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교와 ‘자발적’ 무보수 노동에 대한 단상
종교 단체가 교인에게 무보수로 일을 시키는 문제. 오래된 의문이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교회가 만든 무가지 신문을 행인에게 나눠주는 노인들은 조금 극단적인 경우이고, 사실 나만 해도 대학생 시절에 청년회 활동, 주일학교 교사 같은 일을 무보수로 참 열심히 했다.
생존이 위태로운 어려운 사람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이라면 기꺼이 시간과 노력, 심지어 재화까지 보탤 수 있겠다. 하지만 종교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 있는’ 일은 오히려 드물고, 있다 해도 보여주기식이나 생색내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종교 문화 속에서는 이런 무보수 노동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신앙과 봉사로 포장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희생을 미덕으로 포장해 강요하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책임과 보상이 제대로 나눠지지 않기 일쑤이고, 세뇌와 가스라이팅과 강요에 가까운 행태를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교인들은 대부분 스스로 원해서 그 일을 한다. 그래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가볍게 넘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한 번쯤은 차갑고 진지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인류 역사에 벌어진 잔인한 전쟁에는 어김없이 종교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지 않는 신앙의 정체는 선도 정의도 아니다. 먼 정도가 아니라 대칭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