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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Sep 03. 2020

지옥은 사후에 가는 곳이 아니다

- 스올, 하데스, 게헨나, 타르타루스, 아뷔소스

우리가 읽는 바이블에는 오역이 무척 많습니다. 히브리어로 쓰인 구약성서를 직접 번역하지 않았고, 또한 고대 그리스어의 하나인 아람어로 쓰인 신약성서를 직접 번역하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어 성서는 물론 중세의 영어성서와 독일어성서도 사정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읽는 바이블은 어떤 번역본이든지 히브리 구약성서 및 아람어 신약성서와 대조해 보면 낱말과 문장 곳곳에 많은 오류가 발견됩니다.


그중의 하나가 지옥입니다.

한글로 번역된 바이블 속의 지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옥으로 번역된 본래 낱말은 구약의 스올(sheol, 65회)과 신약성서의 하데스(Hades, 10회), 게헨나(Gehenna, 12회), 타르타루스(tartarus, 1회)입니다. 관련어로는 지옥 말고 무저갱(無底坑, abyss)으로 번역된 헬라어 아뷔소스(ἄβυσσος, 9회)도 있습니다. 



스올(Sheol)



스올Sheol은 히브리어로서 '보이지 않는 세계(the unseen world)'라는 뜻입니다. 한국어 성서는 주로 음부陰府로 번역합니다. 음부陰府는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 즉 저승입니다. 17세기 번역본인 킹제임스성경은 스올을 맥락에 따라 무덤(31회), 지옥(31회), 구덩이(3회) 등으로 번역했습니다. 현대성서에서는 구약의 스올을 무덤으로 번역합니다. 스올을 지옥으로 번역하면 야곱도 다윗도 욥도 다 지옥으로 내려갔다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1) 야곱은 자신이 죽어서 갈 곳을 스올이라 했습니다. 창세기 37:35 ; 42:38,44

2) 시편 저자도 사람이 죽으면 갈 곳이 스올이라고 했습니다. 시편 18:4, 5 ; 30:3

3) 욥도 사람이 죽은 뒤에는 스올로 내려간다고 말했습니다. 욥 14:13 ; 17:13-16


구약성서 저자들은 사람이 죽고 나면 몸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땅 아래에 있는 거대한 무덤으로 내려가서 쉰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울이 영매의 도움으로 죽은 사무엘을 무덤에서 깨워 올리는 사건(사무엘상 28:3-25)에도 그러한 관념이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육체는 사라져도 영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관념은 훗날 부활 사상으로 이어집니다.



하데스(Hades)


신약성서의 하데스는 그리스어이며 구약성서의 스올에 대응하는 낱말입니다. 사람이 죽고 나서 가는 “무덤” 또는 “죽음” 자체를 은유적으로 뜻하는 낱말이며 죽음의 신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사후에 가는 곳으로서 무덤을 언급한 적은 딱 한 번입니다. 부자와 거지 나자로 설화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시작부터 끝까지 우화의 어법을 사용하므로 사후세계의 성경적 근거로는 부적합합니다.



게헨나(Gehenna)


게헨나는 예수께서 친히 사용하시던 표현으로 불(fire)과 함께 등장합니다. 게헨나는 골짜기를 뜻하는 히브리어 게(ge)와 사람의 이름인 힌놈(Hinnom)의 합성어로서 '힌놈의 골짜기'란 뜻을 지닌 지명입니다. 구약성경에도 힌놈의 골짜기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여호수아 18:16). 예루살렘 서남쪽에 있는 힌놈의 골짜기(gehenna)는 이교도들이 이곳에서 어린이를 불에 태워 제사를 바쳤던 장소(왕하 23:10, 역대하 28:3)입니다. 요시야 왕의 종교 개혁으로 이러한 우상숭배와 악습이 근절된 후에도 저주받은 곳으로 간주됩니다.(예레미야 7:31~33)


예수 시대에 게헨나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어서 쓰레기, 벌레, 사체가 끊일 날이 없었고 항상 불이 타오르고 연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예수님은 부활 뒤의 심판과 형벌을 이야기할 때마다 바로 이곳 게헨나를 비유적으로 사용하셨습니다.


"눈 하나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눈 두 개를 가지고 게헨나에 던지우는 것보다 낫다. 그곳은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마가 9:48)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게헨나의 불에 들어가리라."(마태복음 5:22)

"오른눈이 너를 죄 짓게 하거든 빼어 버려라. 몸의 한 부분을 잃을지라도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더 낫다. 또 오른손이 너를 죄 짓게 하면 그 손을 잘라 버려라. 몸의 한 부분을 잃을지라도 온 몸이 게헨나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 더 낫다."(마태 5:29, 30)

"몸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영혼과 몸을 게헨나에서 다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라."(마태 10:28)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너희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교인 하나를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얻고 나면 너희보다 갑절은 더한 게헨나의 자식이 되게 한다."(마태복음 23:15)

"뱀들아,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가 어떻게 게헨나의 판결을 피하겠느냐."(마태복음 23:33)


여기서도 죽어서 가는 지옥이란 사상은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심판 때에 모든 인간이 무덤(스올, 하데스)에서 부활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최후의 심판이 있는데, 그 결과로 하느님의 복을 받은 사람들(who are blessed by my Father)은 세상 창조될 때부터 마련된 하느님의 왕국(the kingdom prepared for you since the creation of the world)으로 가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저주받은 사람들은 악마와 그의 부하들을 처리하려고 마련한 영원한 불(the eternal fire prepared for the devil and his angels)로 가서 영원한 벌을 받습니다. 고대인은 불을 영혼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신성한 물질로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저주받은 사람들의 영혼이 영원한 고통을 받는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영원한 불의 힘으로 아주 영영 소멸되어 버린다고 보는 쪽이 더 타당합니다. 같은 어법이 유다서에도 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와 그 주위 도시들도 온갖 음란한 짓을 일삼다가 영원한 불의 심판(the punishment of eternal fire)을 받아 본보기가 되었습니다."(유다 1:7)

사도 야고보도 편지에 게헨나를 사용합니다. "혀는 곧 불이요 신체 부위 가운데 악의 세계입니다. 혀는 사람을 타락시키고 삶의 모든 과정을 불사르니 그 사르는 바는 지옥(게헨나)의 불에서 나옵니다.”(야고보 3:6)



타르타루스(Tartarus)


헬라어 타르타루스(Tartarus)는 그리스어로서 신약성서에 두 번 나오는데, 그중 베드로의 두 번째 편지를 한국어 성서와 영어 성서 모두 지옥으로 번역했습니다. “하나님은 범죄한 천사들을 용서하지 않으시고 깊은 지옥(타르타루스)에 던져 심판 때까지 어두운 구덩이에 가두어 두셨습니다.”(베후 2:4) 다른 한 곳은 유다서로 이곳에서는 흑암, 어둠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을 큰 날의 심판까지 영원한 결박으로 흑암(타르타루스)에 가두셨으며”(유다 1:6)



아뷔소스(ἄβυσσος)


이 낱말이 무저갱으로 번역된 용어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을 의미합니다. 요한계시록에 7회 등장하고, 그밖에는 루가복음에서 군대라 불린 악령이 한 말 "무저갱에 들어가라 하지 마소서."(루카 8:31)로 등장하고 로마서 10장에 언급됩니다. 




이교도의 사상과 혼합시킨 엉터리 사후세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현혹되지 마세요. 예수께서 미리 밝힌 심판의 기준은 기독교인이 되느냐 안 되느냐 같은 유치한 것이 아닙니다. 마태복음 25장 31-46을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마태 25: 35,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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