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55일차] 찜질방 인간군상

악마가 될 뻔 했다;;;

by 김연필

지난 새벽, 지방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새벽부터 준비해야할 조찬모임 행사로 인해 집에가지 않고 찜질방에 갔다. 찜질방에서 자면 3시간 정도 잠을 청할 수 있었기에 집에 가지 않고 찜질방을 선택했다. 모텔에 가서 자는게 몸을 위해서는 훨씬 좋은 선택이지만, 여직원1명과 나, 3시간 쪽잠을 위해 방 2개를 잡기에는 아직 우리 회사의 자금력이 부족하기에 차선이 곧 최선의 선택이었다.(그때까지는 분명 최선의 선택이었다.)


학창시절, 나는 찜질방을 좋아했다. 집 바로 앞에도 찜질방이 있었고, 좀 나른하다 싶으면 찜질방에 가서 뒹굴뒹굴, 좌빈둥 우빈둥 하곤 했다. 친구들과 모여 함께 수다떨다가 잠들기도 했고, 국내여행중에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서도 자주 찾곤 했다. 하지만 자전거 세계여행을 다녀 온 후로는 몇번 낮에 샤워와 함께 잠깐의 휴식을 즐기기 위해서 갔을뿐, 잠을 자기 위해서 간 적은 지금의 내 기억속에는 없다. 그렇게 무척이나 오랜만에 찜질방이라는 곳에 잠을 자기 위해, 비록 쪽잠이지만, 잠시라도 눈을 부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가보았다.


양재동에 있는 한 찜질방이 어제의 목적지였다. 찜질방 옷을 받으며 혹시 개인 수면실이 있냐고 물었는데, 그런건 없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잘 곳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 수면실이 없다는 말에 불안감이 살짝 감돌았다. 일단 피곤하고 땀에 절은 몸부터 씻어야 했다. 옷을 벗고 탕으로 가서 샤워기의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흐르는 뜨거운 물이 지친 하루의 기억을 씻어내 주는것 같았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2층으로 올라섰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벽쪽에는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자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잘 수 있는 시간이 채 3시간도 되지 않는다. 서둘러 자리를 찾아 누워야 했다. 다행히 벽쪽 자리 한 곳이 빈게 눈에 보였다. 다행히도 찜질방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걸어서 자리에 누웠다. 아..이대로 잠들면 3시간 뒤에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알람을 맞추자니 새벽 4시에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다 깨워버릴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새벽 4시까지 안 잘거라고 하는 후배에게 모닝콜을 부탁하고 휴대폰은 진동으로 바꿔서 주머니에 넣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조용히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내 옆자리에 누워있던 한 아저씨가 갑자기 '아..씨팔 씨팔 집에 가고 싶다. 아..씨팔..근데 지금 몇시지?'를 수차례 혼잣말을 하시는 것이었다. 그것도 들릴듯 말듯 작게 말씀하시는게 아니라 일반 대화 수준으로 하시는게 아닌가? 취하신건가? 싶었다. 몇 초후 '아..씨팔 갑자기 짜증나네.. 아..집에 가고 싶은데..' 이러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딘가로 가신다. 안 그래도 시끄러웠는데 집에 가신 것 같아 반가웠는데 몇분뒤 다시 오시더니 '아..씨팔 짜증나네. 집에 가고 싶은데..지금 몇시지?'를 또 반복하신다. 취하셨다면 몇번 저러다가 주무시겠지 하고는 참고 계속 잠을 청해보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저씨뿐만이 아니었다.


회식을 하고 온 건지, 아니면 친구 둘이 그냥 술을 마시고 온 건지 알 수 없는 두 남자가 쿵쿵쿵 걸어다니면서 큰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아..이건 또 무슨 매너인가 싶었지만, 취한 사람에게서 매너를 기대하는 내가 더 이상하다 싶었다. 평소에 야근하고 여기와서 종종 잤다는 친구가 보내줘서 왔는데, 야근한 사람보다 회식이나 한잔 걸친 사람들이 더 많이 오는 곳인것 같았다. 그렇게 두 친구가 좀 잔잔해 질 무렵, 옆에 누운 아저씨의 '아..씨팔 집에 가고 싶다. 짜증나네...근데 지금 몇시지..아 씨팔'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그렇게 벌써 나의 소중한 40분이 흘러갔다.


내일을 위해 나는 꼭 자야만 한다. 이 곳에 온 목적은 쪽잠이라도 자겠다는 것이다. 목표를 완수해야만 한다는 의지로 최대한 귀를 닫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이번엔 내 왠 남자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아아아악아아아악아..으으으...아아악' 뭔가 싶어 일어나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왠 남자가 프랭크 자세에서 한쪽 무개중심을 땅에 다 덴 형태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픈건지 취한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일단 좀 지켜보다가 혹시라도 뭔일이 일어난 거라면 데스크에 연락을 해야지 싶었는데, 갑자기 찜질방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더니 '씨발~~~' 하고 큰소리로 욕을 한다. 아... 저 사람도 취했구나.. 그리고 잠시 후 이 남자는 조용히 잠이 들었다. 그러자 옆에 누운 아저씨는 이때다 싶었는지 또 '아.. 씨팔 집에 가고 싶은데... 지금 몇시지..아..씨팔..씨팔'을 시전하셨다. 하아... 찜질방에 들어온지 벌써 1시간 반이 지났다.


여기저기서 코코는 소리와 잠꼬대 하는 소리가 수시로 들려왔다. 한가지 의문인것은 잠꼬대를 하면서 욕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나도 잠꼬대로 욕을 하나? 싶기도 했고, 또 어떤 삶을 살길래 자면서까지 욕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안타까웠다.


찜질방은 장사가 잘 되는지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대부분 술을 마신듯한 직장인들이었다. 그렇게 옆에 누운 아저씨와 여러 손님들은 콜라보로 나의 잠을 방해하였다. 애초에 찜질방에 숙면을 취하러 온 내가 바보였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수차례 나의 답답함을 호소하다가 결국은 잠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대로 누워서 계속 잠을 청하다가는 내가 악마가 되버릴 것 같았다.


다시는 찜질방에 잠을 자러 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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