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항암치료 81일
'엄마'
'뭐라고요?'
3차 항암 이후로 솔이가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은 '뭐라고요?'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뭐라고요?'라고 되묻곤 한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3차 항암치료부터 솔이 몸에 들어가는 항암제의 부작용 중 하나가 청력 손상이니 솔이의 되물음을 그냥 넘기기도 힘들다.
불안한 마음에 선생님께 항암치료로 인한 청력손상의 경우수를 질문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 나이 때 치료받은 아이들 중에 청력이 정상인 경우는 드물어요'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물론 선생님은 이런 증상이 일반적인 것이고, 어느 정도의 손상이 있지만 대부분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황인지라 큰 걱정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래도 솔이가 잘 듣지 못하는 순간들이 반복되고, 솔이가 좋아하는 뽀로로를 헤드셋을 쓰고 잘 보고 있구나 했는데 헤드셋 소리가 안 나는데도 영상을 보고 있었던 순간을 발견할 때 두렵고 막막한 감정이 찾아든다. 그리고 절대 솔이에게 무음의 세상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솔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도 솔이의 청력에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4개월을 가정위탁 가정에서 보내다가 우리 집으로 오게 된 솔이, 솔이는 주변에 시끄러운 소리가 나거나, 믹서기를 돌려도 미동 없이 하늘만 보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분명 출산 직후 청력검사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는 결과를 확인했었는데도 우리 집에 온 솔이의 청력에는 문제가 있는 듯했다.
그때 우린 당황했었지만, 당시에 우리 부부는 앞으로의 일들을 차근히 준비했던 것 같다. 솔이에게 인공와우를 하게 되었을 때의 상황, 수화를 배우는 것들에 대하여, 조금씩 준비하며 솔이가 듣지 못하더라도 찾아올 솔이와의 날들을 기쁘고 즐겁게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에겐 솔이만 있으면 되었다.
6개월쯤 되었을 때 대학병원에 가서 솔이의 청력검사를 하기로 했던 날 사회복지사가 와서 솔이 귀에 대고 호루라기를 불었는데 솔이가 깜짝 놀라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솔이의 암이 발견되기 전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솔이는 음악을 사랑하고 클래식 음악이 나오면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하며, 소리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아이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인 '퀀'의 '맘마미아' 음악들을 사랑하고, 나와 춤추는 것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즐거운 아이이다.
근데 이제 와서 솔이의 청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은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미 솔이에게는 솔이가 사랑하는 음악이 있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며, 늘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아이, 뽀로로를 사랑하고 뽀로로 주제가를 아직 다 외우지 못했지만 매일 들으며 조금씩 익혀가는 아이에게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아픈 일이다.
4차 항암동안 솔이에게 들어가는 항암제는 3차 항암치료때와 동일하다. 여기에도 솔이의 청력에 영향을 미치는 약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침대에서 뽀로로를 열심히 보는 내 아이...
듣지 못한다면...
난 여전히 솔이를 사랑하고 함께하며 이미 경험했던 준비들을 해나갈 테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기를 솔이가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듣고 행복하게 자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솔 #항암치료 #소아암 #신경모세포종 #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