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6753
벌써 7딴다가 지나갔다. 한시간이 넘도록 다른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봤다. 딱히 추고 싶은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까베세오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담배를 피우러 나가자는 A의 말에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는 B와 C가 먼저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자 B가 말했다.
"너 왜 오늘은 춤 안 춰?"
불이 붙은 담배를 한모금 빨아들이고 대답했다.
"까베세오가 안되더라고."
의도치 않았지만 내뿜은 담배연기가 마치 한숨처럼 흩어졌다.
"야. 여기서 누가 까베세오를 해. 그냥 들이대는게 먼저지!"
맞는 말이다. 정식 밀롱가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동호회에서 매주 열리는 밀롱가에서 까베세오를 하는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웃는 얼굴도 다가가 한곡 추자고 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걸 내가 모를리가 없다. 단지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아니 오늘은 까베세오로 춤을 추게 되는 그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그냥 오늘은 까베세오가 되면 추고 싶어서."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C가 툭 송곳 하나를 던진다.
"오~ 뭐야. 좀 춘다 이건가?"
말 한마디가 이래서 조심해야 하는건가 싶으면서도, 내 마음도 잘 모르면서 저따위로 말하는 C가 어이가 없으면서도 자격지심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다.
"내가 무슨... 그냥 오늘은 그냥 막 춤이나 추자. 이런 기분은 아니고, 그냥 음악과 눈빛이 맞으면 추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말을 들은 A가 물었다.
"그럼 평소엔 막 췄다는 건가?"
아뿔사!.. 또 말이 말을 만들고 있었다.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고 더 큰 한숨처럼 내뿜고는
"그런건 아니고, 그냥 오늘은 기분이 그렇네. 뭐.. 한곡도 안추고 집에 가도 서운할 것 같지는 않아."
"뭐.. 니가 그렇다면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서운한 느낌이던데?"
독심술이라도 배운 것 같은 B가 말했다.
사실이었다. 까베세오를 할 수 없는 환경이 서운했다. 내가 여기 모인 모든 땅게로들 중에 제일이었다면, 이런 기분을 아마도 느끼지 않았을 확률이 좀 더 높았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틀린 생각일지라도 나는 언제나 까베세오로 춤을 추고 싶다. 나는 늘 교감하는 춤을 추고 싶기 때문이다.
어느새 담배가 다 타들어가있었다.
다함께 다시 밀롱가로 돌아가는 그때 C가 말했다.
"그냥 들이대. 한곡이라도 춰야 늘지."
맞는 말이었지만, 오늘은 들이대지 않을거라고 속으로 대답했다. 오늘은 춤을 그저 많이 추고 싶은 마음이 없다. 꼭 춤을 추고 싶은 상대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춤을 추지 못해도 괜찮다.
오늘 나는 춤을 추고 싶다.
오늘 나는 춤을 구걸하고 싶지 않다.
오늘 나는 함께 춤을 추고 싶다.
함께 춤을 추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