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아스타교와 바이블

by 유용선

바이블은 수메르,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가나안, 이집트, 헬레니즘 등 여러 문화/종교의 영향을 받아 쓰여진 책이다. 그중 조로아스터교는 윤리적인 이원론과 종말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즉 처음과 끝이 비슷하다.


조로아스터교는 페르시아에서 시작된 종교로, 조로아스터(Zarathustra)가 창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실존인물이 아니거나 유형화된 인물일 가능성이 더 높다.) 바이블에는 이교도임에도 유대인이 메시아로 존경한 인물이 있는데, 그가 바로 페르시아 황제 고레스(키루스)이다.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그들을 해방시킨 인물이다.


조로아스터교는 선악 대립 관념을 중시한다. 이 세계 자체가 선신과 악신 사이에서 벌어진 투쟁 속에서 형성되었다고 본다. 선신(아후라 마즈다)은 진리와 질서(아샤)를 상징하며 창조의 주체이다. 반면, 악신(앙그라 마이뉴)는 거짓과 혼돈(드루즈)을 상징하며 선신과 그의 창조 질서에 도전하는 존재이다.


조로아스터교는 7단계 창조설을 주장한다. 7단계는 하늘, 물, 땅, 식물, 동물, 인간, 불 순서이다. 불은 정신적인 빛과 에너지를 상징하니 문명을 있게 한 힘이다. 페르시아 이전에 바빌론 제국의 달력에 7일 한 주간 개념이 있었다. 바이블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이는 바빌론 천문학과 조로아스터교의 종교 사상이 공유되었음을 나타낸다.


바이블은 7단계 창조설의 마지막 단계에 불 대신 휴일(안식일)을 선포한다. 유대인의 상당수는 노예, 뜨내기, 용병 등 하층계급이었다. 물론 서기관은 같은 엘리트 계급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레위 부족이 그들일 테다. 유대인은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며 휴일 문화를 선포했다. 안식일은 그들의 인권 선언이었던 셈이다. 바이블은 차용하되 답습하지 않고 발전시켰다.


바이블에는 '불의 사용'이 없다. 나는 에덴 동산의 남녀가 따먹은 선악과가 불을 상징적으로 대체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견해는 내 저서 곳곳에 등장한다.


조로아스터교는 역사를 3,000년을 주기로 설명한다. 처음 3,000년은 선신과 악신이 각자의 영역에서 존재하던 시기이다. 두번째 3,000년은 선신의 세계 창조로 시작된다. 셋째 3,000년은 악령이 세상을 오염시키는 시기. 마지막 3,000년은 선과 악의 최종 전투가 벌어짐으로써 시작된다. 바로 이것이 근동의 유서 깊은 '최후의 심판' 사상이다. 바이블은 예수를 민족의 구원자(그리스도)에서 인류의 구원자로 승격시켜 최후의 심판의 재판관으로 삼는다.


조로아스터교는 인간을 선과 악 사이에서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과 악을 택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긴다. 바이블 저자들은 에덴동산의 남자 아담과 여자 아담이 자유의지로 선악과를 따먹은 설화를 창작하여 선악을 구분할 줄 알고 선택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을 설명한다. 조로아스터교는 선신 아후라 마즈다의 편에 서서 세계의 선한 질서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블의 선신은 엘, 엘로힘, 야 등으로 불리다가 급기야 야훼/여호와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한다.


신에게 구체적인 이름을 부여하는 전통은 우리 동아시아의 추상적 호칭들과는 대조적이다. 신을 고유명사로 지칭하는 일은 신을 인격적으로 접근하게 하므로 문학 캐릭터로 받아들여질 여지를 만든다. 바이블 저자들은 그 점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극동아시아처럼 신을 고유명사가 아닌 天, 하늘님, 옥황상제 등 호칭으로 부르는 문화와 비교할 때 장단점이 있다.


조로아스커교는 최후의 심판으로 인간이 모두 부활한 세상의 끝에 마침내 선이 승리할 거라 예언한다. 영혼이 정화된 인간들의 이상적인 세계. 바이블 저자들은 신이 심판자 예수를 내세워 인류를 둘로 갈라 한쪽은 이상적인 세계를 이루며 살게 하고 한쪽은 불로 처벌할 거라 한다. 불로 소멸시킨다거나 영원히 고통을 당하게 한다는 상반된 주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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