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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크래프트 Oct 28. 2024

옷 맞추러 브라운오씨에 갔다왔다

진작 갈 걸...

사람 만날 일이 이래저래 많다보니 자연히 첫인상에 관심이 생겼다. 관리 잘 한 정돈 된 인상에서는 멋짐이 풍겼다. 닮고 싶었다. 백과점과 몰, 아울렛을 열심히 돌았으나 맞는 옷을 찾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남성 패션 컨설팅 업체를 예약했으나 기성복 사이즈를 벗어나서 안 될 것 같단 답변을 받았다. 속상한 마음에 SNS에 한탄했더니 브라운오씨 대표님께서 한 번 와보라는 답글을 다셨다.


맞춤은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어서 나같은 서민은 선뜻 하기가 어려웠다. 무신사 자체제작 2~3만원짜리 옷만 사입던 내겐 어려운 벽이었다. 브라운오씨를 알게 된 건 2022년이지만 맞춤은 다이어트 성공 후 경과를 지켜보면서 체형 변화가 크지 않게 되었을 때 제대로 하고 싶어 미뤄 뒀었다. 100kg까지 빼고 나서 간다고 말씀 드렸는데 2년 동안 30kg밖에 못 뺐다. 하지만 이런 댓글이 달리니 어쩐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예약 후 드디어 오늘 방문했다. 생각보다도, 사진보다도 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대표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굉장히 좋은 분이고 미적 취향이나 철학도 나와 비슷하고 생각도 깊은 수준으로 하셨다. 보통 철학으로는 10년이란 세월 동안 운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평소엔 편하게 트레이닝복 입고, 맞춘 멋진 옷은 중요할 때만 입으려고 한다 하니 대표님께서 그럴 경우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복식이 동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어딘가 어색할 거라고 하셨다. 당연히 다들 이러겠지 생각해 한 발언인데 전혀 뜻밖의 대답을 들으니 충격이었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발상이다. 업무 미팅 같이 중요한 일에서만 '변신'을 하고자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뭐든 그렇게 해선 되는 게 없는 것을... 왜 의복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까.


집에 오는 내내 뇌리에 각인 되어버린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이 말은 죽기 전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비단 옷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 전체에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양복 스타일을 추구하나 귀찮음에 굴복해 중요할 때만 양복을 입는다면 나를 속이는 일이다. 남에게 보여지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그게 나의 라이프스타일이어야 한다. 남들의 시선이 중요한 자리에서만 보여지고 싶은 대로 꾸며낸다면 그건 자신과 남 모두를 속이는 일이다. 참, 옷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스타일링 방법 등도 알려주신다고 해서 든든했다. 바지 이후 자켓, 셔츠 등등 하나씩 맞춰 나가 옷장을 채워야겠다. 오늘 가보고 느낀 건데 남자친구나 남편이 옷을 못 입어 걱정인 분들은 여기 손 잡고 같이 가시면 해결 될 것 같다.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앞으로 나도 멋쟁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지. 사이즈 스트레스 받으며 쇼핑하느라 시간 날리느니 브라운오씨에서 맞춰 입어야겠다. 멋쟁이가 되기 위해선 돈이 꽤 들겠구나 싶다. 알바라도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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