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용선 Aug 26. 2019

김영승 시 '반성 100'

- 식구, 헤어져도 헤어질 수 없는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 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김영승의 ‘반성 100’을 꼼꼼히 읽어보면, ① 연탄장수를 따라온 딸들이 그것도 어리다는 점 ② 연탄 백장더러 많지 않다고 하는 말(‘아빠 힘내세요. 우린 괜찮아요.’ 하는 착한 마음이 실린) ③ 이 광경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있다가 훗날 자신이 딸을 낳아 그 딸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컸을 때 꼭 이야기로 들려주겠다는 목격자(시인)의 생각 ④ ‘나는 어른이니까 네 장, 너희는 어리니까 두 장’이라며 안타까운 부정(父情)을 발휘하는 아빠의 말 따위가 읽는 이의 눈앞에 선한 풍경을 만들어내며 가슴이 짠하게 한다. 

이 시를 읽는 독자는 내가 그랬듯이 저절로 몇 가지 의문을 품게 되리라 

왜 아내가 아닌 딸들인가? 

아내가 아팠나? 

아내가 가출을 했다 돌아왔나? 

어린 딸들에게 비록 두 장씩이라도 연탄을 들게 하는 게 아버지 마음은 아니었을 텐데, 몸이 불편한가? 

혹시 가출한 아내가 지금 집에 돌아와 있는 상황은 아닐까?

시는 함축이 생명이다. 따라서 이야기 형식을 취할 때조차 매우 섬세하게 말을 고른다. 버려도 될 부분은 최대한 버리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남의 이야기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가족관계이다. 물론 현실은 “어떻게 그런 남자(또는 여자)랑 같이 살아요? 어쩌면 부모가 자식한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어쩌면!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긴 하지만……” 따위로 늘 시끄럽지만.


<반성> (민음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