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삶이니깐
긴 여행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천성이 조금 게으르기도 하지만,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니며 무언가를 보기를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그 마을, 그 장소가 마치 우리동네인 마냥 그렇게 지내는 시간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렇게 나의 여행은 행동반경이 좁아졌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 다닐때는 행동반경이 넓어진다. 그땐 나의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여행이니깐.
'파리에 왔으니 여기랑 저기를 가봐야지!'
'중국을 갔는데 만리장성을 안가봤다고?'
'제주도에 뭐하러 간거야?'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쁘랭땅 백화점 옥상에서 커피마시는게 더 좋은데요'
'만리장성 별로 안 보고 싶거든요.'
'그냥 동네마실처럼 쉬러 가는거에요'
뭐, 여행에 정답이 어디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게 그게 내답이지. 그들의 물음도 나의 답도, 어느것이 더 좋고 나쁘고 가늠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나는 이런게 좋을뿐이다.
조금 느즈막히 일어나서 부스스한 머리로 잠시 머무는 그 동네의 슈퍼에서 사 온 우유에 계란후라이로 아침을 때운다던가, 처음 보는 골목길이지만 두 세번 걷다보니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나만이 알아챌 수 있는 표식들을 발견한다던가, 오고 가며 몇번씩 마주칠때마다 인사를 건네다보니 이제는 5분정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게 되는 옷가게 주인과의 대화라던가, 한달동안 머물면서 20번을 넘게 찾아간 음식점의 단골이 되어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먹어보기 된다던가, 나는 이런게 좋다.
너무 부지런하지 않게
느긋느긋하게
그렇게 흐르듯이
이것이 설령 게으름일지라도
나는 이렇게
조금은 부족하게
때로는 심심하게
그렇게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