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만 부르는 비밀의 이름은 박쥐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낮에 쿨쿨 자고 밤에 일을 하러 다니는 박쥐 말이에요. 저녁이 되면 ‘흐엉과 첸이’는 박쥐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집 안을 날아다녀요. “흐엉, 주말에 삼겹살 먹으러 가자” “첸이야, 뽀미 간식 줘라” “흐엉은 웃는 얼굴이 참 예뻐”, 이렇게 찍찍거리며 휙휙 날아다녀요. 하지만 요즘 우리 집에서 ‘흐엉’이라는 박쥐는 날아다니지 않아요. “흐엉!” “흐엉!” 하고 부르던 아빠가 병원에 입원했거든요.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가.”
“집까지 어떻게 혼자 걸어가. 너무 멀어.”
“강을 따라 걸으면 금방이야.”
“엄마나 그렇지. 나도 학원 보내줘. 다른 애들은 학교 끝나면 학원에 간단 말이야.”
“중학교에 가면 보내줄게.”
“거짓말.”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강으로 통하는 계단 앞에 섭니다. 계단은 모두 63개예요. 일, 이, 삼…… 이십칠, 이십팔…… 삼십구…… 사십이, 사십삼, 사십사…… 오십칠, 오십팔…… 육십삼! 하고 크게 소리치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우람한 나무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니까 새들이 포르르 날아올라요. 나뭇가지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깼나 봐요. 노래나 불러야지. ‘나에 사알던 고향은 꽃 피는 사안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다알래~’, 노랫소리가 들리니까 강변공원이 더욱 고요해지는 것 같아요.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부울면~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부울면~’, 이건 엄마가 좋아하는 가사예요. 저는 엄마랑 노래하면서 한글을 배웠어요. 그래서 ‘청개구리’ ‘이슬’ ‘고향’ ‘바람개비’ ‘바다’ ‘곰’ ‘노을’ 같은 단어를 알게 됐어요.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면서요.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숲속을 걸어요 다람쥐가 넘나드는 길.”
“숲속을 걸어요 다람쥐가 넘나드는 길.”
엄마는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행복해 보였어요.
“엄마는 꼭 애들 노래만 부르더라?”
“예쁘잖아, 따뜻하잖아, 재밌잖아. 우리 첸이처럼.”
“엄마는 어떤 노래가 제일 좋아?”
“고향의 봄.”
“파란들 남쪽에 바람이 부울면, 이거?”
“응. 그 속에서 노올던 때가 그립습니이다~.”
“엄마 고향은 베트남이지?”
“응. 베트남 바닷가.”
“엄마는 왜 고향에 안 가?”
“아빠가 아프잖아.”
엄마의 한숨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옵니다.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부울면~ 엄마의 노랫소리가 강물 위를 떠다닙니다. 엄마의 고향 바닷가는 파란들 남쪽에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