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번째 30분 글쓰기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의식적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약속을 그런대로 지켜냈다. 총 며칠이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별 내용없이 건너 뛴 날들도 있다. 또, 처음 쓴 날을 조금전에 확인해보니 실제로 매일매일 썼으면 이틀전이 365일째가 되는 날이어야 했다. 하루하루 전날 쓴 작심000일을 보고 이어쓴건데, 아마도 전날 새벽에 쓰고는 다음날 쓸 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짜만 보고는 썼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나보다. 뭐.. 디테일하게 이유따위 따지고 싶지 않다. 이렇든 저렇든 어찌되었든간에 365번 글을 써야 겠다고 마음먹은 날부터 지금까지 뭐라도 적어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형식의 글들을 써왔는지 하나씩 분류별로 나눠서 확인해볼까도 싶은데, 그건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30분 글쓰기를 마감하는 글을 쓰기로 한다. 그렇다. 이글을 끝으로 일단 30분 글쓰기 매거진에는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을까 한다. 글쓰기가 싫어졌다기 보다는 억지로 쓰는 글은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그동안 쓴 글들의 유형을 파악하고, 그중에 좀 더 긴호흡으로 또는 시리즈로 써도 괜찮겠다고... 아니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는 글들을 매거진으로 모아 써볼까 한다.
한 2~3달정도 혼자서 조용히 글쓰기를 했다. 누굴 보라고 쓰는 글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정적으로 너무 널뛰기가 심한 상태에서 쓰는 글이라 바로바로 내비추는게 부담스러웠다. 내 마음의 상태가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고스란히 표현된 글 자체가 내 마음의 상태는 아니었다. 지인들 중에서 내 브런치를 읽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하게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오늘 지난 글들을 한꺼번에 다 올린 이유는 이제 봐도 괜찮다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나는 계속 살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이 지나고 나면, 아마도 영원히 꽁꽁 숨겨두거나.. 글쓰기도 꼭꼭 숨어서 할 것만 같았다. 도망치고 싶지 않고, 물러서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는 정신승리라도 해야 한다.
3달정도 나의 글들은 전체적으로 우울한 에너지를 뿜고 있다. 모든 것을 탓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장 많이, 크게, 자주 탓 하는 건 사실 나 자신이다. 글의 주인이 나고, 그 글들을 다시 읽을 사람도 나다. 나의 이런 심리적 상태를 어느 누군가가 멀거나 가까운 미래에 이 글을 통해 짐작하여 나를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든지, 저러든지 상관없다. 그정도 깜냥이라면, 가까이 하지 않아도.. 아니 가까이 하지 않는게 나을 것이다.
뭔가 한가지를 오래 하지 못하는 성격인 편인데, 스스로가 조금 대견하다.
아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러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약속의 주체가 자기자신일때, 그때가 사실 지키기 어려운 법인데, 용케 지켜냈다.
아마도 그냥 혼자 오프라인으로 글쓰기를 한 것이 아니라,
이곳 브런치에 글을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켜보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근 3개정 정도.. 까짓거 안 써도 그만인데..
계속 쓰던지 말던지.. 사실 아무도 상관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속에서 묘한 기운이 이리저리 눈치도 보고,
또 나 자신을 비추며 부끄러움을 끄집어 내며 365일을 그래도 꾸역꾸역 채우도록 했나보다.
홀가분하다.
매일매일 뭔가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이제 자유로워진다.
잘 버텼다. 좋은글을 썼는지, 뻘짓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365일동안(간혹 24시간을 넘기긴 했지만) 한가지 생각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해 온 것만으로 충분하다.
작은 습관 하나를 가지게 된 셈이다.
이제 이 습관을 다른 분야로 옮겨볼까 한다.
어떤 분야로 선정할 지는 아직 모르겠다.
독서가 될까?
운동이 될까?
어떤 창작활동이 될까?
하루에 30분,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루에 30분, 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마 남은 7월 한달을 그냥 좀 멍~ 때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겨우 20일만에 그동안 쌓아온 습이 다 사라지진 않겠지?
그러면 뭐 어떠랴.
그렇다면 그것이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일진데.
그동안 30분 글쓰기를 구독해주신 이름 모를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보이지 않는 시선 덕분에 오늘까지 왔습니다.
좀 쉬고, 마음의 상태도 정리를 좀 해보고,
쓰고 싶은 글이 생기면 또 다른 매거진으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