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럴때도 있고, 술자리에서 밀려오는 졸음을 견디려다 그럴때도 있다. 둘이 동시에 작용하면 더 많은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내 머리속엔 저장되지 않은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기억속엔 저장이 되어있다. 그 사실을 마주하기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쉬울수가 없지싶다. 게다가 내가 한 행동의 의도와 이유가 결여된 상황만 남겨져 있다는 점이 더 두렵다. 왜 그랬는지 나에게 물어봐도 알 길이 없다. 단지 의심이 갈 뿐이다. 대게는 그 의심이 정답이겠지만, 그렇다고 확신하고 싶지 않은게 인간의 누추한 본성이기도 하겠지.
지난밤의 기억이 일부 없다. 내 삶인데 오롯이 내 삶이어야할 시간들인데, 그 일부를 잃어버렸다. 꼭 기억해야할 그런 시간은 아니었을것이다. 인생의 중대사를 나누고 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매우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도 않았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 대신 그 자리에 부끄러움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부끄러움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 인식이 실수를 반복하게 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욕망을 잘 다스려야 한다. 평소의 삶속에서는 순간순간 솟구쳐오르는 욕망을 컨트롤 할 수 있지만, 만취의 순간은 다르다. 욕망을 따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게 순간의 감정에 불을 지펴 다음날이 되면 후회할 일을 하곤 한다. 그런데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건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대학시절, 술을 마시고 잠이 들면 절대 일어나지 못했다. 나를 깨우던 친구가 포기를 하고 결국 업고 자기 집에 데려가 재운적이 있다. 그리고 한번은 노래방에서 홀로 아침에 깬 적이 있다. 사장님도 깨우다 포기했다고... 그런 경험을 하고 난 뒤, 술을 마시다 잠들어도 괜찮은 곳이 아니면 절대 만취하도록 마시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 내 마음에 일렁거리고 있는 이 복잡하게 엃히고 섥힌 생각의 꾸러미때문인가? 아니면 알콜중독인가? 둘 다 인가? 술을 술술술 마신다. 리미트를 걸지 않고 마신다. 취하고 싶은 걸까? 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걸까? 아니면 그 어떤 의식도 없이 그냥 그 순간에 머물러 있던 걸까?
그것을 알 길이 없다. 그때 그 순간의 내 마음과 이야기를 나눠 볼 방법이 없다. 그때의 그 마음을 알고 모르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겠지.
그래,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