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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쟁이

by 유용선

두 번째 별엔 허영쟁이가 살고 있었다.

“아! 아! 숭배자가 찾아왔구나!”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허영쟁이가 멀리서부터 외쳤다.

우쭐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이란 모두 자신의 숭배자인 법이다.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묘하게 생긴 모자를 쓰고 계시네요.”

“답례하기 위해서지.” 허영쟁이가 대답했다. “사람들이 내게 환호할 때 답례하기 위해서야. 아쉽게도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 도무지 없구나.”

“아, 그래요?”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어린 왕자가 말했다.

“두 손뼉을 마주 쳐 보거라.” 허영쟁이가 권했다.

어린 왕자는 손뼉을 쳤다. 허영쟁이가 제 모자를 들어 올리며 점잖게 답례했다.

'왕을 방문했을 때보다 재미있는 걸.'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손뼉을 쳤다. 허영쟁이가 다시 모자를 들어 올리며 답례했다.

이러기를 오 분쯤 하고 나니 어린 왕자는 그 단조로운 장난에 싫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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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모자를 내려뜨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가 물었다.

그러나 허영쟁이는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허영쟁이는 칭찬밖에 듣지 못한다.

“너는 정말로 나를 많이 숭배하니?” 그가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숭배한다는 게 뭔데요?”

“숭배한다는 건 내가 이 별에서 가장 잘생기고 옷을 제일 잘 입고 제일 부자이고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는 거지.”

“하지만 이 별엔 아저씨 혼자잖아요!”

“나를 기쁘게 해 줘. 그냥 그렇게 나를 숭배해다오!”

“아저씨를 숭배해요.” 어깨를 살짝 으쓱하며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런데 그게 아저씨한테 무슨 소용이죠?”

그리고 어린 왕자는 그 별을 떠났다.

'어른들은 정말이지 너무 이상해.' 어린 왕자는 여행을 계속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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