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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Oct 06. 2024

나는 내가 대접한다

혼자 누린 드라이브의 행복

오랜만에 혼자 드라이브했다.


록 아기 장난감 당근하러 가는 길이었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도로를 달리니 울적했던 기분이 상쾌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흘러나온 지코의  'boys and girls'


신나는 비트에 어깨춤을 추다 잠시 가사에 귀를 기울인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름다운 여자는 대접받아야 해"


남자친구인 내가 다 해줄 테니 그저 옆에서 편하게 누리라는 가사.


아름다운 여자는 대접받아야 한다는 달콤한 멘트.


지금 나는 스스로 운전해서 아기 장난감 당근 하러 가는 길이다.


비록 옆에 나를 대접해 주는 사람 없이 차 안에 혼자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내가 겪은 아픔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통받으며 지내 온 지난날이 떠오른다.


지금도 왼팔에 파스를 두 장 붙였지만 그래도 내 팔로 직접 운전하고 있다.


통증이 극심했던 시절

다시 운전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자신 없던 일을 해내고 있는 나.

스스로 운전대를 잡고  아기 장난감을 구하러 가는 내가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누군가 나를 대접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그동안 잘 버텨왔다며 스스로를 다독여 준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질병이 찾아오기도 한다.

질병이 찾아오면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변한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울수록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병들어간다.


그럴 때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지만 투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해받기 어려워지고 억울함은 쌓여간다.


사실 아픈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데  그 화가 화살이 되어 옆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찌른다.


그럴 때 잠시 멈춰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해냄에 있어 이전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아픈 내 모습도 나이기에 건강할 때 당연했던 일상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음을 알아가는 기회로 삼는다면 평생의 자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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