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54일차]느긋하게 글쓰기

쫓지도 말고 쫓기지도 말자

by 김연필

30분 글쓰기는 하루에 30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날 위해 쓰려고 정한 나름의 놀이이자, 부지런함을..아니 꾸준함을 내 삶에 조금이라도 가져와 보려는 노력의 일종이다. 그런점에 감안해서 생각해보면 꽤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가지 단점이랄까 부작용이랄까.. 그런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냥 느긋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 나가면 그걸로 그만인 글이다. 헌데, 언제부터인지 즐겁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나, 넋두리를 끄적끄적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써 내야 한다는 그런 작은 강박에 빠져들게 된 것 같다.


또 하나는 약속을 지켜내야 한다는 그런 마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루에 30분인데, 누가 시킨것고 아닌데, 이번엔 올해까지만이라도 지켜보기로 했으니 열심히 지키려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씩 너무도 바쁜 나머지, 또 너무 즐거운일에 빠져서 시간가는줄 모를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깜빡하게 되고 12시가 임박해서야 알아채고는 부랴부랴 글을 쓰게 된다. 때론 졸리니깐 빨리 자고 싶어서, 또 때론 당장 쓰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어서, 그렇게 쓰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꾸역꾸역 글을 써내려가다보니 글도 맘에 안든다. 그저 어떻게든 약속을 지켜냈음에 만족할 뿐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마음이 제법 차분한 이 순간 오늘의 30분 글쓰기를 시작했다. KTX를 타고 출장가는길, 조용한 열차안, 집중하기에 좋다. 마음도 느긋하고 뭔가 적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깐 손가락의 움직임도 훨씬 편안하다.


이번주는 스케쥴이 토요일까지 풀로 차 있다. 물론 사이사이 여유를 가져볼 만한 시간은 있다. 문제라면 이번주 5일 풀로 출장기간이라 이동에 시간이 많이 쓰이고 매일 스케쥴이 여기저기 이어지다보니 이동하고나면 자기바쁘다. 공연행사는 육체와 머리를 다 사용해야 하는 일이다. 체력도 잠도 중요하다. 특히 나에겐!


정대표가 영둥포역에서 크리스피도넛을 챙겨서 탄다고 한다. 따듯한 커피도 한잔 함께 준다면 좋겠다.


어느 순간이고 어떤 환경이고 상관없이 요이 땡 하는 순간 나에게 온전히 30분을 집중할 수 있는 그런 놀라운 집중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그렇게 되었으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하게 거부한다. 냉정하고 철저하게 자기관리가 잘 되는 사람이 나는 좀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딘가 모르게 조금 어수룩한 느낌이 나는 그런 사람이 좋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상대가 부담같은걸 느끼지 못하게 그렇게 오사바사한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조금 느리면 어떻고, 조금 틀리면 어떤가. 조금 부족하고 조금 실수하더라도 우리 삶의 방향이 잘못된 길로 향하고 있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


정대표가 탔는데, 아쉽게도 커피는 없다. 부족한 잠을 보충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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