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 본업은 영상이다.
영상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편집, 촬영 뿐만 아니라 중계, 연출, 기획은 물론이고 회사 덕분에 미디어파사드라던지, 프로젝션 맵핑 그리고 인터렉티브 미디어까지 이 분야 저 분야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가지 분야에 관심이 많은 개인적 성향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한우물을 파서 깊은 역량을 내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여러 분야를 동시에 아는 사람정도는 되고, 또 그래서 적절한 조율이 가능한 부분도 장점일 것이다.
아무튼 다양한 일을 한다는 말을 쓰고 싶음은 아니고, 오늘은 아이디어 회의에 관해 글이 쓰고 싶어졌다.
아이디어 회의만큼 창의력이 필요한 순간이 또 있을까?
기존의 생각들을 과감히 부수고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
샘솟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시간이 재미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옥과도 같은 시간.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도 지옥같은 시간도 아니다.
그저 내안의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그런 시간일 뿐이다.
창의력은 그렇게 접근해가는 것이 가장 나다운 창의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대외비라 내용은 설명할 수 없지만, 어느 광고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주관해야 했다. 내가 가진 생각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리고 상대들도 마음껏 쏟아내길 바랬는데, 조금 아쉬웠다. 생각이 없던건지... 아니면 하지 않은건지.. 아니면 정답을 말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는지.. 그 어떤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별로 새로운 것을 얻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렇게는 아닌거 같아요만 주로 들었다.
하고 싶음이 없는 걸까?
아니면 그 하고 싶음이 나로부터가 아니기 때문일까?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창의력을 무시했나?
아니면 아직 생각이 어린 것일까?
한번의 거절이 그들의 마음을 닫게 했나?
자유롭게 말하라는 나의 말이 또 다른 상사와 반대되진 않았을까?
뭐..답이야 어느 한가지 명제로 떨어지는 것은 아닐터...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중에 좋은 것을 함께 뽑아, 그것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
아직은 어려운 일인것 같다.
자유롭게 이야기하기엔 서로의 인내심이라던지 표현력이 아직은 부족하고,
좋은 것을 함께 뽑기엔 서로의 생각과 마음은 둘째치고 방향성부터가 일치하지 않는건가 싶고,
그것을 함께 만들어나가기엔 각자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을 공유하는 법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일하는 자가 원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위함인지, 자신이 편하기 위함인지 잘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은 창의력을 엄청나게 꺼내 쓴 날이다.
물론 그 창의력들이 다 쓸모가 있지는 못했다.
다만, 그것이 단지 오늘 쓸모 없음을 나는 잊지 말아야한다.
모든 일을 창조적으로 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몰라도
그렇게 해보겠다고 그저 마음 먹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던대로 하더라도 한번은 생각해보자.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지.
어떻게 하면 더 새로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